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든씨의 사탕가게 - 폴 빌리어드
Growing pains - The autobiography of a young boy


아무 생각 없이 서가에서 그냥 집어든 책입니다.
책 제목에 사탕가게가 있고, 표지그림에도 예쁜 사탕가게 그림이 있는데도 몰랐어요.
몇 장 읽다보니 비로소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읽었던 '체리씨 이야기'인줄 알겠더군요.
<연연>님 블로그 에서 보니 제목이 '이해의 선물' 이었다네요.

이 책은 '이해의 선물' 같이 예쁜 아이적 추억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미운 7살' 개구쟁이들의 말썽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아니 외려 말썽들이 더 많아요.


자~!
그럼 어릴 때 저질렀던 말썽들을 주제로 진실게임 해볼까요?
비록 남자들은 이렇게 얘기를 시작해도 결론은 군대얘기로 끝나겠지만 말입니다.

첫째, 야구하다가 유리창 깨기
유리창 깼노라고 말해서 혼나느냐, 부모님께 알려져 혼나느냐 사이의 시간이란 참 힘든 시간입니다.
워싱턴 전기에서 워싱턴은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받았는데, 위인전 읽고 비웃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둘째, 불장난 하다가 마른짚더미에 옮아 붙을 뻔 했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할아버지께서 놀라시며 불을 끄신 일.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르는 일입니다.

셋째, 지하수 파겠다고 마당 이곳 저곳을 헤집어 놓은 일
만화 과학 도서를 보고 땅만 파면 지하수가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삽과 괭이로 외가댁 마당 이곳저곳을 파 놓았더랬죠.
외손자를 예뻐해주셔서 그다지 혼나지 않았습니다.

넷째, 달걀 구워먹겠다고 달걀을 다 태운 일.
아궁이에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다가, 달걀도 구워보겠노라고 했다가 태우기만 했습니다. 많이 혼났습니다.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면 혼납니다'. 예쁜 외손자도 예외란 없습니다.

다섯째, 조용필이 TV에 자주 나와서 노래하던 시절에 막내 이모의 나이키 신발에 오줌을 누었더랬죠.아마 이모가 미웠었나봅니다. 결과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마무지하게 맞았을 겁니다. 괄괄한 막내이모의 가장 아끼는 나이키신발에 소변을 보다니 말이죠.


이 정도가 일단 저의 진실게임 고백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일으킨 말썽들과 부모님이 겪은 속상함은 비례하겠죠?
얼마나 속을 까맣게 태워드렸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겁니다.
부모님을 웃게 해드린 말썽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삼아 보기도 합니다.

말썽의 추억 속에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동무들이 살고 있고,
언제나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안내를 부탁합니다>에 나오는 말대로 '아직도 노래 부를 또 하나의 세상' 에 계십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뜬금없이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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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dfree 2008.11.13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광석의 목소리로 듣는 것도 좋지만, 원곡자인 김목경의 노래로 듣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더군요. 김목경 1집에 있는 곡인데, 들어보시라고 권하려니 이 곡만 어디서 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네요.

    • 로처 2008.11.13 1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이 글 쓰고 난 후에 처음 알았어요 김광석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김목경'이라는 가수가 먼저였군요.

      제가 읽은 글에서는, 김광석이 이 노래가 너무 좋아 녹음 하다가 울음때문에 그만 두기를 몇 번을 했다는 얘기를 보았더랬죠.

      한 번 들어봐야겠습니다. 김광석이 좋아하는 그 노래

잘 살아 보세
  - 민들레처럼


이것이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 아닐까 합니다.
삼전도의 굴욕도 있고, 주전과 주화의 말(言) 먼지도 있고, 서날쇠의 지혜로움과 나루의 생명력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책의 주제를 "잘 살아 보세"로 이해했습니다.



인조 14년(1636년 12월)
말(言) 먼지가 일고, 군량과 더불어 시간이 말라가는 곳,
그 곳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남한산성에 임금이 있고,
체찰사로서 난국의 해결을 시간에 맡기는 영의정 김류가 있고,
의로움과 충성심으로 주전을 말하는 예판 김상헌이 있고,
매국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임금이 살길은 화친이라 하는 이판 최명길이 있습니다.

주화파 이판 최명길을 목 베라는 주청을 올리면서, 강력히 주전을 외치다가 뒷구멍으로 달아나는 당하들도 있고, 자신들의 목숨으로 임금의 목숨을 살리는 당하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특하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서날쇠와 나루가 있죠.

모두가 나라를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충성으로 죽은 자도, 살아남은 자들도 말이죠
반만년의 역사동안 많은 외침과 내란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이름 아래 한글을 쓰면서 살 수 있게 해준 선조들입니다.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피난 가는 고려의 왕도,
도성을 버리고 몽진을 떠나는 임진년의 선조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건너고 있음에도 한강다리를 폭파시킨 정부도,
그리고 모질게 살아온 이름 없는 국민들도,
살아있어 우리가 있는 것일 테죠.

부끄러운 역사도 있고, 치욕적인 삶도 있었겠지만,
살아있어, 오늘이 있는 것일 테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논의해야 할 것은 말 먼지를 일으키더라도,
민들레처럼 살아가야겠습니다.
보다 즐겁게 말이죠.

끝으로 최명길의 말을 인용함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 온조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최명길의 이마가 차가운 돗자리에 닿았다. 왕조가 쓰러지고 세상이 무너져도 삶은 영원하고, 삶의 영원성만이 치욕을 덮어서 위로할수 있는 것이라고, 최명길은 차가운 땅에 이마를 대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치욕이 기다리는 넓은 세상을 향해 성문을 열고 나가야 할 것이었다. 최명길은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p. 236)


PS. 참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청나라 칸이 쓴 편지에 대해, 인조가 네 명의 신하에게 답서를 쓸 것을 명합니다.
내용인 즉, 청군이 그대로 돌아가 달라는 것입니다.

최명길은 화친을 주장해 오던 터라 문제가 없었지만,
나머지 세 신하는 만고의 역적 불명예와 어명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정육품 수찬은 몸이 아파 쓸수 없다는 글을 씁니다.
결과는 피똥싸게 장을 맞아 쓸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정오품 교리는 고민 고민 하다가 지병인 협심증이 도져 죽습니다.

정오품 정랑은 임금부터 주전파 주화파의 신하들은 물론이고, 군병들과 노복까지 모두가 살고자 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 길을 찾습니다.
바로 간택되지 않을 글을 지어서 바치는 것입니다.

남한산성과 고구려의 안시성은 비교할 수가 없을진대, 이 둘을 비교하는 글을 지어 바침으로 만고의 역적과 매국의 불명예와 임금의 어명 사이에서 죽을 위기를 면합니다.

여기에서도 교훈은 "잘 살아 보자" 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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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쉐아르 2008.09.29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살아 보세라는 주제로 남한산성을 풀어내셨네요. 저와는 정반대이십니다. 전 많이 답답했거든요. 제 서평에 그런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잘 지내시죠? ^^

    • 로처 2008.09.30 0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답함을 풀어놓으셨다는 서평 잘 읽었어요.
      작가의 문체를 따라 써 보신다는 시도도 재미있구요.

      나중에 또 찾아뵐께요

  2. okto 2009.01.28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소설의 주제가 '잘 살아보세'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과거에 어떤 과덕한 신하들이 있어 나라가 치욕을 겪었든 그 시련을 딛고 지금까지 이어져왔으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민심은 항상 나라를 향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가 민심을 져버렸을 경우에 말이죠. 민심을 헤아리는 것이야말로 애국심의 원천이고 난세의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 로처 2009.01.29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okto님 댓글을 읽고 뜬금없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이순재씨가 한 말이 생각이 나네요.

      "잘만하면 참 괜찮을 텐데."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요.
      배타적 민족감정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면, 과장되었건 왜곡되었건 우리나라만큼 애국심과 민족에 대한 충성으로 똘똘뭉친 시민들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윗사람들이 참 왠만큼만 하면 시민들은 참 많이 옹호해주고 따라주고 할텐데 아쉽습니다.

1.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 보세요

영화보다 짧은 책입니다.
가볍고 짧은 책임에도, 먹먹해진 가슴을 내리누르는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 읽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스포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탕자의 형' 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죠.
그저 가슴이 답답하고 아립니다.
너무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극중의 김 집사처럼 용서를 강요하는 실수를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겠습니다.


2. 누가 용서와 화해를 말하는가?

8월 15일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 입니다.
정부수립일 이기도 하지만, 광복절 입니다.
말장난 같은, 건국절 얘기로 '상생과 화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내우'를 만들어 '신화의 시대'를 방해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의 사과와 피해보상은 마무리 되지 않았습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망언은 계속 되네요.

그런데 몇몇 정치인은 자위대 창설 기념식(2004년 서울)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관계의 정립'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본과의 발전적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더라도, 짚을 것은 짚고 갑시다.
아래에 쿠키뉴스의 위안부 할머니 인터뷰 기사를 링크해 놓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링크> 쿠키뉴스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1000908&cp=du

<PS>.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친일의 과거진상 규명이 반공과 양립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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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개성상인>과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읽고서, 오세영 작가의 책을 더 찾아보던 중에 이 책 <원행>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 이라는 드라마의 원작소설임도 알게 되었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몇 가지 단상들을 끄적여 봅니다.

1. <원행> 과 <영원한 제국>

이 두 책의 비슷한 점은, 사도세자의 죽음, 금등문서, 그리고 개혁군주인 정조와 그의 정적들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이앙법과 상업의 발달로 생산량은 증가하지만, 민생이 곤궁해 지는 시기에 정조의 개혁을 찬성하는 데에는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점은,
<영원한 제국>은 긴박한 하루를 다루었고, <원행>은 8일간의 원행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 활극의 장면이 많고, 이해하기 쉬운 짧은 위기의 사건과 해결이 있어서, 저는 원행이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재미를 가르는 기준은 정조의 붕어 여부 입니다.
<영원한 제국>에서는 정조에 가해지는 음모와 위해를 결국은 막지 못하고 맙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책하면서 타향에서 외롭게 노년을 보냅니다.

2.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 - 한국판 홈즈?

드라마 <이산>과 다르게 정조의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약용과 장인형이 주인공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비교하자면, 한국판 셜록 홈즈, 정약용으로 생각하시고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벽파들의 병권 장악 공작과, 문인방과 홍재천 일당의 음모를 막아내는 구도가
루팡 대 홈즈의 대결을 보는것 같이 신이 납니다.
최고 검사 장인형의 활극도 끼어 있어서 재미를 더합니다.

아래에 간략히 등장인물도를 그려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너무 적을 많이 만든 정조의 조급함

[ 약용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길고도 험한 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민산(民産)의 불균(不均)을 없애는 것이 개혁의 시작인데, 말만큼 쉽지 않았다. 가진 자들은 순순히 재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사대부들이 합심해서 가로막고 나서면 아무리 국왕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이 니라의 법도며 전통이었다. 그러니 신권(臣權)을 억누를 수 있는 강력한 왕권을 이룩해야 했다.

하지만 변화에 반발하는 수구세력을 제압하는 일이 진정한 개혁의 전부는 아니었다.
섣부른 개혁은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중구난방의 혼란이 일면 혹세무민하는 무리가 나타나서 우매한 백성들을 현혹할 것이고, 또 사람들은 영악해져서 제 밥술 챙기기에 눈이 벌게질 것이다. 그리되면 국기가 흔들리고 미풍양속이 자취를 감추면서 억조창생은 도탄의 길로 빠질 게 분명했다.

초조감을 느낀 것일까. 지금 주상은 너무 벽파를 적으로 내몰고 있었다.
약용은 그게 걱정이었다. 융화를 도모해야 한다. 상대를 자꾸 적으로 돌리는 것은 진정한 개혁의 걸림돌이다. ] ( p. 43 인용)

너무나 많은 적을 만들어 개혁에 발목을 잡히고, 그의 사후에 나라는 쇠락의 길을 걷습니다.
그 어느 대통령을 닮았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종부세가, 사학법이, 쇠고기 수입이, 국보법이, 법인세가, 국가에 미칠 영향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전 모르는 게 너무 많네요.

국가라는 대의 속에는 거짓말이 넘쳐 나는 듯합니다.
사천만이 넘는 국민들은 저마다 너무 다른데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쉬운 거짓말에 속아주는 충직한 국민들이 많지는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적어도 사안별로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하면, 어설픈 '국익'에 덜 속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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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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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으면서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집어든 책입니다.

기대했던 바대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산만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은 것도 적고, 정리도 어렵네요.
일본식 이름, 메이지 시대, 낯선 방식의 소설, 등 많은 부분들이 낯설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정리가 안 되어도 짧은 느낌들을 그냥 나열해 보려고 해요

1. 왠지 낯선 일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현대 또는 몽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는 일본이라는 이질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메이지 시대부터 태평양 전쟁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격변과 전쟁으로 미네코 주위의 사람들이 겪는 불행에도 선뜻 동감할 수가 없네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히무라 켄신' 이라는 애니를 특히 좋아하면서도, 그의 사무라이 복장과 중일 전쟁의 묘사 부분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 http://www.sonymusic.co.jp/Movie/TV/Kenshin/index.html>


어설픈 반일감정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나 피해의식 때문인지 선뜻 알 수가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얼굴은 보지 못한다" (p. 196)

처럼 저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들여다 보는 것이 꽤나 어렵습니다.


2. 히어로즈

책의 전반부에는 목가적이고, 가정적입니다.
그래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빨간 머리 앤>이 연상될 정도이죠.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초능력 집단의 등장으로 난데 없이 스릴이 넘쳐 납니다.
(제가 온다 리쿠가 처음이라 난데 없었던 것이겠죠)

미래를 내다 보는 '먼 눈' 그리고 사람을 담아 두는 '도코노 일족'이 등장 합니다.

미드 열풍이 불 때 본 유일한 미드 <히어로즈>가 생각이 나네요.


3. 신기한 책 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미스테리와 몽환적 이야기들을 좋아하나요?
하긴 제가 어리석은 질문을 했습니다. 고작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온다 리쿠의 책 몇 권 보고 말이죠.
이런 소설도 있구나 싶습니다. 저에겐 신기한 소설이었습니다.

<빛의 제국>과 <엔드 게임>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아울러 느끼한 서양음식 먹은 후 김치가 먹고 싶은 것처럼, 박경리 선생의 <토지> 읽어 보고 싶습니다.

<토지>는 '읽고 싶다'와 '읽어야 한다' 사이에서 아직 읽지 못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다른 분들은 온다 리쿠의 소설을 어떻게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검색해봐도 몇 분 만나기가 힘드네요
온다 리쿠 어떻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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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의추억 2008.07.09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람의 검심은 저도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전 예전에 반딧불의 묘를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이상한것은 일본인들은 전쟁을 혐오하는 교육을 받고 자랐는데도 일본 문화 곳곳에서 보면 아직도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묘한 향수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아쉽게도 밤의추억은 아직 온다 리쿠를 알지 못하니 한번 그의 소설을 읽어보아야 할 듯 싶습니다. 좋은 책 소개 잘 읽고 갑니다.

    • 로처 2008.07.09 1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책에서 주인공은 좋은 추억을 회상하면서, 최근의 참혹한 전쟁으로 지인들을 잃게 된 것을 슬퍼합니다.
      제가 이해할수 없었던 점은, 피해국(?)의 후손으로 가해국 국민의 상심이었는데요

      밤의 추억님의 댓글을 읽고 나니 좀 명확해 지는듯 합니다.

      결국 민족간 분쟁이나 국가간 전쟁은 전체(국민과 국익)의 이름아래 자행되지만, 전범국의 개인들도 충분히(-피해국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고통 받는다는 것을 제가 간과했던 것 이었네요.

      솔직하지 못하게 전체나 국익 또는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 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날이 참 더운데 더위는 저한테 파세요 더위에 강하니 말이죠 ^__________^

  2. 춘배 2008.07.19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다리쿠의 소설을 처음 잡게된 계기는 아는분의 블로그였는데요
    현재 번역판으로 나와있는 책은 모두 구매하시고 읽으신 분이였습니다.
    온다리쿠의 글은 뭐랄까 물흐르듯이 자연스럽다가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어들의 나열로만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의 4번째 이야기가 그렇게 다가왔는데요
    일단 이 '삼월은' 이야기는 몇권의 책으로도 더 나와있어서 그 책들을 다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리라 생각 중입니다
    어떻게 읽는가라고 물으시면 미스테리함에 초점을 두고 읽는 편이랍니다
    가끔은 읽다가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언가때문에 무서워서 책을 덮곤합니다
    그만큼 흡입력도 대단하구요(묘하게분위기가있어서)
    도노코 이야기는 '삼월은' 을 다 읽은 후에 읽을 생각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이 시리즈도 읽어보세요:-)

    • 로처 2008.07.21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삼월~'부터 읽었으면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었겠다 싶네요. <도서실의 바다>, <민들레 공책>, <엔드게임> 순으로 도코노 시리즈를 이제 막 읽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이제 그만 읽으려는데, 불을 댕겨 주시네요.

      기회가 되면 <삼월~> 부터 다시 읽어볼께요.
      방문 감사합니다.

  3. 설애 2009.08.24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삼월~"부터 시작했는데,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작하는 작가여서 그런지 책마다 완성도라던가 느낌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삼월~"시리즈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 - 흑과 다의 환상 상,하 -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 황혼녘 백합의 뼈"의 순서로 읽는게 좋다고 하는데요. 미스테리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초콜릿 코스모스"는 연극에 관한 이야기로 마치 "유리가면"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도서실의 바다-여섯번째 사요코 - 밤의 피크닉" 이 연작이라고는 하는데, 딱히 그런 느낌은 없구요. 여섯번째 사요코는 왠지 결말이 미적지근하고, 밤의 피크닉은 큰 사건이 없지만 잔잔한 느낌이 있습니다.
    온다 리쿠의 작품은 "네버랜드"가 대표작이라고 하는데, 아직 안 읽어서 모르겠네요.
    특별한 느낌이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 로처 2009.08.24 2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블로그를 들르지 않아서 이제사 댓글을 확인했어요.
      관심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언제 읽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좋은 정보 주신 것과 댓글 감사합니다.


이 책으로
온다 리쿠 를 처음 만납니다.

10개의 단편 소설 모음집 이네요.

미스터리, 공포, 기담 등의 모음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시간 때우기 위한 이야기들 같은데도,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그것도 강하게 ……

 

너덜너덜 해진 졸업앨범을 뒤적여 볼 때의 감정들이 꿈틀댑니다.

웃음, 따뜻한 추억, 친구들, 그리움, 아쉬움, 후회…….들이 말이죠

 

밤에 지도를 그린 기억

어린 시절의 젊은 부모님에 대한 기억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릴 적 동무들

좋아했던 선생님들

못살게 굴어서 용서 빌고 싶은 친구

잘해 주지 못한 풋사랑

 

비 소리 좋은 날

담배 한 개피 피우면서

감정과 기억을 끄적거려 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 MBC 홈페이지 (MBC가이드 1995년 5월호)



예전에 MBC에서 <테마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었습니다.

단막 콩트이면서도, 참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프로그램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편하게 추억놀이 또는 상념놀이 해 보실 분 읽어보실 것 추천합니다.

 
P.S :
'헛소리' 또는 '쓸데 없는 소리'로 치부되어도 할 말 없을 것 같은 주제의 이야기가 이렇게 멋지게 단편집으로 나오는 것을 본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도대체 난 컨텐츠에 대한 어떤 강박적 규칙에 얽매여 있는지를 되돌아 봅니다.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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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의추억 2008.07.05 1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단편집은 하나 하나씩 읽을때마다 성취감이 있어서 좋더군요. 성격상 소설을 잘 안 읽은지가 오래 되었는데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테마게임... 옛날 생각나는군요. 홍기훈하고 임백천도 보이네... 요샌 뭐하는지... 김용만하고 김국진은 요새도 보이는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로처 2008.07.07 1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 책 중에서 "화장실에서 보는 책" 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어요.
      정확한 제목은 아니지만요.
      그 책의 제목처럼 쉽게 쉬엄쉬엄 읽을만한 책이에요.
      쉬고 싶으실 때, 읽어 보실만 할 겁니다.
      댓글 감사해요~!


소설책을 집어듭니다.
옆에 백지와 포스트 잇 그리고 연필을 준비합니다.

빠르게 책장을 훑으며 밑줄도 긋고, 포스트잇도 붙이고 메모도 합니다.

수험서도 아닌데...... 하며 책을 부지런히 읽다 보면,

공복 때문인지, 연거푸 마시는 커피 때문인지, 이런 책 읽기 때문인지 속이 쓰려옵니다.


책을 다 읽고, 메모하고 밑줄 그으며 난리 피웠던 흔적만 남네요.

뭔지 스스로도 모를 생각의 조각들이 있을 뿐입니다.

1권을 내내 이렇게 읽다가

2권부터는 편히 읽었습니다.

메모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한결 편해졌습니다.

이외수 작가의 책을 처음 봅니다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편함'이라고 느꼈습니다.
실실 웃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면서, 편하게 보는 것이 작가도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말이나 머리말이 없는 것도 편하게 보라는 작가의 배려이지 싶어요.

이외수 작가의 다른 책들도 즐겁게 볼 기대를 해봅니다.

이제는 이 책 얘기 좀 해볼게요.

달이 뜨지 않습니다.

한가위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달과 관련된 일체의 용어도 사라집니다.

월요일(月曜日)은 인요일(人曜日), Monday Manday로 바뀝니다.

이렇게 달이 사라지고, 달에 관한 사람들의 기억 모두 사라짐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책을 펴자마자, 판타지 소설인가 SF인가 상징일 뿐인가 알 수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처럼 별의별 사람들이 다 등장합니다.

희안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네 모습들이기도 합니다.

단 무릉도원에서 오신 도인 할아버지와 소요낭자 그리고 도인들 빼고 말이죠

도인 할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이나 좋아하시는 무협지의 고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양 만화에 등장하는 각종 맨들과 비교도 안 되게 통쾌합니다. 난감한 뒤끝도 있습니다.

왜 통쾌한지와 그리고 난감한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버릇없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있어도 어른으로 훈계하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훈계하다가 불상사라도 있게 되면 대서특필되어 인터넷에는 공분이 넘쳐납니다.

불필요하게 소통만 가로막는 윗사람의 권위 외에 필요한 권위는 무엇이 있을까요?.

 

노인이 대접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있는 오늘,

웃어른이 아랫사람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야 하는 분위기,

그리고 어른이 어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현실에서 보기 힘들어진 어른의 권위를 볼 수 있어서 통쾌했나 봅니다.

난감한 점은 제영과 찬수 커플을 마냥 욕할 수 없는 ''의 입장을 보면서, 그리고 비범한 노인이 상대하는 악한의 중심에 '막초딩'이 있으니 통쾌한 이면의 난감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저로서는 이 외에 이외수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내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작가의 이런 저런 생각들을 용케 억지스럽지 않게 꿰매었구나 싶은 느낌은 듭니다.

특히 2권에서 개방정신병동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 하나가 이외수 작가를 이루는 조각들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래에는 <배꼽>이라는 책 중에서
우물물 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췌했습니다.

<우행시>에 나오는 수녀님이 행악하는 상대주의자라고 비난해도 전 <장외인간>을 읽으면서 특히, 정신병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글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
이하 [] 부분이 인용부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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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나열한 셋 모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이유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실낱같은 단서로 엄청난 작품을 썼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래에 작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1. 베니스의 개성상인 - 작가의 말 (p 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83년 12월 1일자 신문들은 일제히 그림 한장을 외신으로 전하고 있었다.
플란더즈 화풍으로 잘 알려진 거장 루벤스(1577~1640)의 '한복을 입은 남자(A Man in Korean costume)' 라는 그림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400년 전의 서양 화가가 조선옷을 입고 있는 한국 사람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다니! 그 당시 유럽에 조선 사람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시간이 차츰 흐르면서 나는, 피렌체에 살고 있던 프란체스코 카를레티라는 이탈리아인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노예로 사간 조선인 안토니오 꼬레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 조선인이 지금도 남부 이탈리아 알비 지방에서 꼬레아라는 성을 쓰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선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그림 속의 남자는 임진왜란 때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갔다가 노예로 팔려 이탈리아까지 가게 되었던 안토니오 꼬레아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방인인 안토니오 꼬레아는 이탈리아에서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아갔을까.

시대를 뛰어넘는 안토니오 꼬레아의 머나먼 여행 이상으로 내 뇌리에 강하게 인식된 것은 한복을 입고 있는 남자의 알듯 모를듯한 잔잔한 미소였다.
그의 입가에는 비천한 신분의 사람에게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혈단신으로 그토록 먼 세계로 간 사람이 어떻게 그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을까. 더구나 루벤스같은 명장을 초빙해서 그림을 그리게 했을 정도라면 사회적
신분이나 재력도 상당했을 게 아닌가. 그 사람이 정말 안토니오 꼬레아라면 어떻게 해서 먼 이국 땅에서 자수성가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조선에서는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이었을까.
궁금증은 더해가기만 했다. 생김새로 보아 경기도 서해안 지방사람 같다는 추측(조선일보 1984. 11. 23)만이 유일한 실마리였다.

그렇다면......
나는  추리를 계속해 보았다. 외국인, 더구나 동양인으로서는 정계에서 활약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종교계에서 활약했다면 교황청의 기록에라도 남아 있을텐데 쪽의 기록도 전무했다. 그렇다면 그 당시 상업도시였던 베니스에서 상인으로 자수성가한 것은 아닐까. 더구나 경기도 서해안 지역의 사람 같다는 외모로 보아서 러한 추리가 무모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이 글은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한 인물을 통하여 400년 전의 역사가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과 결합해서 만들어진 이 작품이, 대인들에게 역사의 의미를 되새김질할 수 있는 작은 귀감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1993년 늦은 봄
오세영



2. 리진 - 신경숙의 작가노트


내가 리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사 년 전이다.
R이 외국어대학교 블레스텍스 교수가 백 년 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조선에 관한 책을
가지고 있는데 특이한 이야기가 있어 번역을 했다며 보여주었다. A4용지 한 장 반 정도 되는 분량이었다.
그걸 보기 전까지 나는 내가 백년 전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조선에 처음 로 파견된 불란서 외교관이 조선의 궁중 무희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와 함께 파리로 건너갔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게 뭐? 하며 무심히 읽었다.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백년 전에 불어를 빛나게 구사했다는 그녀의 행적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중략>

너무 야윈 나머지 마치 장난삼아 여자 옷을 입혀놓은 한 마리 작은 원숭이 같아 보였다.....는 문장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이윽고 다시 던져진 사슬이 자신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어 결국 종이를 삼키고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를 읽어내리는데, 동시대인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본 대가로 깨진 유리조각들을 손에 움켜쥔 채 피흘리고 있는 백 년 전 한 여인의 고통이 나를 엄습했다. 다른 소설을 준비중이었는데 잘 풀리질 않아 아는 이 없는 낯선 길거리에 홀로 넘어져 있는 기분에 빠져 있던 때였다.
땅에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

R에게 전화를 걸어 A4 용지 한 장 반 안에 갇혀 있는 그 여인을 소설로 되살려보겠노라고 했다. 그날로부터 나는 하던 일을 접고 리진을 찾아 헤맸다. 자료를 모으다가 R이 따로 변역해 보여준 원서가 '프랑스 외교관이 본 개화기 조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어 있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중략>

파리에서 그녀의 자취를 찾기를 포기하고 한국을 뒤졌다.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온갖 것들이 어떤 방편을 통해서든 기록되던 시대인데도 그녀에 대한 것은 단 한 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실존인물인가? 의아할 지경이었다. 크게 실망을 했으나 여러 달이 지나자 다른 근력이 생겼다. 전기를 쓰려는 게 아니라 소설을 쓰려는 것이다, 싶었던 것이다.



3. 대장금 - 김영현 작가 인터뷰 (월간조선 2004년 5월호)

기사를 보면, 이병훈PD가 장금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네요.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 중종 대의 장금과 선조 대의 장금이 딱 두 명이 나오는데, 그 중 중종실록에 중종 28년에 '대장금'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중종 39년에 대신들이 들어와서 '남자 의관들의 치료를 받으라'고 주청을 드리는데, 중종이 '내 병은 여의가 안다. 그러니 너희들은 걱정말고 물러가라' 고 하는 대목을 보고

'아, 장금이가 주치의가 됐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존경받고 사랑받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이것 뿐이겠냐만,
이 세 작품만 보더라도, 작가들에 대한 존경과 부러움, 사랑이 샘 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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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우예슬 양과 이혜진 양의 명복을 빕니다.


연일 신문, 방송에 안양초등학생 사건 기사가 보도 되고 있습니다.

끔찍하고, 몸서리쳐지게 무서운 일입니다.

그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무서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사형제 존폐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분노하고, 사형 이상의 형벌이 있으면 그것을 집행해야 할 것만 같은 선정적인 기사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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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드맨 워킹>                  <타임 투 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진출처 - DAUM 영화

데드맨 워킹에 대해 정리를 잘 해 놓으신 분의 블로그를 링크함으로 대신합니다.

류다 님의 블로그 - <데드맨 워킹-죽은 자와 함께 걷는 삶의 길>
그리고 여기에서는 우..시의 몇 부분을 인용하려 합니다.

이렇게 저는 최대한 객관적인 척,

비겁하게 거리를 두고 숨어 보려 합니다.

답을 모르겠습니다. 결론을 내리기 힘이 듭니다.

그렇게 또 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행시>에 나오는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에 네모표 안은 우..시의 구절들 인용입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 - 밥 딜런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높은 산이 씻겨 바다로 흘러 들어갈까

사람이 자유를 얻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사람이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봐야 진정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걸 알게 될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어떻게 몰라?

아까 보니까 고모는 여기 서울 구치소 종교위원이라던데…….

저 사람한테 편지하려고 했을 땐 뭐 좀 알아보고 했을 거 아냐?

 

난 저 애를 오늘 처음 만났다. 유정아, 저 애랑 난 오늘 처음 만난 거야. 그게 다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너는 누구를 처음 만나서, 이제껏 무슨 무슨 나쁜 짓을 하다가 여기서 이렇게 날 만나게 되었습니까? 하고 묻지는 않잖니. 자기 입으로 그 얘길 하면 그냥 듣는 거지. 나에게는 오늘 본 저 애가 처음인 거다

오늘의 저 아이가 내게는 저 아이의 전부야.

 

그래서, 죄인이 그렇게 금방 천사처럼 변하는 게 좋아서……

하느님의 말씀이 요술 지팡이처럼 인간을 변화시키는 거 보고 고모랑 여기 드나드는 종교위원들 신앙심이 더 강해지나보지? 이상할 것도 없잖아.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언제고 자기네들 죽는다니 무서운 모양이지. 자기네가 다른 사람 죽일 때는 안 무서웠는데 이제 자기네들 죽인다니까 무서워서 얼른 착해지나보지…….. 그렇다면 사형제는 참 좋은 거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조금은 착해지는 게 보통일 테니까. 고모가 그때 교도관에게 말했던 그대로 최고의 교화잖아?

 

 

그럼 힌트를 줄게.

자기들이 죄를 지었다는 걸, 사연이야 어떻든 적어도 인정한다는 쪽이 하나 있고, 자신들은 죄가 있기는커녕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쪽도 있어. 앞의 한쪽은, 그들은 최소한 몇 번의 잘못으로 평생 동안 벌을 받지만 다른 한쪽은 그걸 반복한다는 거지. 자신들이 꽤 괜찮은 인간들이라고 생각까지 해가면서…… 그럼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이 중 누구일까요?

 

 

유정아………고모는 ………. 위선자들 싫어하지 않아.

뜻밖의 말이었다.

 

목사나 신부나 수녀나 스님이나 아무튼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위선자들 참 많아. 어쩌면 내가 그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르지……..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해. 죽는 날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난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난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

 

그리고 고모가 그것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아무 기준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남들은 남들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물론 그럴 때도 많지만 한 가지만은 안 돼.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거라는 걸, 그걸 놓치면 우리 모두 함께 죽어. 그리고 그게 뭐라도 죽음은 좋지 않은 거야…….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 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존치론자가 되고,

사형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폐지론자가 된다…….

 

 

기도해 주거라. 기도해.

사형수들 위해서도 말고,

죄인들을 위해서도 말고,

자기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위해서 언제나 기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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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원숭이 서문 중 발췌 - 무라카미 하루키

[] 안의 내용이 인용부분 입니다
.

[ 나는 실은, 이런 정도 길이의 짧은 스토리를 아주 즐겨 씁니다.
물론 긴긴 장편 소설을 쓰는 작업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틈틈이 이렇게 짧고 재미있고 펑키한 스토리를 쓰다 보면, 마음이 상당히 가벼워집니다.

일이라기보다는 취미에 가까운지도 모르죠. 그래서 이번 달에는 무슨 얘기를 써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술술 담숨에 써내려 가고, 이것으로 끝, 그런 식이었습니다. 조금도 고생스럽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만약 당신이 내게 "이런 얘기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 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아니, '의미가 없다'고 하면, 오해를 부를지도 모르겠군요.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그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의미는 아마도 - 깊은 수풀 속에 들쥐가 숨어 있는 것처럼 - 어딘가에 있을 테죠.
내가 그런 스토리를 문득 떠올렸고, 거기에는 내가 그런 스토리를 떠올릴 만한 '필연성'이 반드시 있었을 테니까요.
분명히 들쥐 정도 크기의 필연성이.

그러나 나는, 그 들쥐가 수풀 속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는 말입니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술술 써내려갔다. - 그것도 신나게 썼다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우리는 우리들대로 즐기고, 들쥐는 들쥐 나름으로 재미있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


P.S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 곳을 찾아가 보세요.

        오유미님 블로그 입니다.

        가셔서 Haruki 탭을 찾아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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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유미 2008.03.05 0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것을..
    저는 하루키를 만날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하지요.
    하루키를 만난 초기에는 저도 여러 평론가들처럼
    그의 기호를 분석하고 했지요.
    그냥 즐기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어쩌나 이곳에 왔네요.. 님의 하루키에 대한 애정을
    읽고 갑니다..^^

    • 로처 2008.03.05 1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루키를 좋아하는 건 제 친구예요.
      좀 독특하긴 한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추천으로 읽어 봤습니다.
      저에게는 '나쁘지 않다' 입니다 ^^;
      방문 감사합니다. 정말 하루키를 좋아하시나 봐요.



# 하루키의 작품후기 중

* [] 안의 부분이 인용 부분 입니다.

[ 이
소설은 내게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했다.
일단 발을 들여놓게 되면 좀처럼 그곳에서 자신을 해방시킬 수가 없었다. 역시 가게를 운영하면서는 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때, 소설은 누가 뭐라고 해도 폭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소설이라는 것을 두들겨 패서 타고 넘거나, 아니면 그곳에서 발목을 잡혀 짓밟히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곳에는 융화와 협조의 정신은 없다. 하양 아니면 검정, 승리 아니면 패배뿐인 것이다.

어쩌면 이런 식의 표현이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용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쓰는 과정을 통해서, 나는 진짜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눈이 떠지는 듯한 생각이었다.

이전의 두 작품은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나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소설을 썼다. 물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게임 같은 것이기도 했다. 마음에 든 조각을 바꿔 붙여서 머릿속에서 차츰차츰 선호하는 이미지를 부풀려가고, 그것을 문장으로 바꿔서 옮겼다.

하지만 이 <양을 둘러싼 모험>은 완전히 달랐다.
이 작품은 물론 내가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작품은 나라는 존재와 격렬하게 대치하는 칼끝을 갖고 있다.

그것은 내게 어떤 종류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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