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알아보는 데에는 많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건투를 빈다>에서 김어준씨는 모든 것이 부족한 여행을 같이 떠나보면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사람의 성장환경이나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고도 하고요. 누군가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 책 <연을 쫓는 아이> 에서 '나'(아미르)를 말하기 위해 기억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그 주요 인물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곰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1. 아미르를 이루고 있는 인물들

바바 - 아미르의 아버지

커다란 체격에 사회적 성공과 부까지 거머쥔 사람으로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
자신의 아들에게는 자상한 면이 부족한 전형적인 아버지상이죠.
이마르는 바바를 존경하고 그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어 하지만, 그와는 너무 다른 자신을 보면서 실망도 하고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로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미르는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합니다.


라힘 칸 - 아버지의 친구이자 아미르의 친구

아미르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열패감을 느낄 때에 힘이 되어준 어른친구 입니다.
아미르가 처음 이야기를 썼을 때 목말라 하던 칭찬을 해준 인물이 '라힘 칸'과 '하산' 이죠.
아버지에게 바라기 힘들었던 자상한 격려를 해주는 사람으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을 뻔 했을 만큼 자상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라는 전화 한 통으로 이마르가 자신의 곰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하산 - 하인이자 친구인 하자라인

절대 자신을 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소년입니다.
글을 몰라도 영리하고 지혜로우며 부지런한 영혼이죠.
그리고 늘 짓는 미소로, 정직으로, 새총으로 곰과 겨루는 인물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을 합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아세프 - 히틀러를 존경하는 인물. 곰의 화신(?)

타헤리 소라야 - 아미르의 아내

아미르가 힘들 때나 기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소랍 - 하산의 아들


2. 곰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가을의 전설>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했어요.
브래드 피트가 곰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 말이죠.

이 책의 앞부분에 느닷없이 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버지는 옛날에 발루치스탄에서 맨 손으로 검은 곰과 겨뤘다고 한다. (P. 24)


'바바'는 다양한 사회활동과 기부를 통해서 곰과 겨룹니다.
'하산'은 그의 정직과 충실 그리고 새총으로 곰과 겨룹니다. 빠질 수 없는 그의 미소까지.
주인공 '아미르'는 곰을 보고 도망친 기억으로 괴로워합니다.
곰을 외면한 대가로 그는 계속 거짓말을 해야 했고,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그러다 아래와 같은 결심을 합니다.


다시 라힘 칸의 아파트로 돌아가는 인력거 위에서, 내 문제는 항상 누군가가 내 대신 싸워주었던 것이라는 바바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이제 서른 여덟 살이다.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지고 있고 최근에는 눈가에 잔주름이 생기고 있다.
이제는 조금 나이가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 스스로 싸움을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든 것은 아닐 것이다. 바바가 많은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 문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중략>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린 나는 그에게 내 결심을 전했다.
카불로 가겠다고, 아침에 캘드웰 부부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P. 339, 340)



아미르가 곰과 겨루는 장면은 이 책의 후반부 이야기 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네요.
그리고 이 책은 아미르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끝이 납니다.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저는 곰으로부터 달아나려는데 제자리걸음입니다.
다시 '선택', '책임', '감당' 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힙니다.
왜 이리 망설여지고도 어려운지요.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reenbea 2009.02.25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두꺼운 책도 잘 읽는다고 나름 자부했는데..이 책은 참 읽기가 힘들더군요.

    아마 반..정도 읽고 나서 덮어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

    선택, 책임. 감당...이런 말은 누구에게나 힘든 말 같습니다.

  2. Greenbea 2009.02.28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런 게 있어서. 맘에 걸립니다 ^^:: ㅎ

  3. 밤의추억(Nightmemory) 2009.03.11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구나 남들보다 못 하는게 많은게 정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거 하나 찾기도 어려운데...ㅡ,.ㅜ 꺼이...꺼이... 그리고 선택, 책임, 감당이 쉬운 사람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소심하게 의문을 가져 봅니다. 그런 분 아시면 소개좀 해 주세요. 그 분 찾아 가서 가르침을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저에게는 정말 미치도록 어려운 문제 거든요. 화이팅 지화자 입니다.

    • 로처 2009.03.10 1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듣고 보니 그렇내요.
      왜 남들과 비교하면서 사는지 ..... 질투가 많은가 봅니다.

      '밤의 추억' 님도 화이팅 지화자입니다. ^__________^


 

[ 몇 년간 악착같이 모아둔 돈으로 레스토랑을 차렸다. 알지도 못했고, 묻지도 못했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모든 걸 내 스스로 깨우쳐야했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고 눈물이 나도 참고 이겨내야 했다.
세상에 태어나 연기 말고 처음으로 하는 일에서 다시 실패를 맛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난 실패할 수가 없었다.
'호모새끼가 뭘 하겠어'란 소릴 들을 순 없었으니까  (p. 9 저자의 말 중에서) ]



2000년 어느 날 '부모님을 생각하면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괴로워 하던 그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솔직함으로 고난을 자초했습니다. 커밍아웃을 하면서 말이죠. 고교시절부터 진로를 정하고 좋아했던 연기를 할 수 없게 되자,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레스토랑 사업의 경험이 쌓여 이제는 컨설팅까지 해줄 정도로 그는 성장합니다.

이 책은 크게 셋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째는 3개의 레스토랑 창업 이야기와 실패담 이야기
둘째는 홍석천의 살아온 이야기
셋째는 자신이 아는 점포들 소개

창업과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창업에 무관심한 저 같은 사람에게도 배울 점은 많은 책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일상은 실패한 누군가의 것과 같아도 금세 배울 점이 된다는 시각으로 보면 덤덤한 일화들이지만요 . 그래도 제가 배우고 싶은 점을 잠깐 적어두고 넘어가렵니다.


1. 인테리어 공사를 맡길 때

[ 모른다고 아무 생각 없이 업자에게 맡겨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시공이 불가능한 디자인을 무턱대고 우겨서도 곤란하다. 일단은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팔아 보고, 당장 본인이 벽돌 들고 공사를 해도 가능할 만큼 머릿속으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본 후에 인테리어 업자를 만나야 한다.
손재주가 없다고 해도 대강의 밑그림을 그려 설명을 하거나 꼭 필요한 디자인이 있다면 남의 가게 샘플 사진이라도 몰래 찍어 시공자에게 의뢰를 하는 편이 좋다.

내 마음속에 있는 천국 같은 그림을 그대로 파악하고 공사를 해 줄 인테리어 업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차피 인테리어 업자는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최대한 자세하게. 최대한 시시콜콜하게 설명해 주며, 끊임없이 공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p. 39) ]


여행을 가고, 답사를 해도 항상 소품이며 그림을 챙기는 것이 역시 오너는 다른 모양입니다.

2. 사장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화장실 청결과 휴지, 손님의 테이블 상황, 아이컨택)

3. 싹수 있는 알바생으로서의 경험

- 주인과 같이 외모를 꾸미고 지시받지 않은 서비스도 자발적으로 제공, 팁박스로 동료와 화해

4. 마지막으로 가장 배우고 싶은 점은 자신에 대한 솔직함 입니다.

동성애에 대해
어떤 사람은 과학을 근거로 질병이라고 합니다.
제가 과학은 잘 모르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사람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결하며 병의 근원이라 합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자연의 모든 것을 따라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르다는 것은 왜 말하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은 말로만 피상적으로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할 겁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위적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먹고살기 바빠서, 익숙지 않아서, 환경 때문에, 등등 이유야 많겠지만 아마 제 옆에 동성애자가 온다면 뱀파이어를 봤을 때보다 더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부족한 저이지만, 그래도 홍석천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간에 겪었을 그의 고통과 그의 솔직함과 당당함에 말이죠.
그리고 그 박수는 솔직하고 당당하고 싶은 저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김수현 작가가 홍석천에게 해 준 말로 마무리할게요.

[ 그런 변화 속에서 김수현 선생님은 나에게 큰 힘을 주셨다.
역할을 맡기는 걸로 첫 번째 격려를 해 주셨고, 직접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도 해 주셨다.
김수현 선생님은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는 정말 용기 있는 거야.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고 격려해 주셨다.  (p. 212) ]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ios 2009.01.27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 어디 잡지였더라?/ 기억이 안나네요.
    그 잡지에 파트너라는 주제로 쉐프와 사장(점장)의 궁합해서.. 홍석천씨 나오더군요
    태국인 요리사를 채용해 처음엔 한국인 입맛에 안맞는 요리였지만 태국스타일을 유지해 지금은 더 유명해졌다고... ^^

    • 로처 2009.01.27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의외로 입이 짧은 편이라, 향신료 강한 외국음식은 별로인데, 그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습니다.
      홍석천씨 싸인도 받으면 좋겠네요.

  2. 키노 2009.02.05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란 감정이 더 애틋하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지는데, 서로 사랑할 수만 있다면 동성이면 어떻고 누구면 어떻냐는 생각이 듭니다. 끌리는 사람끼리 사랑하겠다는데, 제3자가 간섭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그리고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다른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다른 사람의 '사랑하고 사랑 받을 권리'를 비웃고 탄압하는 분들이 어떻게 '짐승'이란 말을 입에 담으실까요.

    • 로처 2009.02.07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키노님의 말씀 구구절절 지지합니다.

      그런데 저는 머리따로, 마음따로, 행동따로인지라.

      요즘 참 난감해하고 있어요.

      후에 또 책소개 보러 갈게요. ^________^

  3. 컨피그미 2009.02.19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홍석천님의 글을 소개해주신게 반가워 답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주요내용을 잘 정리해서 소개해주신 것이 더욱 좋네요 ^^

    처음에 이 책을 살때도 여러권을 한꺼번에 사면서 의욕을 보였던것에 비해서 최근엔 책읽기가 둔화되서 걱정입니다.
    이기회에 좀더 이것저것 보자~ 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 로처 2009.02.20 1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컨피그미님 글 읽고 이 책 읽게 되었지요.
      그 후로 블로그에 소식이 뜸해서, '바쁘신가보구나 ' 하고 생각했지요.

      지금보니 세 개의 글이 올라와있네요.
      ^_______________^

뒤에 '작가의 말'에서 지은이는 이 책을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이라니.....
여지껏 이 책을 평전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황당했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많은 대화들, 독백, 생각이나 상황묘사가 너무 생생하긴 했죠.
영화 <트루먼 쇼>처럼 일생을 중계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겠다 싶네요.

그래도 저는 평전이라고 생각할래요.
<칼의 노래>나 <불멸의 이순신>으로 이순신 장군을 새로 알아가는 것처럼, 장기려 선생에 대해 이렇게 알아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요. 후에 <장기려, 그 사람> 이라는 평전을 읽은 후에 사실과 크게 다르다면 소설이라고 번복할 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1. 무엇을 할 것인가


[ 할머니는 늘 그를 위해 기도했다.
"이 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에서 크게 쓰임 받는 일꾼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할머니의 바람대로 크게 쓰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할머니, 죄송해요. 기려는 할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일꾼이 되기에는 너무 게으르고 욕심이 많아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 저를 보고 계시다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p. 43) ]


한국의 슈바이처로 존경받는 장기려 선생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네요.
당연히 있을 시기를 당연히 없다고 경시하는 이면에는 다른 블로거님의 말대로 '하늘이 내린 인재'로서의 위인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장기려 선생은 서원을 합니다.


[ 그는 두 손을 모아 쥐고 눈을 감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또한 수많은 기억들이 먼지처럼 떠돌았다.
그는 포충망을 들고 곤충을 채집하는 아이처럼 그 숱한 생각과 기억들 가운데 지금까지 자신에게 큰 감명을 주었던 것들만 거두어들였다. 맨 마지막에 김주필과 그의 어머니가 기려의 내부로 스며들어왔다. 그것들이 기려의 내부에 들어온 대신, 그의 내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제가 의사가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때 누군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엇 때문에 의사가 되려고 하느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만약 제가 의사가 된다면 의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습니다."     (p. 80) ]



조금은 유치하기도 그래서 민망하기도한 서원의 장면들조차 감동인 이유는 장기려 선생의 실천이 있기에 그럴 겁니다.
혈액이 필요해서 스스로 무리하게 헌혈을 하고, 사비를 들여 진료비에 보태고, 무의촌 진료에 열을 쏟고, 자신의 잘못이 있으면 간호사에게 무릎 꿇을 줄 아는 선생의 삶이 서원을 보증해줍니다.

나이가 들고 상황이 변하면서 융통성 있게 바뀌게도 마련인 서원.
어린 시절의 그 서원을 바보처럼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선생의 삶이 있기에 소설이라면 유치할 수도 있는 서원의 장면도 마음을 울립니다.


2. 외식하는 자들


[ 그는 병원을 쉬는 날이면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칠성문 밖 빈민촌과 용산 면의 빈민촌을 찾아갔다. 어떤 목회자들은 그가 주일성수를 지키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그러면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저는 의사입니다. 만약 당신이 위급한 병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저와 같은 의사가 주일성수를 이유로 당신에게 오지 않는다면, 그래도 당신은 기꺼이 받아들일 자신이 있으십니까?"     (p. 171) ]


불편한 진실이고, 통쾌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시선인지 정말 장기려 선생의 시선인지는 작가가 소설임을 시인하면서 알 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함석헌 선생과 가까이 사귀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작가의 시선만은 아닌 듯 합니다.

자신의 신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교리를 정통이라고 믿는 믿음, 의심이나 비판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고, 남들을 가리키며 이단을 말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막히고 필요이상 분노하게 됩니다.

이제는 화내지 않으려고요.
이 좋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화'가 많은 생각을 가렸거든요.
그리고 저도 제 눈에 어떤 들보가 더 들어있을지 감당할 수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후퇴하는 군인처럼 사람보다 '국가'나 '주의'를 우선시하지는 않는지
김주필의 사례처럼 책임져야 함에도 책임을 미루었는지
한국전쟁 당시의 치안처럼 복수에 눈이 멀어 그걸 정의라고 하는지.
남과 북의 고관들처럼 어떻게든 자기 살 자리 마련에 열을 올리는지.
행동하지 않고 너무나 쉬운 비난을 하지는 않는지.
기도해야겠습니다.

3. 장기려 선생에게 환자란

좋은 구절이라 담아두고자 인용해 봅니다.


[ 그리고 그는 힘들 때마다 의학도였던 시절 스승이 들려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견뎠다.

"왜 아픈 사람을 일컬어 환자(患者)라고 하는지 아나? 환患은 꿰맬 관串자와 마음 심心자로 이루어져 있다네.
상처받은 마음을 꿰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네. 다시 말해 환자란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야.
눈에 보이는 상처는 치유하기 쉽지만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네. 자네가 진정한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환자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되어야 하네."
(p. 406) ]


써놓고 보니, 장기려 선생의 업적이나, 빛과 소금 같았던 일생에 대해서는 쓰지 않았네요.
일단 '한국의 슈바이처' 이 말 한 마디로 대신할게요. 그리고 기록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장기려, 그 사람>이라는 평전을 읽고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교대상 2009.01.24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책 많이 보는 것 아냐? 건강에 해로워~ 새해 복 많이 받아~

    • 로처 2009.01.25 1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이 보긴요. 통근하는 사람들 그 시간에만 봐도 이정도 볼겝니다. ㅎㅎ 첫 댓글 고마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쉐아르 2009.01.24 1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이런 훌륭한 분이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기쁩니다. 평전이 아닌 한 인물의 생애를 소설형식으로 기록했다는 것도 색다른 시도구요. 저도 구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설 잘 지내세요.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구요 ^^

    • 로처 2009.01.25 1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재미가 있어서 금새 읽을 수 있습니다.
      전 읽는 내내 평전이라 생각했고요. ^^
      <장기려, 그 사람> 이 책이 평전이라고 하고 지은이도 내력이 범상찮아서 관심이 가는데 나중에 한 번 살펴볼까 해요. 이 책의 저자 손홍규도 이 책 추천하네요.

      쉐아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하아암 2009.01.24 2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도 한 때 "읽어봐야지~" 그럼서... 목록에는 적어뒀는데.
    아직 읽지는 못한 책이네요 ^-^;;
    작년에 김남주 평전을 "어........" 하면서 읽었었는데...(감탄의 표현)

    요즘은 '이재유' 책을 읽고 있습니다. ^-^;; 근데 이게.. 평전은 아닌 것 같기도 하군요.........;ㅁ; 역사적 사실위주로 기술이 되어있어서. 아직 앞부분이긴 한데. 읽어나가기 좀 버겁기도 하네요.
    검색해보니깐, 이현상 평전 쓰신분이 이재유 평전도 쓰신게 있다는데. 읽다가 안되면 그 책으로 가볼까? 생각중이기도 합니다.

    • 로처 2009.01.25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미있어서 책만 구하신다면 금새 읽으실 거에요.

      '이재유', '이현상'은 뉘신지 ㅡ.ㅡ; 부끄럽네요.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소개 감사합니다.

      하아암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______^

    • 하아암 2009.01.29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현상, 이재유 모두 '경성트로이카'라는 조직(?)에 몸담으셨죠. 독립운동 열심히 하셨는데. '사회주의'를 지향했었기에 역사속에서 잊혀진 독립운동가들로 평가받기도 하더군요. ^-^;
      이현상님같은 경우에는 남부군이라고 하면 대략 이해가 빠르실듯 합니다.

    • 로처 2009.01.29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알라딘에서 말씀하신 책검색으로 대강만 알아봤어요.

      근현대사를 이리도 몰라서야 원 ㅡ.ㅡ;
      진땀빼며 공부해야겠어요.

      부연설명 감사합니다.

# 1 이유도 없는 절망에 허우적대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 적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 절망에 허우적댑니다.
포그의 아파트 관리인이 그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토마스 에핑이 그랬고.
솔로몬 바버가 그랬고.
M. S 포그가 그렇습니다.

외삼촌, 아버지의 죽음이나 재정위기가 원인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합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세 사람은 허우적댑니다.

마땅한 원인이 없기에 절망의 해결책도 없어 보입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따위는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데,
그런 것 생각할 겨를 없이 바동거리며 살아도 바쁜 삶인데 말이죠.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욕을 먹어도 한참을 먹을 나약한 그들에게, 배부른 그들에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면서 읽게 되는 이 책은 좀 우울합니다.

읽다가 접은 책이지만 왕멍은 <나는 학생이다>에서 유배생활의 고독과 절망 속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배움'과 '공부'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달의 궁전>의 솔로몬 바버와 M. S 포그 역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토마스 에핑은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나 그들을 잠시나마 구원한건 '키티 우'나 '에밀리 포그'에 대한 사랑이었네요.
그리고 '빅터 포그'나 '솔로몬 바버'와 같은 혈육이었습니다.

아무튼 지금 끼적거리고 있는 저도 책을 읽습니다.
부엌에 계란을 떨어뜨리고는 공원에서 노숙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 2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작가의 가르침?

우스우면서도, 동질감 느껴지는 포그의 절망에 대한 대처 외에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눈 먼 토마스 에핑에게 사물을 설명해야 하는 포그의 깨우침이었어요.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처음 봤을 때에는 무언가 영감을 제공해 주는
것 같아서 인용해 봅니다.

M. S 포그는 토마스 에핑이라는 눈 먼 노인의 비서직을 갖게 됩니다.
책을 읽어주고, 같이 산책을 하면서 거리의 사물을 설명해야 하죠. 그 산책의 첫 날 길 한가운데서 포그는 에핑에게 큰소리를 듣습니다.


 "빌어먹을!"
그가 호통을 쳐댔다.

"그 대가리에 박힌 눈을 쓰란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데, 자네는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가로등>, <아주 평범한 맨홀 뚜껑>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어떤 두 가지 물건도 똑같지는 않아, 멍청이 같으니라고, 어떤 바보라도 그건 알아. 나는 지금 우리가 뭘 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야, 빌어먹을! 자네가 나한테 확실히 설명해 주길 바라는 거라고!"  (p. 176)


이래서 포그는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을 보고 그에 대해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죠.
마치 김연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태어나서 처음인 것처럼 느껴봐." 라고 하는 말처럼 말이죠.
포그는 세 가지 생각을 전해줍니다.


첫째, 아무것도 당연시해서는 안 되었다.

둘째, 긴 설명으로 그를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내가 말하는 문장들을 단순화하고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부수적인 것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나는 어떤 사물 주위로 더 많은 여유를 남겨 두면 남겨 둘수록 그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178~180)



# 3 가끔은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를 잊자

토마스 에핑은 황무지의 동굴 속에서 은신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잊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충만한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해 합니다.

결과나 평가가 머리를 짓누를 때, 잠시 벗어나서 자신에게 충만해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요.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디오스 2009.02.02 1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책읽기가 잘 안되네요... 좋은 책도 많은데.. 읽을 책도 많은데..TT

    • 로처 2009.02.02 2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 말고도 재미있는 글 쓰신 것 봤어요.
      댓글로 흔적을 남기진 않았지만요.
      그간 너무 많이 읽으셔서 좀 쉬셔야 할 때 인지도 모르죠.
      ^__________^;


<실패의 향연>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책 제목입니다.
<빵굽는 타자기> 이 책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실패의 향연'을 벌입니다.
시작부터 자신의 과거가 실패의 잔치였음을 그 이유와 함께 고백합니다.


[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나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참담한 시기를 겪었다.
결혼은 이혼으로 끝났고, 글 쓰는 일은 수렁에 빠졌으며, 특히 돈 문제에 짓눌려 허덕였다.
이따금 돈이 떨어지거나 어쩌다 한번 허리띠를 졸라맨 정도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노상 쩔쩔맸고, 거의 숨 막힐 지경이었다. 영혼까지 더럽히는 이 궁핍 때문에 나는 끝없는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내 불찰이었다.
나와 돈의 관계는 늘 삐그덕거렸고, 애매모호했고, 모순된 충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내 꿈은 처음부터 오직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  (p. 5)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 그의 실패담으로 가득합니다.

1. 젊은 시절

이 시절의 주인공은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잭 도슨'과 비슷합니다.
다리 밑에서 자고, 쥐와 함께 3등 객실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꿈을 잃지 않는 '잭 도슨'.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한 '잭 도슨' 처럼 살아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족부양의 책임도 없이, 젊음 하나로 자신만만하던 시절에는 실패의 짐도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글 쓰는 일을 위해, 꼭 필요한 돈만 있으면 되던 시절입니다. 그만큼의 돈벌이도 버겁긴 했지만요.

시키는 대로 작성만 하면 될 '시청각자료 아르바이트'는 민주제와 공화제의 차이점이 크다는 자신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사장과의 불화로 20분 만에 때려치웁니다. 웨이터, 시설정비, 유조선 선원, 호텔직원의 일들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없이 잘 하죠.
스스로 실패자를 위한 상을 제정하여 공모하는 치기도 부려봅니다. 이렇게 좌충우돌 살아가면서도 글 쓰는 일은 놓지 않습니다.


[ 프랑스에서 살았던 3년 반 동안 나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프리랜서로 얻은 시간제 일자리를 몇 탕씩 뛰느라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서 얼굴이 파래질 정도였다.
일감이 없을 때는 일을 찾아다녔다. 일감이 있을 때도 더 많은 일을 찾을 방법을 궁리했다. 가장 잘 나갈 때에도 마음을 놓을 만큼 돈을 번 적이 없지만, 한두 번 위기를 맞긴 했어도 파산만은 용케 면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흔히 하는 하루살이였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나는 꾸준히 글을 썼고, 대부분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지만 그래도 일부는 살아남았다. 좋은 싫든, 1974년 7월에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는 글을 쓰지 않는 생활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   (p. 93, 94)



곧 이 좋은 시절은 지나가죠.
주인공은 나이가 들고, 아들의 아버지가 되고, 가장이 됩니다.

2. 가장이 된 후의 시절

이제 '생계를 위한 시간'과 '자신을 위한 시간'의 균형은 맞추기 힘들어집니다.


[ 1977년 말쯤에는 덫에 걸린 짐승처럼 필사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돈 문제를 회피하면서 평생을 보냈는데, 이제 갑자기 돈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기적 같은 역전을 꿈꾸었다. 복권에 당첨되어 수백만 달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따위의 일확천금을 꿈꾸며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중략>

시간을 얻기에는 일을 너무 많이 했고, 돈을 벌기에는 일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나는 시간도 돈도 갖고 있지 않았다. ]   (P. 146)



그가 쓴 희곡은 '존 마이어'라는 절대적인 지지자의 성원에도 실패로 끝납니다.
스스로 개발한 '액션 베이스볼' 이라는 카드게임은 그의 기대와는 반대로 나락의 기분을 안겨준 채 끝납니다.
불면의 밤을 지내며 문득 생각난 기막힌 탐정추리소설도 구석에 쳐 박히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 탐정추리소설로 900달러를 벌면서 실패의 추억은 끝이 납니다.

실패로 가득한 책임에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결국엔 성공한 작가가 될 테니, 실패의 쓰라림이 아닌 좋은 추억으로의 달콤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가 담담한 필치로 실패의 암울함을 덜어내어서 일까요?
것도 아니면, 남의 실패이기 때문에 - 그것도 지나간 - 일까요?
혹은, 꼬장꼬장한 자존심 잃지 않고 꿈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주인공에 대한 응원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이유는 알 수 없네요.

아무튼, 저는 추억으로 재구성되고 미화된 성공담보다는 쓰리지만 진솔해 보이는 실패담이 더 좋네요.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제노몰프 2009.01.19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인데요, 쭉 읽어내려가면서 혹시 폴 오스터 스스로의 이야기는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댓글창 위쯤에서야 소설인줄 알았네요. 폴 오스터는 성공한 작가잖아요.^^ 그래도 아마 본인의 경험이 녹아들어있겠죠?

    • 로처 2009.01.19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느 블로그에서 보니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셨던데.
      이 책만 봐서는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더라고요.

      고단하고 비참한 자신의 삶을 썼을 뿐인데도 인기가 좋은 걸 보면서, 문체나 기법 뿐 아니라 문학적 소양이 없는 저로서는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인기 작가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동냥질을 해도 뉴욕에서 스타벅스 컵에다가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2. Greenbea 2009.01.22 0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거 읽었습니다. ㅎㅎ

    실패담... 그래도 멋진 작가 같네요. ::

    가운데 사진은 ..어디서 찾으신 거죠 ?ㅋ

  3. Greenbea 2009.02.07 2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어떻습니까.

    뭘 읽으시든, 로처님의 자유 아닐까요? ㅎ

  4. Greenbea 2009.02.07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전 그 말이 기억에 남더군요.
    항상 눈을 뜨고 있으면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뭐든지 유익할 수 있고,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을 가르쳐 주리라 생각했다. 이 부분요. ㅎ

    • 로처 2009.02.08 1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작가라는데 공감하지 못하는 자유는 창피한데 그래도 Greenbea 님의 한마디가 위안이 되네요.

      이런 좋은 글귀가 있었던가요.
      기나라 사람 못지않게 염려로 살아가는 저한테 딱 좋은 말인데요.

<인생>, <허삼관매혈기>, <형제> 를 꽤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에게 두 작가의 우열을 가릴 권한도, 능력도 없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를 추천해준 친구에게

"하루키 얘기는 나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하면서 "난 위화가 좋더라."고 얘기했죠.

속된 말로 '위화빠' 정도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작 3편을 읽었지만요.
그랬기에 '위화 산문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영혼의 식사>를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작가의 일상이나 생각들을 알고 싶어서였죠.

그런데 다 읽고 난 지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왜 이리 허망한지요.
당혹스럽습니다.
이 허망함과 당혹감은 전염성이 있는지, 다른 책을 읽어도 아무것도 쓰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쓰는 글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끼적임에 불과했는데도 그것도 못하겠다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바라고 이 책을 집어 들었던가?"
"무얼 기대했던가?"

무엇엔가 쫓기듯, 읽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기계적으로 집어 들었던 것이 탈인가 봅니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꾸역꾸역 읽어 온 것이 체했나 봅니다.
어느 블로거의 말대로 '급조한 느낌'의 이 책에 대한 실망보다는, 저 스스로가 바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읽은 이유와 체한 머릿속의 헛헛함을 느끼는 이유로 이 책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 적어도 지금의 저에게는 말이죠.
그래서 작가의 서문을 모아놓은 3편은 읽지 않았습니다.
각 소설을 읽을 때는 너무나도 좋아했던 서문임에도 모아놓으니 싫어지네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어떤 것도 끼적일 수 없을 것 같더니 주절대고 있는 새에 두 가지 생각이 남네요.

그 하나는 '아이, 두려움과 마주치다.' (p. 37)

위화의 아들 로우로우(漏漏)는 자신의 똥과의 첫 만남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웁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지막으로 비행기 안에서 두려움을 느끼죠.
비행기 안에서는 이렇게 두려움을 표현합니다.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귀엽죠? 위화는 이런 말을 하네요.

이런 형태의 두려움은 늘 혼자 극복할 수 있고, 그럴 때마다 내면의 성장을 얻을 수 있다.
세계에 대한 녀석의 이해, 그러니까 진정으로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들에 대한 이해는 부단한 공포와 극복을 통해 완성된다. 녀석이 어른이 될 때까지, 심지어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이런 두려움이 그와 동반할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나와 함께했던, 나뭇가지가 달빛에 모습을 드러내며 빛을 발할 때 느꼈던 공포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p. 39, 40)


지금 나와 함께하는 두려움은 무얼까 생각해 봅니다.
갑자기 떠 오르는 것은 없지만, 꽤나 많을 겁니다.
창피해서 여기에 적을 수는 없지만, 한 번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두 번째는, 길거리에서 울고 있는 노인의 모습 입니다.


하루는 아내 천홍과 함께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를 걷고 있다가 갑작스런 광경에 경악하고 말았다. 왁자지껄한 인파속에서 갑자기 반듯한 복장을 한 노인이 눈물을 쏟으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뜬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불행을 그렇게 솔직하게 표출하는 그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다. (p. 147)


내 마음은 눈물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김광석의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의 첫 구절처럼 말이죠.

행복한 표정으로 가득한 거리에서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신문과 기사는 불행의 표지로 가득하고, 거리는 행복한 얼굴로 가득합니다.
불행한 이들은 모두 숨어있는 건가요. 행복한 얼굴은 거리의 통행증인가요.

짐 캐리의 <YES 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나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 같은 책들이 흩뿌려지고 있는 시대에 우리의 눈물은 겉으로 나오지 못하고, 맘속에서 고여 썩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눈물도 소통일텐데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하아암 2009.01.14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삼관 매혈기는 저도 읽었었는데. ^-^; 기회가 된다면 이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읽은 욕심만 앞서고... 작년부터 읽고 정리해두지 않은 책들은 어쩔껴... ;;어익후... )

    • 로처 2009.01.14 1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삼관매혈기>가 좋으셨다면, 이 책 보다는 <인생> 또는 <살아간다는 것> 추천해 드려요.

      예전에 출간된 제목이 <인생>이고요, 아마 요즘 나오는 책 제목은 <살아간다는 것> 일 거에요. 공리 주연의 <인생>이라는 영화를 보셔도 재미있을 거에요.

      어느 블로거도 위화는 이 책보다 소설이 더 좋다고 하시던데 저도 동감이거든요.

      그리고 정리는...... 저 같은 경우에는 끙끙대다가 그냥 잊고 맙니다. ㅡ.ㅡ; 좀 속 편하죠.

  2. 컨피그미 2009.01.15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크면서 실용서들 찾고, 그래도 간간히 소설은 찾아읽었지만,
    산문집은 읽어본지 오래된것 같아요.
    아직 위화라는 분이 어느분인지 잘 모르고 있지만,
    이글 덕분에 관심이 생기고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좋은 책 소개시켜줘서 감사합니다. ^^

  3. 아디오스 2009.01.18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비밀이래요...

    웃으며 눈물흘리는 사람... 얼마나 행복해서 우는것일까요?
    서럽게 울며 가는것보다 기쁘게 웃으며 눈물 흘린다면 더 좋을거 같은데요
    당당하게 길거리에서 그리 울수 있는 용기가 제겐 더 필요하겠는데요

    • 로처 2009.01.18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슴 속에 차고 넘치게 기쁜 일이 있다면야
      웃으며 흘리는 눈물 정도야 못할게 무에 있겠어요.

      쓰라림에, 허무에, 상실에, 패배감을 시인하면서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우는 울음이 서글퍼져서 써 본 잡념이에요.

      아디오스님 기쁨에라도 울다 웃으면 어떻게 된답니다 ㅡ.ㅡ;

1. "그래서 어쩌라고!"

<좋은생각>, <배꼽>,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죠?
책 뒷장에 이렇게 써 있네요. '101가지 지혜의 샘'이라고요.

네!
이 책은 위에 말씀드린 책들처럼 담아두고 싶은 얘기들, 좋은 얘기들이 잔뜩 실려 있습니다.
이미 들어서 아는 얘기, 읽어서 아는 얘기들도 잔뜩 있지요.
아래와 같은 얘기들처럼요.

<연필 같은 사람>

"연필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게야.

첫 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알려주는 거란다. 명심하렴.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 번째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게야.

세 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 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p. 30)


그리고 <칭기즈칸과 그의 매> 라던가 <고독한 불씨>등의 얘기들은 많이들 아실 겁니다.
이 외에도 작가 자신의 경험담과 친구들의 경험담도 꽤 좋은 얘기들입니다.
실은 너무 좋아서 다 옮겨 적고, 암기하고 싶을 정도랍니다.

그러나 좋은 얘기들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좋은 말이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말인 것처럼요.
이런 생각에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심사로 뿔이 나기도 했죠.
'참말로 좋다.'는 생각과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심사 사이에 있는 책입니다.


2. 그래도 믿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 출처 : MBC 홈페이지>


드라마 <허준> 얘기를 또 하게 되네요.
MBC 드라마 <허준>은 당시 많이들 좋아하신 드라마입니다.

극중에서 허준은 고지식할 정도로 정직하고, 답답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손해보고, 그래서 상처받고, 그래서 내쳐지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빙 돌아서 갑니다.

"아이구 등신!" 이란 말을 하면서 보신 분들이 적지 않을걸요?
그러먼서도 속으로 응원하면서 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잘 되길 응원하게 됩니다.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에 대해서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가 하는 좋은 얘기들 믿고 싶습니다. 아니, 믿어야 제가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쇼핑몰에서 신명을 다해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닮고 싶어서입니다.
돌 치우고, 돈벌이 하는 인부가 아니라, 교회를 짓고 있는 인부이고 싶어서이고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을 한 어린구름이고 싶어서이기도 하죠.
이렇게 되기 위해 구겨지고 짓밟혀도 변함없는 가치를 가진 20달러 지폐처럼 굳건해야겠죠.
그래서 파울로 코엘료의 기도를 저도 해봅니다.

주여, 우리의 의심을 지켜주소서. 의심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의심은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의 문제에 대한 많은 답들과 두려움 없이 마주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p. 159)


뱀발 : 파울로코엘료는 '신에게 이르는 길은 오직 하나다.'라는 것을 근거 없는 믿음이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하죠. 과연 한국의 개신교에게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이단일 뿐인가 싶습니다.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디오스 2009.01.05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굳건한 의지가 있어야만하겠는데요 ^^

  2. 제노몰프 2009.01.06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솔직히 파울로 코엘료의 책이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 수많은 잠언집들과 성공학 서적들이 이룬 그것과 다를 바 없는 것같아요. 다만 읽는 이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파고드는 표현을 잘 사용할 뿐 그가 건네는 메시지가 특별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고 할까요. 제가 비뚤어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서 어쩌라고'쪽에 더 가까운 것 같네요.^^

    • 로처 2009.01.06 1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네요.
      그런데 정말로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효과적으로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긴해요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에는 <연금술사>같은 경우에는 마음 편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긴 하더라고요. <베로니카~>같은 경우는
      읽다 말긴 했지만요.

  3. Greenbea 2009.01.15 2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도 잘 읽고 갑니다. ::
    전 이 책..어제 읽었다는...
    그냥. 마음 편하게. 부담 없이 읽은 책입니다. ::
    님처럼 글 쓸 정도는 아직 아닌 듯 하네요:

남들은 다 이해하는 스릴러의 스토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이해력과 지금 마음에 여유가 없음의 이유와 그리고 중요한 단어에 밑줄 긋고 암기하는 수준인 천박한 역사공부의 습관을 이유로 이 책 역시 소화해내지 못한 채로 이렇게 글을 끼적입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 때에는 소화해낼 수 있을지, 어떤 글을 끄적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요.
두 가지 단상만 적어보려고요.

# 1 나를 위한 노래는

책 속에서 정주댁, 송노인, 여옥이는 노래를 부릅니다.
정주댁과 송노인은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면서 노래를 하기도 하죠.

책 속에서 알 수 없는 혁명에 대한 노래나, 알 수 없음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혁명가를 부르는 사람들처럼 저의 주위에는 저의 생활에 대한 노래는 찾기 어렵네요.
기성복처럼 맞지 않는 사령타령 위주의 가요들이나 찬송가 민중가요 중에서 그럭저럭 맞는 노래들을 부르는수 밖에요.
전문가나 프로가 아니면 시도조차 저어하는 금기는 저 스스로 만들어놓고도 깨기가 힘드네요.

마부도 뒷주머니에 시집을 꽂고 다닌다는 문학 선생님의 유토피아와
일용노동자도 법전을 뒤적이며 스스로 소송을 감당해 내는 은사님의 유토피아처럼
나와 친구들이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춤추며 사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일부입니다.

여옥이가 스스로를 잘 알고, 표현하고, 노래하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마냥 부럽고도 사랑스럽습니다.


# 2 마지막 장면은 아쉽네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고 싶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 어울리지 않는 희망을 갖다 붙여놓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갑작스러운 화해나 희망보다는 미완의 마무리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네요.

희망이 있는 마무리라면 김해연과 여옥이가 바다로 떠나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이게 더 어색한가요?

아무튼 김연수 작가의 책을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기대가 되네요.

뱀발 : 이 정도 밖에 끼적이지 못함에 크게 아쉬워하면서 도움을 받은 글들을 링크합니다.

Hendrix 님의 블로그
http://flyinghendrix.tistory.com/164

승주나무님의 블로그 http://jagong.sisain.co.kr/344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reenbea 2009.01.13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고 갑니다 ^^

    • 로처 2009.01.13 1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리할 수 없는 책을 읽고 끼적인 글인데,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김연수 작가의 책은 왜 이리 어려운지요.

  2. Greenbea 2009.01.13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은근히 어렵더군요::
    읽다가 포기한 책도 좀 있구요:::

    • 로처 2009.01.13 1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감이에요.

      회상이 꼬리를 무는 전개방식도 어려움에 한 몫 하지

      않나 싶어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최근에 읽었는데요.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뭐라 할 말이 없더라고요.

      다른 책 한 번 더 읽어보고 생각 좀 해봐야겠어요

  3. Greenbea 2009.01.15 2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ㅋㅋ 전 그 책 앞에 몇 장 넘기다 포기했어요 ㅠㅠ

    그래도. 나중에 다시 읽어 봐야겠네요 ㅎ

  4. 톰보이 2009.01.30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어요. 장마다 되돌아가 읽기를 반복하면서. 혹시 내가 행간을 놓치고 있나 뭐 그런 걱정이 있더군요.
    읽으면서 얼마나 맘이 아프고 쓰리던지요. 책을 덮고 나서도 먹먹하고 복잡한 생각이 엉켜서 제대로 메모할 수가 없네요. 다시 읽게되면 포스팅 할 수 있을까요?

    나라없는 이들은 결국 경계인일뿐이라는 말들이 많이 쓰렸어요. 그런데 책을 덮고 돌아서 뉴스를 보자니 '막장'으로 가고 있는 이땅의 일들이 더 끔찍한것도 같아요.

    • 로처 2009.01.31 1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서인지 몰라도 <네가 누구든....>은 포스팅 영구보류입니다. ㅎㅎㅎ

      잠시 생각해보면 막장이 아니던 정권이 있었나싶기도 하네요. 예전에 친구의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그림인데요.

      그래서 그들보다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톰보이님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맘껏 좋아하시는 것처럼요

  5. Greenbea 2009.06.06 14: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들렀다 갑니다.
    링크해 놓으신 헨드릭스 님과 승주나무 님의 블로그를 이제서야 가 봤네요.
    로처님을 포함해서. 다들,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 로처 2009.06.21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블로그 방치상태라 인사가 늦었어요 죄송해요 ^_^;

      저도 요즘은 방문을 못 했지만요, 핸드릭스님과 승주나무님 블로그 글들 참 좋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조만간 들러서 인사드릴게요.

1. 누군가의 헐린 집터를 바라본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낮은 기와집들과 슬레이트집들
담장 위에 바른 시멘트에는 깨진 병조각들을 박아둔 집.
그 집에 가기 위해서는 끝까지 올라야 하는 오르막길 즈음에'재개발' 플래카드가 시뻘건 색으로 축하인지 저주인지를 해주고 있는 동네.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 살던 집이고, 부모님이 처음 내 집을 마련한 그 집을 요즘 찾아가면 이런 모습입니다.

그 집 근처에서 오래도록 서성거리고 싶어도,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봐 담배 한 대 피울 겨를 정도 서성입니다. 뭔지 모를 아쉬움과 짠한 마음이 듭니다. 환한 웃음 짓기보다는 울듯 말 듯한 웃음이 지어집니다. 지질이 궁상맞죠?

빡빡 깎은 머리를 한 학창시절 국사교과서의 집터 유적을 보면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몇 천 년 전에 살던 사람들의 자취가 나와 무엇으로 맺어져 있는지는 관심도 없던 나이입니다.
지금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는 집터를 바라보면 제가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새 건물을 올리기 위해 헐어버린 누군가의 집터를 지나칠 때에는, 내 집이 헐린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첫걸음에 아이의 받아쓰기 성적표에 웃고, 아이가 아플 때 울고,
사랑하고, 싸우면서 아옹다옹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담겨있을 것만 같은 헐려버린 집터를 바라보면 또 다시 서글픔에 소주 한 잔의 따뜻함이 올라옵니다.

<엄마를 부탁해>에서 박소녀 어머님은 맏이의 첫 직장, 첫 집을 파란 슬리퍼가 발을 파내려가도록 걷고 또 찾아다닙니다. 자신을 아껴주었던 사랑하던 시동생 균이에 대한 한과 풀어낼 곳 없는 고단한 삶이 머리에 고여 어머님을 갉아 먹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도 그렇게 당신에게 소중했던 추억들을 찾아다닙니다. 남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풍경일 테지만요.
아마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찾아다니지 않았을까요.


2.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책 속에서 착한 두 딸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지헌이는 엄마처럼 살지 않고 있고, 작은 딸은 꼭 엄마처럼 사는 듯 보입니다.
작은 딸과 박소녀어머님의 차이점이라면, 작은 딸은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양식이 떨어져 아이를 굶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후의 자기 인생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을 테고, 엄마도 바라는 바이겠지만, 그런 엄마에게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파란 슬리퍼를 신고 찾아다닐 만큼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음에 위안을 받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 DAUM 영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전 기억이 가물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이 책만큼 사랑받았던 드라마였습니다.
후남이와 종말이의 인기는 최고였죠.

점점 평균결혼연령도 높아지고 있고, 어머니의 지위도, 가족상도 바뀌고 있습니다.
조금씩이지만 말이죠. 지금 전근대사회의 조혼제도와 어머니상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제가 살던 집터가 흔적도 없이 아파트로 바뀌고도 오래 지나면, <엄마를 부탁해> 같은 책이나 <아들과 딸>같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 또한 사진으로 역사 책 속의 한 줄로 남아있겠죠?

어쩌면 우리의 소중한 하루하루는 21세기 초의 생활상을 공부하는 우리 후손들이 지루해하며 암기해야 할 역사의 한 줄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디오스 2009.01.18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책 서평이 대부분 눈물이 난다길래..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눈물보다는 강함이 필요한 때인거 같아서... ^^;

    • 로처 2009.01.18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좀 그래요.
      제목부터가 눈물의 느낌을 달고 있습죠.
      제 아는 동생도 추천했더니, 우는 건 싫다고 마다하네요.
      전 그냥 신경숙 작가가 좋아서 읽어봤어요.

      저도 강함이 필요한 때인데요, 좋은 것 아시면 추천해 주세요. 블로그에 올리시면 찾아가서 꼭 읽을게요.

  2. Greenbea 2009.02.01 0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이 소설은. 잡지에 연재된거. 거의 다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은 미처 못 읽었네요~~
    나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3. Greenbea 2009.02.03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쩌다 보니 좀 늦어졌네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로처 님도 잘 지내셨죠 ?

  4. Greenbea 2009.02.06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정이라..

    재미있군요 ^^::


"눈이 안 보여요."
사람이 하얗게 눈이 먼다.
그렇게 하이얀 채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백색질병'이 전염까지 된다.
발병이유도, 감염경로도, 치료방법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이 질병으로 눈 먼 자들은 격리수용 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의 눈이 먼다. 단 한 사람 '의사의 아내'만 제외하고.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줬더니, 친구는 시큰둥하게 "공포영화야?"라고 묻습니다.
폭력과 기아에 노출되어 생존을 두려워하며 걱정해야 하니 공포도 있고, 공포 외의 것도 있으니 아니기도 한 것 같다는 말은 미처 해주지 못했습니다.

1. 공포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몸서리 칠만큼 두려운 일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부모님은 어쩌지?', 등 고민이 많겠죠.
그런데 이 책의 공포는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첫째 이유는 모든 이가 눈이 멀기에 같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과 소수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회가 공포를 가중시키긴 합니다.
지하철역의 높은 계단과, 고장이 잦은 리프트는 무엇보다 큰 위협이 될 겁니다.
그러나 모두가 눈이 머는 상황에서 이 점은 개선되겠죠. 아주 많이.

굶주림과 무질서에 대한 공포가 눈앞의 문제인데, 사람들은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거기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으며, 폭력은 눈멀기 전의 사회에서도 있었다는 것이 둘째 이유입니다.
책 속에서도 눈 먼 사람들은 조직, 정부, 사회를 얘기하면서 살아갑니다.

결국,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생기기 전까지 혼란기 동안의 생존만이 문제될 뿐입니다.
생존을 가벼이 여겨서가 아닙니다.
눈멀기 전의 소설 속의 세상 뿐 아니라, 지금 제가 사는 세상도 여전히 '사람답게 사는 생존'이 문제이기 때문에 소설 속의 공포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별, 이혼, 실직, 취업, 물가, 교육, .........
어떠세요? 책 속의 공포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이것 외에 눈 뜨고 있는 우리들은 서로 다른 것을 보면서 편 가르는 공포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자칭 보수논객 이라는 지만원의 문근영 양에 대한 궤변이 그랬죠.
그리고 사람들의 자유와 대화를 두려워하는 대통령의 '미디어관련법 법률안' 과 '일제고사 파문에 대처하는 그들의 태도'는 현실을 하얗게 가려버립니다. 눈 먼 것과 다를 바가 있나요.


2.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말한다

의사는 약국 직원을 향해 말을 이었다, 사실 눈은 렌즈에 지나지 않죠.
실제로 보는 일을 하는 것은 뇌입니다, 어떤 상이 필름에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죠.
 (p. 95,96)


일제고사에 대해 교육수요자에게 선택권을 주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중징계를 가하는 사태를 보면서 참 많이 슬프면서도 화가 납니다.
아래에 기사의 일부를 발췌해 보았습니다.

김인봉 교장이 일제고사 반대하는 이유인즉 -views&news 김혜영 기자 <출처>

그는 서울지역의 교사 7명 해임-파면에 대해선 "나는 그걸 보고 우리나라가 3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그때 유신헌법에 대한 반대나 비방을 못했잖나. 100%찬성을 강요했던 유신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며 "일제고사의 경우도 100%찬성하라는 것 아니냐. 우리 학교 61명 중에서 53명이 봤으니까 87%가 응시한 거다. 8명은 13%다. 이 13%의 반대마저 포용하지 못하고 징계한다는 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천박한가. 야만스러운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서울교육청을 꾸짖었다.


그리고 오늘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자율과 창의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다들 입을 모으는데 통제와 획일을 향해 달리는 법률안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잃습니다.

미디어관련법안들도 경제 논리로 바라봐야한다는 이명박대통령의 얼굴 위로 '갱제를 외치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그나라당들의 97년 외환위기가 겹쳐지는 것에 이 책의 설정보다 훨씬 큰 공포를 느낍니다.

요즘 <눈먼 자들의 도시> 이 책보다 현실은 더 큰 공포이고 분노입니다.

'문학, 소설,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10) 2008.12.31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7) 2008.12.30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4) 2008.12.27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6) 2008.12.24
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  (3) 2008.12.20
완득이 - 김려령  (4) 2008.12.11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디오스 2009.01.05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책 이야기를 현실에 접목시키셨네요 ^^

  2. Greenbea 2009.01.14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아디오스 님 글대로 현실과 책을 연결 시키셨군요.
    이 글도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이 책 읽었는데...
    항상 책을 읽으면서 현실과 접목시켜보려 하는데
    좀..어렵네요:: ㅎ

    • 로처 2009.01.16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기사들로 심란해졌을 때 읽은 책이라 생각나는 것을
      주절거려 봤네요. ^ㅡㅡㅡㅡ^;

      거창한 생각으로, 웅대한 포부로 써 본 것은 아니네요.
      그냥 끼적거릴 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꿈꾸는 듯 한 표지그림과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저로서는 좀체 정리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첫째는, 마음에 와 닿는 기사들이 있고,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고요,
소설이 아니라 도덕책처럼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노골적으로 얘기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감도 들고 그러네요.

둘째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려는 삶을 응원하는 것도 좋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표지를 잘 살피라는 얘기들이 좋았습니다. 반면에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팝콘장수의 삶이나 크리스털 상인의 익숙함에 대한 안락을 너무도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에는 동감하기 힘들더군요. 아마도 저 자신과 너무도 닮아있는 그들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이든지 두 번 읽기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두 번 읽은 후에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좋은 이유는 저도 꿈을 자주 꾸게 되어서이지요.
비록 '꿈은 이루어진다'는 그 꿈도 아니고 '비전'도 아닌 유치찬란한 꿈들이지만 기분 좋은 꿈을 자주 꾸게 되더군요.

제 얘기는 여기서 접고, 등장인물 위주로 책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 1 양

'양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전혀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걸 테고.'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자신들의 양치기가 안달루시아의 맛있는 목초지들을 많이 알고 있다면 양들은 언제까지나 그의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
(p. 25)


# 2 산티아고 - 아브라함과 같이 아비 집을 떠나다


산티아고는 열여섯 살 때까지 신학교를 다녔다. 그의 부모는 그가 신부가 되어 단지 먹을 것과 물을 얻기 위해 일하는 생활을 벗어나 보잘것없는 시골 집안의 자랑이 되어 주기를 바랐다. 그는 라틴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신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것은 신이나 인류의 죄악에 대해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 같았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다니러 왔다가 그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신부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저는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습니다."

<중략>

"그 사람들은 돈이 가득 든 주머니를 가지고 여행을 다닌단다.
하지만 우리 중에 떠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양치기밖에 없어."

"그렇다면 전 양치기가 되겠어요."   (p. 27~28)


이렇게 양치기가 된 산티아고는 두 번 연이어 꾼 보물 꿈, 그리고 집시의 해몽과 우연히 만나게 된 왕인지 사이코인지 알 수 없는 멜기세덱의 조언을 듣고 양들을 처분하고 피라미드를 향한 여행을 떠납니다.


# 3 팝콘장수

조연이라 대사 한 마디 없습니다.
멜기세덱 왕과 산티아고의 대화 속에 그의 인생은 까발려집니다.
사실 여부를 전혀 알 수 없음에도 그는 아래처럼 멋대로 해석됩니다.
이 부분에선 좀 동감하기 힘들더라고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표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자아의 신화'를 향해 변화하고 모험하는 삶은 물론 멋집니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 나 '자아의 신화' 역시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팝콘 장수를 '자아의 신화'로부터 도망친 사람으로 몰기에는 너무 가혹한 평이라 생각합니다.


"자네는 무엇 때문에 양을 치나?"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서요."

그러자 노인은 광장 한 구석, 빨간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팝콘 장수를 가리켰다.

"저 사람도 어릴 때 떠돌아다니기를 소망했지. 하지만 팝콘 손수레를 하나 사서
몇 년 동안은 돈을 버는 게 좋겠다고 결심한 모양이야. 좀 더 나이가 들면 한 달 정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겠지. 어리석게도 사람에게는 꿈꾸는 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알지 못한 거야."

"저 사람은 차라리 양치기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했어요."

산티아고가 소리 높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 사람도 그 생각을 했었다네. 하지만 팝콘 장수가 양치기보다는 남보기 근사하다고
생각한 거지. 양치기들은 별을 보며 자야 하지만, 팝콘 장수는 자기 집 지붕아래 잠들 수 있잖아. 또 사람들도 딸을 양치기보다는 팝콘 장수와 결혼시키려 하지."

<중략>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p. 48)


# 4 도둑

멜기세덱 왕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했습니다만, 이 도둑은 2시간 거리를 1년으로 연장시킨 장본인입니다. 그 결과 크리스털 상인과의 1 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게 되지만요.

"마크툽" 입니다.

# 5 크리스털 상인

꿈에 대한 동경으로 삶의 원동력 삼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 삶의 이유를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면서 꿈을 이루지 않는 사람으로
그에게 꿈은 동경의 대상일 뿐, 성취의 대상은 아닙니다. - 나랑 똑같군 ......


"그런데 아저씨는 왜 지금이라도 메카에 가지 않는 거죠?"
산티아고가 물었다.

"왜냐하면 내 삶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메카이기 때문이지. 이 모든 똑같은 나날들. 진열대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는 저 크리스털 그릇들. 그리고 초라한 식당에서 먹는 점심과 저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바로 메카에서 나온다네.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자네는 양이나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걸 실현하길 원하지. 그런 점에서 자넨 나와 달라.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벌써 수천 번 사막을 가로질러 성스러운 반석이 있는 광장에 도착하고 , 율법에 따라 그 바위를 만지기 전에 광장을 일곱 바퀴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눈앞에 그려보았지.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p. 94)


그리고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익숙함에 길들여져 변화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 속의 낙타몰이꾼이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건강, 생명, 가족, 등 가진 것을 잃는 두려움" 에 대해서 말이죠

자신이 가진 것이 점점 작아지고, 적어지고, 늙어가고, 엷어지고 있을 때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세상은 말합니다.
그러나,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소박한 일상에서 지금 갖고 있는 행복마저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또 다른 금언과는 모순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선택은 어렵습니다. 목자가 있는 양들이 아닌 다음에야 선택을 해야 하지만요.

여기서도 "마크툽"을 외치는 수밖에요.


"난 삼십 년 동안 이 가게를 운영해왔네. 어떤 크리스털이 좋고 어떤 크리스털이 나쁜지, 어디에 쓰면 좋은지 모든 것을 자세히 알고 있지. 나는 내 가게와 그 규모, 그리고 손님들에게 익숙해져있어. 자네가 그리스털잔에 차를 담아 팔면 가게 일은 더 잘 될 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난 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해."

"좋은 일 아닌가요?"

산티아고가 물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내 삶에 무척 익숙해져 있네. 자네가 오기 전에 나는 내 친구들이 파산도 하고 가게를 키우기도 하며 변화하는 동안 그저 같은 장소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항상 우울했지. 그러나 지금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지금의 이 가게가 내가 바라던 꼭 그만큼의 가게라는 걸 알게 된 거지. 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달라지고 싶지도 않네. 난 지금 이대로의 내 상황이 만족스러워."   (p. 98)


# 6 영국인 연금술사 지망생 - 한 번 해보라니까!

납을 금으로 변하게 하는 연금술을 배우기 위해 사막의 연금술사를 찾아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연금술에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해 왔으면서도, 정작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이죠.


"그는 첫별이 뜰 때 나타났지. 이제껏 당신을 찾아다녔노라고 말했지. 그러자 그가 납을 금으로 변하게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더군.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게 바로 그거라고 대답했지. 그랬더니, 직접 한번 해보라는 거야. 그게 다였어."

<중략>

"이것이 작업의 첫 번째 단계야. 불순물이 섞인 유황을 분리해내야 하지.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 보려던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이미 십 년 전에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난 이 일을 위해 이십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 (p. 161, 166)


# 7 사막의 연금술사 - 산티아고의 멘토

산티아고가 마음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산티아고가 눈 앞에 보이는 '표지'들을 더 잘 살필 수 있도록,
그래서 산티아고의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 입니다.

'마음의 소리'에 대해 이런 멋진 말을 합니다.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바로 그걸세.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세. 그대가 마침내 얻어낸 모든 것들을 한낱 꿈과 맞바꾸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중략>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p. 211)

'문학, 소설,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7) 2008.12.30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4) 2008.12.27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6) 2008.12.24
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  (3) 2008.12.20
완득이 - 김려령  (4) 2008.12.11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2) 2008.12.10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펭귀니즘 2008.12.24 2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금술사를 처음 읽었을 때에는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몰랐지만, 여러 번 읽다보니 조금씩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쓴 다른 책 '흐르는 강물처럼'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더군요. 역시나 주문해서 오고 있는 중입니다.

    • 로처 2008.12.24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숭늉처럼 오래도록 읽으면 더 구수해지는 책인가요?

      저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읽다가 접었습니다.
      그래서 흐르는 강물처럼은 좀 미뤄두려고요.

      아마 펭귀니즘 님의 리뷰를 본 후 읽을지 결정할 수도 있겠네요 ^^

  2. 세상다담 2009.02.09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 잘 읽었습니다. 책 내용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다시 읽은 느낌이었답니다. ^^* 저 역시 파울로 코엘료 책에서는 희망을 읽을 수 있는 거 같아 좋아요. 표지, 행운, 보물 등을 희망으로 바꿔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참 트랙백 달아놓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이야기 가끔 나눠요. ^^*

    • 로처 2009.02.09 1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읽다가 그만뒀어요.

      지금의 저는 코엘료 책하고 잘 맞지 않아서요.

      세상다담님 리뷰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까 해요.

    • 세상다담 2009.02.09 2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는 죽음을 떠올려 만날 수 있는 희망은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답니다.

    • 로처 2009.02.09 2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확실한 기약없는 약속은 없는 것과 다를바 없다지만,
      코엘료의 말대로 표지가 뜨면 그 책 다시 펼쳐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