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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 궁전 - 폴 오스터
    문학, 소설, 등 2009. 1. 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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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유도 없는 절망에 허우적대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 적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 절망에 허우적댑니다.
    포그의 아파트 관리인이 그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토마스 에핑이 그랬고.
    솔로몬 바버가 그랬고.
    M. S 포그가 그렇습니다.

    외삼촌, 아버지의 죽음이나 재정위기가 원인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합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세 사람은 허우적댑니다.

    마땅한 원인이 없기에 절망의 해결책도 없어 보입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따위는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데,
    그런 것 생각할 겨를 없이 바동거리며 살아도 바쁜 삶인데 말이죠.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욕을 먹어도 한참을 먹을 나약한 그들에게, 배부른 그들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면서 읽게 되는 이 책은 좀 우울합니다.

    읽다가 접은 책이지만 왕멍은 <나는 학생이다>에서 유배생활의 고독과 절망 속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배움'과 '공부'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달의 궁전>의 솔로몬 바버와 M. S 포그 역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토마스 에핑은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나 그들을 잠시나마 구원한건 '키티 우'나 '에밀리 포그'에 대한 사랑이었네요.
    그리고 '빅터 포그'나 '솔로몬 바버'와 같은 혈육이었습니다.

    아무튼 지금 끼적거리고 있는 저도 책을 읽습니다.
    부엌에 계란을 떨어뜨리고는 공원에서 노숙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 2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작가의 가르침?

    우스우면서도, 동질감 느껴지는 포그의 절망에 대한 대처 외에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눈 먼 토마스 에핑에게 사물을 설명해야 하는 포그의 깨우침이었어요.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처음 봤을 때에는 무언가 영감을 제공해 주는
    것 같아서 인용해 봅니다.

    M. S 포그는 토마스 에핑이라는 눈 먼 노인의 비서직을 갖게 됩니다.
    책을 읽어주고, 같이 산책을 하면서 거리의 사물을 설명해야 하죠. 그 산책의 첫 날 길 한가운데서 포그는 에핑에게 큰소리를 듣습니다.


     "빌어먹을!"
    그가 호통을 쳐댔다.

    "그 대가리에 박힌 눈을 쓰란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데, 자네는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가로등>, <아주 평범한 맨홀 뚜껑>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어떤 두 가지 물건도 똑같지는 않아, 멍청이 같으니라고, 어떤 바보라도 그건 알아. 나는 지금 우리가 뭘 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야, 빌어먹을! 자네가 나한테 확실히 설명해 주길 바라는 거라고!"  (p. 176)


    이래서 포그는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을 보고 그에 대해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죠.
    마치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태어나서 처음인 것처럼 느껴봐." 라고 하는 말처럼 말이죠.
    포그는 세 가지 생각을 전해줍니다.


    첫째, 아무것도 당연시해서는 안 되었다.

    둘째, 긴 설명으로 그를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내가 말하는 문장들을 단순화하고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부수적인 것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나는 어떤 사물 주위로 더 많은 여유를 남겨 두면 남겨 둘수록 그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178~180)



    # 3 가끔은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를 잊자

    토마스 에핑은 황무지의 동굴 속에서 은신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잊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충만한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해 합니다.

    결과나 평가가 머리를 짓누를 때, 잠시 벗어나서 자신에게 충만해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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