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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권의 인용구절 입니다.

“하지만 대령님은 나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해 주지 않습니까? 나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고, 잠도 자지 않고 간병도 해주고, 그것은 마음의 또 다른 표현 아닌가요
?

“아니, 틀리네. 친절함과 마음은 전혀 별개의 것일세. 친절함이라는 것은 독립된 기능이지.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표층적인 기능일세.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지, 마음과는 다른 것이라네. 그리고 훨씬 모순된 것이지.





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은 마음이라는 것을 진정한 따스함에 비유한다
.
그런데 마음이 없는 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는 이 따사로움은 과연 무엇일까
.
“내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것은 아마 나 자신의 문제일 거야. 당신 탓이 아니야. 내가 나의 마음을 확인할 수가 없어서 그 때문에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거야.


“마음이라는 것은 당신조차도 잘 이해할 수 없는 건가 보죠?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하고 나는 말했다
.
“그때 당시에는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서야 이해할 때도 있어. 그러면 대개의 경우는 이미 때가 너무 늦어 버리지. 대체적으로 우리들은 자신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고, 더더구나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행동을 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거야.


“마음이라는 것이 무척 불안하고 불완전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너무나 비효율적이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하고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

“글쎄……. 아마도 그렇겠지.” 하고 나는 말했다
.
“나는 16년 동안 학교를 다녔지만, 그것이 특별히 어떤 도움을 주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변변하게 외국어도 하지 못하고, 악기도 다루지 못하고, 증권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고, 말도 타지 못하고 말야.


“그럼, 어째서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나요?
 
"
그만두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잖아요?


“글쎄, 그건 말이야” 하고 나는 말하며 그 일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그만두려고 생각했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었던 것이다
.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어. 우리 집은 당신네와는 달리 매우 평범한 보통 가정이었고, 나 자신이 일류가 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거든.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인간은 누구든지 뭔가 하나쯤은 일류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갖고 있어요. 그것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죠. 끌어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조리 덤벼들어서 그 싹을 짓밟아 버리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일류가 될 수 없는 거에요. 그리고 그 싹은 그대로 시들고 마는 거죠.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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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무라카미 하루키

 

 

* 아래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권의 구절 인용입니다.

 

 

기억나지 않아요. 그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던 것 같아요. 기억하고 있는 건 단지 그 늦가을 비가 오는 날 저녁나절에 어느 누구도 나를 꼭 안아 주지 않았다는 사실뿐. 그것은 마치 내게 있어서 세계의 끝과 같은 것이었어요. 어둡고 힘겹고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꼭 껴안아 주었으면 했는데, 그때 주위에 자신을 안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은 이해하겠어요?

......

이 세상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외톨이가 될 수는 없어. 모두들 어딘가에서 조금씩 연결되어 있지. 비도 내리고, 새도 울고, 배에 상처가 나고, 어둠 속에서 여자 아이와 키스하는 일도 있지.

 

 


 

나는 주어진 숫자를 머리 속에서 주물럭주물럭 반죽해 다르게 바꾸어 버리는 것만으로 세상과 관련을 맺고, 그 이외의 시간은 혼자서 케케묵은 소설을 읽거나, 비디오로 할리우드의 옛날 영화를 보거나, 맥주나 위스키를 마시면서 내 삶을 지탱해 왔다. 자연히 신문이나 잡지 같은 걸 훑어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빛을 잃어버린 수수께끼 같은 어둠 속에서, 무수한 구멍과 무수한 거머리들에 둘러싸인 지금은 신문을 읽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햇볕이 드는 따사로운 곳에 걸터앉아, 고양이가 우유 접시를 핥듯이 신문의 구석구석을 한 자도 빼놓지 않고 깡그리 읽는 것이다. 그래서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단편들을 몸 속으로 빨아들이고, 세포 하나하나를 기름지게 하는 것이다.

 

 


 

그림자는 구두 굽으로 땅에 원을 그렸다.

테두리가 완성되어 있어. 그래서 여기에 오래 머물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점점 그들이 옳고 내가 틀린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게 되지. 그들이 너무나 빈틈없이 완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라구. 내가 하는 말 이해할 수 있겠어?

………..

그것과 마찬가지야. 이 도시의 완전함과 완결성이란 그 영구 운동과 같은 거라구.

원리적으로 완전한  세계 같은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그러나 여기는 완전해. 그렇다면 어딘가에 반드시 장치가 있을 거야. 실은 영구 운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계가 뒤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외적인 힘을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

너는 자신을 상실한 게 아니야. 다만 기억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을 뿐이지. 그래서 넌 혼란스러운 거야. 그러나 결코 네가 틀린 게 아니야. 가령 기억이 상실되었다 해도, 마음은 있는 그대로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지. 마음이란 것은 그 자체의 행동 원리를 가지고 있어. 그게 곧 자기지. 자신의 힘을 믿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넌 외부의 힘에 이끌려서 수수께끼와도 같은 장소로 끌려가게 된다구.

 

 


 

당신이 이제부터 가게 되는 세계에 나도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이 세계를 버리고?


, 그래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여기는 시시한 세계예요. 당신의 의식 속에서 사는 것이 훨씬 즐거울 것 같아요.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 의식 속 따위에서 살고 싶지 않다. 마찬가지로 그 누구의 의식 속에서도 살고 싶지 않다.

 

 

 

그들은 구덩이를 파는 것 자체가 목적이네. 단지 구덩이를 파고 있을 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순수한 구덩이지.

? 잘 모르겠습니다.

간단해. 그들은 단지 구덩이를 파고 싶으니까 파고 있는  걸세. 그 이상의 목적은 아무것도 없지.

………….

우리는 여기서 모두 제각기 순수한 구덩이를 계속 파고 있는 것뿐이야.

목적이 없는 행위, 진보도 없는 노력, 아무데도 다다르지 않는 보행, 멋지다고 생각지 않나?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상처를 입히지 않지, 아무도 앞질러 가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도 않네,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는 걸세.

 

 


 

우선 마음의 문제야. 너는 나한테 이 도시에는 싸움도, 미움도, 욕망도 없다고 했지?

그건 그것대로 좋아. 나도 기운만 있으면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야. 그런데 싸움과 미움과 욕망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그 반대의 것도 없다는 얘기기도 하지.

그건 기쁨이고. 행복이고. 애정이야.

절망이 있고 환멸이 있고 비애가 있음으로 해서 기쁨이 생기는 거야 절망이 없는 행복 따위는 아무데도 없어. 그게 내가 말하는 자연스러움 이라는 거야.

 

 

 

세계의 끝 =

내가 잃어버린 것과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불사의 세계

 

 

 

내가 이 도시의 어딘가에 반드시 출구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처음에는 직감이었어. 그렇지만 오래지 않아 확신을 하게 되었지. 그 까닭은 이 도시가 완벽한 시가지기 때문이지.


완벽하다는 건 필연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은 도시라고 얘기할 수 조차 없어.

좀 더 유동적이고 총체적인 그 무엇이야. 모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끊임없이 그 형태를 바꾸어 가고, 그리고 완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구.


, 이곳은 결코 고정적으로 완벽한 세계는 아니란 거야.

다시 말해 움직이면서 완벽해 지는 세계란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내가 탈출구를 원한다면, 탈출구는 있게 마련인 거야.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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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무라카미 하루키

  

 

1. 추리소설? 환타지? 성장소설?

 

제목을 써놓고 보니, 이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1권을 읽다 보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계산사 기호사

조직 공장

버튼 없는 큰 엘리베이터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우물 생각이 나네요

그림자를 떼어 낸다 피터팬인가?

야미쿠로 일본에 산다는 많은 귀신 중 하나인가 봐요?

두개골로 꿈을 읽는다

 

이거 대체 무슨 얘기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시작부분은 호기심을 자극하니 그렇다 쳐도,

둔감한 저는 1권 다 읽어가도록 답을 알 수 없어 답답 하더라구요.

그래도 2권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알 수 없는 얘기들이 쏟아지기에 답이 궁금해서,

둘째, 세계의 끝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넘나 들며 제법 속도감이 있어서,

셋째, 칼부림(?)도 나오고 야미쿠로 라는 귀신도 출몰하기에,

넷째, 무라카미 하루키 라서(?) 입니다.

 

다 읽고 나니, 뜬금없게도 다크시티(Dark City)가 다시 보고 싶어 지네요.

매트릭스, 다크시티, 같이 영화나 애니로 제작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래는 다크시티 리뷰를 잘 해주신 바이러스님 블로그를 링크해 둡니다.

 

Empty Life(바이러스) 님의 다크 시티 리뷰 보러 가기


2.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화상
자뻑소설

 

저의 개인적인 느낌은요.

백설공주의 마법거울을 갖고,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을 비춰보면서 그린 자화상 같은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요즘 은어로 자뻑을 소재로 글을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뒤에 부록으로 매달린 평론에 슬쩍 나르시시즘이라는 단어가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평론은 제가 수준미달이라 읽기가 힘들어 관뒀습니다.)

자뻑 을 인기소설로 만드는 그의 재능이 부럽기만 합니다.

 

 

3. 천국은 어떤 곳일까?

 

천국은 어떤 곳일까요?

 

싫은 것은 없고, 좋은 것만 가득한 곳일까요?

질병, 고통, 죽음이 없고, 기쁨과 환희가 가득한 곳일까요?

그러면 싫었다가 좋아지고, 좋았다가 싫어지면 어쩌나요?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가 가득한 곳일까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의식이 창조한 세계를 천국으로 보는 건가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한 것은 이 책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들은 구덩이를 파는 것 자체가 목적이네. 단지 구덩이를 파고 있을 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순수한 구덩이지.

? 잘 모르겠습니다.

간단해. 그들은 단지 구덩이를 파고 싶으니까 파고 있는  걸세. 그 이상의 목적은 아무것도 없지.

………….

우리는 여기서 모두 제각기 순수한 구덩이를 계속 파고 있는 것뿐이야.

목적이 없는 행위, 진보도 없는 노력, 아무데도 다다르지 않는 보행, 멋지다고 생각지 않나?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상처를 입히지 않지, 아무도 앞질러 가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도 않네,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는 걸세.

 

 

 

우선 마음의 문제야. 너는 나한테 이 도시에는 싸움도, 미움도, 욕망도 없다고 했지?

그건 그것대로 좋아. 나도 기운만 있으면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야. 그런데 싸움과 미움과 욕망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그 반대의 것도 없다는 얘기기도 하지.

그건 기쁨이고. 행복이고. 애정이야.

절망이 있고 환멸이 있고 비애가 있음으로 해서 기쁨이 생기는 거야 절망이 없는 행복 따위는 아무데도 없어. 그게 내가 말하는 자연스러움 이라는 거야.

 


http://lawcher.tistory.com2008-02-18T10:17:320.3610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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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꽤나 유명한 책이지만, 이제서야 읽어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었습니다.

"상실의 시대, 네가 전에 추천해준 책 말이야."
"지금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읽을만 하겠니?"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의 답은 '글쎄' 입니다.
무척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에는 원칙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다는 책 속의 '나가사와'의 말처럼 이 책은 '시간의 세례'를 받을 지 않을 지 궁금합니다.

저의 감상은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 이라고 말씀드릴께요.

아래에는 위에 말한 감상을 기억하기 위한 구절의 인용과 저의 단상을 기록합니다.

1. 추억이란?

<젊은 Googler 의 편지>를 지은 김태원 씨가 소개한 '중독'의 정의는 '이번이 마지막' 입니다. 재미가 있어서, 친구들과의 티타임 시간에 '낱말정의' 놀이를 잠깐 해 봤습니다. 진행자인 저의 솜씨가 좋지 않아, 듣고 싶어하던 '추억'의 정의는 하지 못했죠. 여러분은 추억을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책 속에서>
18년이 지나버린 지금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는데 점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원은 생생한 느낌으로 기억하고, 그녀가 얘기한 우물도 여전한데........
 

2. 대학진학, 더 넓은 세상? 삶의 재부팅?
그런 방을 보고 있으면, 그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대학에 입학해 고향을 떠나 알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학교를 택한 건, 우리 고등학교에서 아무도 이 학교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야." 하고 나오코는 웃으면서 말했다.


3. 친구, 사귐, 대화

아마 내 마음 속에는 딱딱한 껍데기 같은 게 있어서, 그걸 뚫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내 팔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팔인 것이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나의 따스함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따스함인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이라는 데서 나는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죽은 친구의 연인, 나를 알아줄 것 같은 사람, 오래 걸으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그런 나오코를 남으로 거리 두는 와타나베. 그 거리는 나오코가 만드는 것일까? 와타나베가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죽은 기즈키가 만드는 걸까?


4.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이방인 


"그런데 왜 넌 그런 사람들만 좋아하는거야?" 하고 나오코가 말했다. "우린 모두 어딘가 휘어지고, 비뚤어지고, 헤엄을 못 쳐서 자꾸만 물 속에 빠져 들어가기만 하는 인간들이야. 나도 기즈키도 레이코 언니도, 모두 그래 어째서 좀 더 정상적인 사람들을 좋아하지 못하는 거야?"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일까요?
정상인이 되려고, 평균인이 되기를 바라며 주위를 끊임없이 살피고, 맞춰가며, 동시에 특별한 사람이 되고, 다른 대우를 받기를 바라며, 또 주위를 살핀다. 이 과정에서 실패하면 레이코나 나오코, 기즈키 처럼 물 속에 빠져드는 걸까? 어쩌면 나(와타나베)는 이들과 소통함으로 물 속에 빠지지 않으려는 건 아닌지?


5. 소통-둘이 좋은 경우와 셋이 좋은 경우

"성장의 고통 같은 과정을 치러야 할 때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바람에 그 고지서가 이제야 돌아온 거야. 그래서 기즈키는 그렇게 되었고, 나는 이렇게 여기 있는 거야. 우린 무인도에서 자란 헐벗은 아이 같은 존재였어. 배가 고프면 바나나를 따먹고, 외로워지면 서로 품에 안겨 잠들었던 거야. 하지만 그런 게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겠어? 우린 자꾸만 자라나고, 사회로 진출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너는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였던 거야. 넌 우리 둘을 바깥 세상과 이어주는 고리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 결국엔 잘 안 되었지만."

"그런 식사라면 하쓰미씨와 둘이서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네가 가주는 게 편해, 내게도 하쓰미에게도" 하고 나가사와 선배가 말했다. 세상에, 이건 기즈키, 나오코의 경우와 똑같지 않은가.


6. 마무리

<스틱>에서 지은이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왜 우리와 친구는 그렇지 못한데, 친구의 친구의 삶은 그렇게 드라마틱한 것인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이 4차원이라 이런 소설을 써냈다고는 생각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이쯤 되면 제가 '이상한 나라의 폴'이 되는 건가요?
http://lawcher.tistory.com2008-02-05T14:11:180.3610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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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위화-이광두의 인물 됨됨이

전편에 말씀드린대로, 이 번에는 '이광두'의 인물됨됨이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작가 위화가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구절 인용해 봅니다.
<> 안에 있는 글이 인용글 입니다.




어떠세요?
이광두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오시나요?
제가 느낀대로 한 번 적어 볼께요.

인물 이광두는

첫째,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한 사람입니다.
어린 송강이 캐러멜을 훔쳐먹는 걸 무서워 한 것에 비해, 어린 이광두는 어차피 엎지른 물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먹던 캐러멜은 다 먹어치우고 무서워 합니다.

둘째,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이런 기질을 사업가인 이광두에게도, 사기꾼인 주유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새끼 엉덩이 -> 엉덩이 대왕 -> 복지공장장 -> 빛쟁이 -> 폐품대왕 -> 전 중국거지연합장
->류진의 최고 이총재에 이르기까지 넉살좋고 항상 당당한 이광두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투자금을 다 날리고 쫄쫄 굶으면서 송강에게 굶었다고 얘기하는 모습에서도
실패자의 모습이나, 두려움, 비굴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 입니다.

셋째, 항상 잠을 잘 잡니다.
첫째와, 둘째에 연관되는 성품일 것입니다.
임홍을 사이에 두고 송강과 그 난리를 치고도 잠을 푹 잡니다. 여덟시간이나
어머니 이란을 모시고 갈 방안을 찾자마자, 잠을 푹 잡니다.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인물일까? 하는 부러움이 생깁니다.

넷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투, 낙천적인 대담함으로 만들어진 주변사람의 인식일 것입니다.
임홍은 그녀의 고통을 사랑하는 송강에게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리도 싫어하던 이광두에게는 털어놓습니다.
이광두의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한 몫 했겠지요, 그러나 저는 지위나 돈 보다는
이광두가 더 편했기에 고민을 털어놓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인용과 제 생각은 여기까지 입니다.
전 이광두 성격의 많은 부분을 닮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람을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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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위화

위화의 소설은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인생-살아간다는 것>, <허삼관매혈기> 다음이 이 책 <형제>입니다.

세 권이나 되는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한 마디로 '형제는 <인생>의 확장판'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생>에는 부귀와 그 가족의 평생이 우습고도 담담하게 드러나 있고요,
<형제>에는 송강과 이광두 외에 류진의 사람들의 인생역정이 해학넘치는 입담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저는 <인생>이 더 좋았지만, 이 책도 좋았기에
다음의 순서로 보여 드리려 합니다.

첫째, 송강의 인물됨
둘째, 이광두의 인물됨
셋째, 전반부 시대적 배경인 '문화대혁명'을 위화가 어떻게 그려내는지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 이 책 <형제>와 위화를 소개하려 합니다.

위화가 서문에 쓴 글처럼,
'꿈마저 균형을 잃어버리는' 불행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래에 서문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오늘날의 불균형한 삶입니다.
지역 간의 불균형, 경제적 발전의 불균형, 개인 삶의 불균형 등이 심리상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꿈마저 불균형하게 됩니다. 꿈은 모든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재산이며 최후의 희망입니다.

설사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꿈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늘날 우리는 꿈마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의 작가 입센이 한 "모든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책임이 있고,
그 사회의 온갖 폐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내가 왜 <형제>를 쓰게 되었는지 답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PS 궁금한 점은, 최용만 님이 중국소설을 어떻게 이렇게 옮기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지만, 원어로 보면 같은 감상을 가질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배한성 님이 활약한 맥가이버를 원어로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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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리진을 읽고-나에게 비극은 무슨 의미일까


언제인가 헐리우드의 영화를 비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비난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미국식 영웅주의로 무장한 유치한 영화이다.
둘째, 여자와 어린아이는 죽지 않는다.
셋째, 항상 해피엔딩이다.
오래된 기사이기에 제대로 기억하는지도 가물하지만, 대체로 위와 같은 이유였습니다.

비극에는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키는 무언가가 있다고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것도 같습니다만.

이제는 저도 비극보다는 행복한 결말을 보기를 원합니다.
마음이 변덕스런 저는, 작은 일에도 쉬이 감정이 변하기 때문에 더 그러합니다.
요즘 신나는 일이 별반 없기에 그러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밝고, 가볍고, 위트넘치고, 희망에 찬 것들을 보려 합니다.
이상하게도 신경숙 작가의 글은 그렇지 않아도 읽게 됩니다.

<리진>을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하실 겁니다.
마음 한켠이 아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도 치밀어 오르고 말이죠.
결국 무거운 맘으로 담배를 한 대 빼어 뭅니다.

제가 왜 신경숙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전의 독서노트를 버렸던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글 중에 <직지>이야기가 반가웠습니다.
아래에 청주에 있는 고인쇄 박물관 홈페이지를 링크시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는 고인쇄 박물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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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서도, 뭐라 글을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제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둠으로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합니다.

1권

<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빛나는 영혼을 가졌는지 상상도 못할 거요. >

< 이름을 통해야 우리는 비로소 그 존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왕이 그녀에게 내린 이름을 그는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불렀다. 춤을 출 때는 서여령으로, 자수를 놓을 때는 서나인으로, 소아에게는 진진으로, 강연에게는 은방울로 불리었던 그녀는 이제 리진이었다. >

<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

< 배 밭 근처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 적에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던 노릇이었다.
바느질을 해 주고 얻은 배를 긁어주며 어머니가 맛있느냐? 물으면 진이는 입이 미어져 대답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눈 앞에 왕비 뿐인데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내전을 두리번거리던 어린 진이의 눈동자에 설핏 물기가 어렸다. >

< 선교사님이 좋으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힘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게야. 너는 부자다 마음속에 선교사님이 있지 않니.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거든. >


 블랑 선교사의 선문답이 너무나 우습다.
꼭 우리나라 사극에 나오는 스님들의 말투라 그런가 보다.
정겹고 좋기만 하고, 그래도 또 웃음이 난다

2권

< 리진은 선 채로 '레 미제라블'의 아무 장이나 펼치고 물결치는 듯한 프랑스어를 들여다보았다. 하룻밤 편히 쉴 수 있도록 잠자리를 마련해준 밀리에르 신부의 집에서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치다가 들켜 끌려가는 장면이었다. 밀리에르 신부의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이 없었다면 장발장은 어찌 되었을까? 리진은 빙긋이 웃었다. 책을 읽는 일의 즐거움은, 어찌 되었을까? 를 상상하는 데 있었다. >

< 리진은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서 방금 전까지 쓴 내용을 쭉 읽어보았다. 마르세유에서 파리 리옹 역까지 기차를 탔을때 철마의 그 빠른 속도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 리진은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깃털 펜에 잉크를 찍었다. >

< 뱅상과 같은 파리의 젊은이들에게 평생 직장이라는 느낌을 주며 최고의 일터로 동경의 눈길을 받는 봉마르셰 백화점에 대해 조선의 왕비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에 잠겨 있던 리진은 편지쓰기의 무력함이 느껴저 깃털 펜을 여태 썼던 편지 위에 내려놓았다. >

< 법국에선 어떤 때에 가장 외로웠느냐? 제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때였습니다. 그래, 네가 누구 같더냐? 모르겠습니다. 먼지 같고 풀 같고 구름 같고..... 종내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왕비의 목소리가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리진은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다. 어느새 왕비가 잠이 들어 있었다. >
책을 읽는 중에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한민족으로 외국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고민을 한다는 점이 같아서 그랬나 봅니다.
그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올리려 합니다.
꽤 재미있는 책인지라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http://lawcher.tistory.com2008-01-21T14:27:340.3610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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