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라 무슨 내용일까?

책을 읽기 전에 잠시 짐작해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결혼을 했다면 이혼한 후에 결혼을 했을 것이고, 이혼을 했다면 아내가 아닐텐데.....

어떻게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알고 난 후에는 '작가의 말'에서 박현욱 작가가 나무라는 글이 생각이 나네요.


"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벗어나야 하는 것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어 왔던 견고한 아집들이다."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아내가 결혼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부일처제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폴리아모리(polyamory) 입니다.

아래에 이 책과 신문기사를 참고해서 잠깐 정리해 봅니다.


모노가미(monygamy)

일부일처제, 단혼

시리얼모노가미(serial monygamy)

사별이나 이혼 후 재혼하는 식의 연이은 모노가미

폴리가미(polygamy)

일부다처(polygyny)

일처다부(polyandry)

폴리아모리(polyamory)

비독점 다자간 사랑, 떼사랑

<인용 : 중앙일보 2008년 10월 18자 '분수대' 양성희 문화 스포츠부문 차장>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 온 '일부일처의 결혼'에 대해 의문을 품어보라니요.

일부일처를 채택하고 있는 사회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근거 외에 생물학적, 논리적 근거를 합리적으로 나열한다고 해도, 머리 아픈 의문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두 명의 남편을 원하는 것 말고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명의 남편이라는 발칙한 소재를 그들이 좋아하는 축구로 풀어냅니다. 저 역시 축구를 좋아해서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남의 얘기' 라서 입니다.

만약 제가 소설 속 '덕훈'의 입장이라면 절대 웃을 수 없을 겁니다.

아마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웃음은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부일처제도가 신이 내린 완벽한 제도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봅니다.
'폴리아모리'가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될 날이 오기는 할까 싶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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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2 1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Greenbea 2009.02.18 2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게 '남의 얘기' 라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

    • 로처 2009.02.20 15: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자신의 얘기라면...... 눈물 콧물 다 쏟을 것 같기도,
      화를 많이 낼 것 같기도, 그저 체념할 것 같기도, 하여튼 재미있지는 않을거에요. 소름 돋아 ㅡ.ㅡ;

# 1

선생님 쉬~ 하면서 화장실을 재촉하는 아이들부터
영악한 7살 아이들까지 잠깐이지만 가르쳐 본 적이 있습니다.
가르쳤다기보다는 같이 놀아주었고, 같이 놀아주었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저랑 놀아주었죠.
 
저의 정신연령이 딱 그 수준이었더랬죠.
선생이면 아이들보다 나아 먼저 살피고 북돋아주고 그래야 할텐데.
애들보고 웃고, 삐지고, 당황해하고 그랬습니다.

정말이지 영악한 아이들은 제 머리 위에 있습니다.
빤히 제 얼굴을 쳐다보며 제 속을 넘겨짚기도 하죠.
그랬던 아이들이 벌써 중학생이 되었겠네요.

이런 저에게 딱 좋은 책이었어요.

'전형적이다', '지나친 설정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는 날카로운
비평이 담긴 서평들도 감사히 잘 읽어봤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책 읽는 짧은 시간동안 좋았습니다.
비교하기가 뭐하지만,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 보다는 '완득이'를 읽는 것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황석영 선생의 글 속의 주인공이 공활을 하고 노가다판을 전전해도 '선비입네' 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완득이'의 표현을 빌자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인척 하는 것만큼이나 부자가 가난한 척 하는 것이 재수 없다." 는 정도일 겁니다.


# 2

한번은 중학교 선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청년을 봤나!"

이렇게 말해주었지만, 이 말과 같았을 겁니다.

"이런 아름다운 새끼를 봤나."
"세상 참 속편하게 산다."

세상물정 모르고 순진하고, 이상적인 저를 꼬집는 말이죠.
제 감정과 생각 없이, 교과서적인 말들을 주워섬기는 저를 이름입니다.

# 1과 같이 맹하고 # 2 와 같이 어리버리해서인지 전 이 책이 좋았습니다.
적어도 책을 읽는 3시간은 근래에 어떤 영화를 보는 것 보다도 좋았네요.


# 3 책 얘기

책을 읽는 시간동안 재미있고, 행복했습니다.
몇 시간 안 되는 시간동안이지만 웃고, 글썽이고 그랬죠.
어디에 털 날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완득이도 대견스럽고,
자신을 부정하면서, 자식에게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던 아버지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도 행복합니다. 똥주선생은 예뻐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구요.

스스로를 부정하는 부모님을 보는 자식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작가가 이 부분을 그려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습니다.

"넌 나처럼 살지 마라"

라고 말하는 부모님을 대하는 심정은 참담할 겁니다.
이 꽉 다물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 보다 힘빠지고 눈물 나는 그 심정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부터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분위기들이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 4 인용 - 친구, 가르친다는 것

"그 영감이 '네 몸땡이는 멀쩡한데, 네 정신 상태가 문제야.' 했을 때는 처음으로 대들었다.
당신이 내 몸 같았으면 그렇게 말했겠냐고. 그랬더니 내가 숙소에서도 안 나오고, 남하고 어울리지도 않으니까 내 모습도 볼 수 없다고 혀를 차더라."

"예?"

"너도 잘 모르겠지? 그 영감이 그렇게 말을 어렵게 한다니까.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잖아.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고. '친구도 없는 인간이, 제 모습이 어떤지 알기나 하겠어.' 그러는데, 그때 좀 알겠더라."
(P.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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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reenbea 2009.01.17 0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
    트랙백 보내려 했는데:: 잘 안되네요 ::ㅋㅋ

  2. Greenbea 2009.01.19 2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sweetpan.tistory.com/trackback/36

    이렇게 하면 되나요? ^^:: ㅋ

    • 로처 2009.01.21 2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이렇게 보내주셔도 저는 좋습니다.

      제가 손과 발을 다 동원해서 트랙백 거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적어봤어요. 한 번 봐주세요.

요즘 시간이 있어도 책을 읽기가 버겁네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해서 책장에서 집어든 이 책도 그렇습니다.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등장인물들이 영화처럼 멋지게 살지 않습니까?
저 같은 범생이(?)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친구의 친구 얘기 마냥 멋지지만, 멀게만 들립니다.
영화처럼 멋지지만, 그렇게 살라고들 하면 모두 고개를 돌려버릴 낭만이지 싶습니다.
고교시절 좋아했던 문학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그리워하던 낭만 말이죠.

90년대 학번으로, 80년대 학번 선배들의 전설적 낭만과 대학생활을 답습하면서 생활했던 것에 대한 쓴웃음만 지어집니다. 피해망상에 찌든 사람들만 외치는 단어인지 몰라도 '끼인 세대'라고 느끼면서 말이죠.

글 속의 유준처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도 찾고 또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일단 '늪'이라도 만났으면 싶은 오늘입니다.

그저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적어보고 쓴 것도 없는 글을 마치려 합니다.


거기 나오잖아.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맑고 흐린 세상풍파를 다 받아들이는 거야.

준이는 여태까지의 대화가 못 참겠다는 듯이 툭 잘라버렸다.
넌 왜 쑥스럽게 만나기만 하면 책 읽은 얘기만 하는 거냐?

뭐가 쑥스러운데?

네가 지금 행동하고 살고 그런 거 중심으로 얘기하면 안 되니?

지금 생활이 싫으니까.

우리는 그런 식으로 대화가 끊긴 뒤에는 그냥 말없이 걷거나 음악을 건성으로 귓전으로 흘리면서 앉아 있거나 했다.(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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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디오스 2009.02.10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유명한 책인데 아직 읽어보질 못햇네요.. 좋은 작품들 읽어야 하는데
    일단은 책장속의 밀린 애들부터 읽자는 생각에....

    • 로처 2009.02.11 2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저도 요즘 책을 읽다 마는 경우가 허다하네요.

      이 책 읽고 다른 분들은 좋다는데 저는 별 감상이 없어요.
      그래서 요즘 소설 읽기가 겁나네요.

1. 책의 전반적 내용

가늘고 긴 섬광과 함께 찾아온 재난.
세상의 모든 것이 불 타 버렸고, 하늘에선 눈처럼 재가 내린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당장에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을 찾기가 힘든 상황.
무엇보다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무서워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 닥칩니다.


열렬하게 신을 말하던 사람들이 이 길에는 이제 없다.
그들은 사라졌고 나는 남았다. 그들은 사라지면서 세계도 가져갔다.
질문 :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달의 어둠. 이제 밤은 약간 덜 검을 뿐이다.
낮이면 추방당한 태양은 등불을 들고 슬퍼하는 어머니처럼 지구 주위를 돈다.

반쯤 산 제물로 바쳐져 옷에서 연기를 피우며 새벽 보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자살에 실패한 종파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도우러 오겠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산마루에 불이 붙었으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성가를 읊조렸다. 살해당하는 사람들의 비명.
낮이면 길을 따라 말뚝에 박혀 죽은 자들. 이들이 무슨 짓을 했을까? 세상의 역사에는 죄보다 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자는 거기에서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p. 40)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그 남자의 아내는 자살을 택합니다.
남자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들인 '소년' 뿐.


남자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이가 자신의 근거라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저 아이가 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신은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 거야.
(p. 9)


그리고 남자와 소년은 오로지 살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길을 걷습니다.
약탈과 살인은 물론이고 사람을 먹기까지 하는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을 피하고, 위협하고, 때론 죽이면서 말입니다.


2. 그냥 드는 의문들

남자의 소년은 재앙의 시작 즈음에 태어납니다.
남자가 가진 사람 사는 세상의 추억들은 알지 못합니다.

이스마엘 베아가 쓴 <집으로 가는 길>의 소년들은 사람 사는 추억을 갖고 있음에도,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짐승의 길을 걷습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소년'은 사람의 추억이 없음에도 동정과 연민을 갖고 남자에게 칭얼대기 일쑤입니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 싶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남자'가 '소년'을 사람답게 키우고
있구나 하는 말로 변명이 될까요?


3. <드래곤 헤드>를 추천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래곤 헤드 영화> -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만화가 있네요.
바로 <드래곤 헤드> 랍니다. 꽤 오래 전에 봤기에 이 책보다 먼저 나왔을 겁니다.

이 만화의 시작도 비슷합니다.
원인도 알지 못하는 재앙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생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읽을 당시에는 완결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10권으로 완결도 되고 영화도 나왔다니, 만화책을 한 번 봐야겠습니다.

제가 이 책 <로드>를 읽는 내내 <드래곤 헤드>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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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노몰프 2009.01.01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드를 구입하긴 했는데 처음 몇페이지만 읽고 더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예요.

    드래곤헤드는 저도 참 인상적으로 본 만화입니다. 일본만화의 소재의 다양성이 참 부러웠더랬죠. 시종일관 무겁게 짓누르는 분위기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어요. 다시 한번 찬찬히 보고 싶네요.

    • 로처 2009.01.02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가워요 제노몰프님.

      드래곤헤드를 다 읽지 못했고, 지금은 기억하는 것도 거의 없지만 <로드>보다 그 만화 생각이 많이 나네요.

      블로그에서 더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에 대한 트랙백이 워낙 인상깊어서요 ^___^

  2. 제노몰프 2009.01.19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지난 주말에 다 읽고 몇 글자 끼적여봤네요. 사실 끝까지 읽기가 수월하진 않았어요. 행동 하나하나, 인물의 주변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세세한데 그렇기에 더욱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구요. 제가 디테일엔 약하고 생략에 더 익숙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울림이 있네요. 절망도 아니고 희망도 아닌 그 엔딩이 계속 생각납니다. 묘한 책이에요.

    • 로처 2009.01.19 16: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그저 영화 보듯 읽었네요.
      제노몰프님처럼 묘사의 세심함을 볼줄 아는 눈은 없고요. 제가 너무 대강대강 읽은 것인가 싶어서 부끄러웠는데요.
      이런 용감한 무식도 아직은 저만의 방식이라 속편하게 생각하려고요. ^__________^

      나중에는 제노몰프님처럼 묘사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겠죠.

      어렵게 읽으신만큼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괜히 저까지 기분이 좋습니다.



휴게실에서 여러 명의 여자들이 둘러 앉아있습니다.
넉살좋게 생긴 한 여자 분이 자신의 외국체류의 경험담을 풀어놓고 있네요.
어찌나 목청이 좋고, 넉살이 좋은지 모두 웃으며 듣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맞장구 칠 뿐,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입담이 가히 수준급 인가 봅니다.
근대이전의 사회였더라면, 우물가 토크왕 이었을 겁니다.
기분이 좋을 때라면 아마 저도 배시시 웃으며 같이 앉아서 들었을 테지만,
당시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그냥 웃으며 곁을 지나왔을 뿐이네요.

빌 브라이슨의 이 책이 이와 비슷합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유럽 여행담> 입니다.


1. 주의 : '여행 정보가 아닌 여행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유럽산책'이라는 제목만 보고 덜컥 책을 집어 들었던 저는 '유럽사이야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유럽사이야기'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오스트리아 편에 잠시 언급되는 정도로 말이죠. 이건 책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저의 잘못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잘 말해주는 정보가 책의 뒤표지에 이런 문구로 있습니다.


'여행 정보가 아닌 여행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여행정보는 찾지 마시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적어도 저처럼 '유럽사 이야기'나 '여행정보'를 찾으시는 분은 다른 책을 찾아보셔야 합니다. 위에 적어놓은 것처럼 '주의'라고 적어놓지 않으면 '정보뿐 아니라 재미까지 있는 책'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저만의 잘못인가요?

유럽사이야기도 여행정보도 없는 책이지만, 유쾌하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으니까요


2. 고개 젖혀 웃게 만드는 입담

저와 같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요즘처럼 해야 할 일도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더불어 '집이 주는 안락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도 말이죠.
방바닥에 배 깔고 엎드린 채로 빗소리라도 들으면서 이 재미있는 책을 읽는다면,
빗속에 숙소를 찾아다니는 여행객을 떠올리며 더더욱 '집의 안락함'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써 놓으니 '너 자꾸 그러면, 커서 삼촌처럼 된다.' 라고 조카를 타이르는 것 같아 기분이 요상합니다.
아무튼 그의 농담과 표현이 제게는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여행지 사진 한 장 없는 책,
해박한 유럽사의 배경지식을 줄줄 늘어놓지도 않은 책,
도움이 될 만한 여행정보도 없는 책,
빌 브라이슨의 개인적 감상만 주~욱 늘어놓은 책.

그런데도
이 책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그의 재미난 입담 속에 녹아 있는 그의 감상들 때문일 겁니다.
심지어 집근처 '와이 낫'이라는 식당에 대한 향수나,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추억들조차 공감할 수 있는 여행담이 됩니다.
많이 팔렸다니, 저만의 유별난 기호는 아닐 겁니다.


3. 나도 그 성당에 가고 싶다

많은 재미있는 구절들을 모두 인용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저도 '집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찾아가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집의 안락함에 젖어 있는 저에게는 정말 찾아가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아니라, 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기는 하다는 위안의 표지일 가능성이 크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인용해 봅니다.


마지막 날에는 번잡한 바르베리니 광장으로 가, 산타 마리아 델라 콘체치오네 성당 안에 있는 카푸친 수도회의 납골당을 찾아갔다. 일명 해골 성당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때는 16세기, 어떤 수도사가 동료 수도사들이 죽은 후 그들의 해골로 장식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 아닌가? 성당 한쪽 벽면에 자리 잡은 방 대여섯 개는 흉곽으로 만든 제단, 두개골과 다리뼈로 세심하게 만든 묘소, 팔뚝 뼈로 장식한 천장, 등뼈로 꾸민 벽 장식, 손과 발의 뼈로 만든 샹들리에 등으로 가득 차 있다. 한쪽 구석에는 후드가 달린 저승사자 복장을 한 어느 카푸친(프란체스코 회의 세 분파 중 하나) 수도사의 전신 해골이 서 있다. 다른 쪽 벽면에는 6개 국어로 아주 발랄한 어조로 이렇게 쓰인 표지판이 늘어서 있다.

"우리도 여러분 같았지요. 여러분도 우리처럼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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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의추억 2008.11.08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홍 이런 재미난 여행 책이 있었다니... 이번에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장 구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여행책 좋은거 읽으시면 또 추천해 주세요. 밤의추억이 요새는 급등한 환율 때문에 여행은 차마 여행은 못 가고 책으로 내공을 기르고 있는 중이니까요. 저도 읽고 나면 트랙백 걸어드릴께요...역시 로처님 블로그 왔다가면 뭔가 하나씩 건지는게 있다니까용... ^^

  2. 로처 2008.11.09 0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저는 확실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만 유용한 여행정보 찾기는 어려울 지경이니,
    밤의 추억님에게 강추라고는 말씀 못드리겠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쓰기 정도는 참고할만 할 듯 합니다.

  3. 2008.11.28 1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위그든씨의 사탕가게 - 폴 빌리어드
Growing pains - The autobiography of a young boy


아무 생각 없이 서가에서 그냥 집어든 책입니다.
책 제목에 사탕가게가 있고, 표지그림에도 예쁜 사탕가게 그림이 있는데도 몰랐어요.
몇 장 읽다보니 비로소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읽었던 '체리씨 이야기'인줄 알겠더군요.
<연연>님 블로그 에서 보니 제목이 '이해의 선물' 이었다네요.

이 책은 '이해의 선물' 같이 예쁜 아이적 추억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미운 7살' 개구쟁이들의 말썽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아니 외려 말썽들이 더 많아요.


자~!
그럼 어릴 때 저질렀던 말썽들을 주제로 진실게임 해볼까요?
비록 남자들은 이렇게 얘기를 시작해도 결론은 군대얘기로 끝나겠지만 말입니다.

첫째, 야구하다가 유리창 깨기
유리창 깼노라고 말해서 혼나느냐, 부모님께 알려져 혼나느냐 사이의 시간이란 참 힘든 시간입니다.
워싱턴 전기에서 워싱턴은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받았는데, 위인전 읽고 비웃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둘째, 불장난 하다가 마른짚더미에 옮아 붙을 뻔 했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할아버지께서 놀라시며 불을 끄신 일.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르는 일입니다.

셋째, 지하수 파겠다고 마당 이곳 저곳을 헤집어 놓은 일
만화 과학 도서를 보고 땅만 파면 지하수가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삽과 괭이로 외가댁 마당 이곳저곳을 파 놓았더랬죠.
외손자를 예뻐해주셔서 그다지 혼나지 않았습니다.

넷째, 달걀 구워먹겠다고 달걀을 다 태운 일.
아궁이에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다가, 달걀도 구워보겠노라고 했다가 태우기만 했습니다. 많이 혼났습니다.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면 혼납니다'. 예쁜 외손자도 예외란 없습니다.

다섯째, 조용필이 TV에 자주 나와서 노래하던 시절에 막내 이모의 나이키 신발에 오줌을 누었더랬죠.아마 이모가 미웠었나봅니다. 결과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마무지하게 맞았을 겁니다. 괄괄한 막내이모의 가장 아끼는 나이키신발에 소변을 보다니 말이죠.


이 정도가 일단 저의 진실게임 고백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일으킨 말썽들과 부모님이 겪은 속상함은 비례하겠죠?
얼마나 속을 까맣게 태워드렸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겁니다.
부모님을 웃게 해드린 말썽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삼아 보기도 합니다.

말썽의 추억 속에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동무들이 살고 있고,
언제나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안내를 부탁합니다>에 나오는 말대로 '아직도 노래 부를 또 하나의 세상' 에 계십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뜬금없이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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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dfree 2008.11.13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광석의 목소리로 듣는 것도 좋지만, 원곡자인 김목경의 노래로 듣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더군요. 김목경 1집에 있는 곡인데, 들어보시라고 권하려니 이 곡만 어디서 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네요.

    • 로처 2008.11.13 1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이 글 쓰고 난 후에 처음 알았어요 김광석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김목경'이라는 가수가 먼저였군요.

      제가 읽은 글에서는, 김광석이 이 노래가 너무 좋아 녹음 하다가 울음때문에 그만 두기를 몇 번을 했다는 얘기를 보았더랬죠.

      한 번 들어봐야겠습니다. 김광석이 좋아하는 그 노래


<알라딘 서평단 선정으로 받은 책입니다>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동화의 영어버전입니다.

본문이 그리 길지 않고, 그림도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 해 보입니다.




CD 가 있어서 본문의 내용을 원어민 발음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책과 CD 외에도





이렇게 부모님 지도서와 워크시트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워크시트에는 숨은그림찾기도 있네요.

워크시트도, 부모님지도서도, CD도 좋지만,

이쁜 엽서형식의 낱말카드가 없다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하긴 워크시트의 그림들을 예쁘게 오려서 카드처럼 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구연자의

쇼맨쉽이 아닐까 합니다. ^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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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일이 살고 싶은 아이들

 

고등학교의 졸업보다 18살까지 살아있기만 하면 좋겠다는 아이들

 

이혼, 가정폭력, 성폭력, 갱단의 위협, 총격사건, 가난, 마약, 인종차별, 친구의 죽음, 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그저 살아남고자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폭력을 택하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폭력과 가난의 악순환이 그들과 함께합니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영화 <위험한 아이들(Dangerous mind)>이나 <프리덤 라이터스(The freedom writers)>를 보면서 그들을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도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인종 별로 무리 짓고, 싸우고, 사회에서처럼 학교에서도 무시당합니다.

교육의 목적이나 자기계발은 TV <비버리힐즈의 아이들> 만큼이나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이들에게 초보교사 에린 그루웰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캡틴 키튼 선생 같이 말이죠.

 

 

2. 초보교사 그루웰의 수업 문학읽기와 일기쓰기

 

그루웰 선생은 문학작품 읽기 수업을 합니다.

과목이 English이니 당연한 수업과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따분하고 읽기 어려운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아이들은 감동합니다. 그리고 <안네의 일기>, <즐라타의 일기>, <더 컬러 퍼플> 등을 읽고 진솔은 글들을 일기로 풀어냅니다..

 

스스로의 세계로 문학을 읽을 줄 알고, 일기를 통해 진솔하게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일기를 교정해 주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스스로도 위로 받습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공감이 될 것이고, 몰랐던 놀라운 상처에 같이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학 읽기와 일기쓰기는 방법일 뿐 입니다.

 여느 선생님도 하시는 일입니다.
무엇이 이들의 학교를 교육의 현장으로 바꿨을까요?

 


3.
그루웰 선생에 대한 믿음

 

제 멋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결론은 선생에 대한 아이들의 믿음 입니다.

그루웰 선생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불굴의 신념으로 아이들을 사로잡습니다.

여기에서는 구체적 일화를 통해 그루웰 선생을 잠시 들여다 보겠습니다.

 

그루웰 선생은,

 

1. 아이들의 현장학습 비용을 대기 위해 메리어트 호텔에서 일을 합니다.

2. 아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에는 동료교사에게 따지기도 합니다.

3. 아이들과 밤늦게 일기교정을 하다가 도둑으로 오해 받아 아이들과 함께
   경찰 에 체포당 할 뻔 하기도 합니다.

4. 아이들의 의견을 불가능하다며 현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니라, 초청하여
   안네를 숨겨주었던 미프 기스(Miep Gies)씨를 초대하고 즐라타(Zlata)
   종군기자 피터 마스(Peter Maass)를 초청하여 좋은 시간을 보냅니다.

5. 난독증으로 고통 받는 아이에게 집에서 소설쓰기 숙제를 냅니다.

    이 아이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얻습니다.

6.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은 주위의 도움을 받습니다. 존 투씨의 컴퓨터 기증이나
   만찬과 같이 말이죠.

7. 고교졸업도 꿈이었던 아이들에게 대학 진학을 위해, 일손이 부족하자 자신이
   강의하던 교육대학원 원생들을 2 1조로 아이들의 진로상담 멘토로 연결시
   켜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속편으로 <그루웰 선생의 일기>가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4. 현실과 교육제도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영화에서 그루웰 선생은 이혼을 합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일지 모르지만, 충분히 개연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150명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하려면 누군가의 자식, 배우자, 부모 역할을 하기가 힘이 들 것입니다.

모든 교사들이 그루웰 선생이나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처럼 일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 아닐까 싶어요.

 

선생이 아닌 사람들이 선생에게 이 정도의 요구를 한다면, 그것은 성인의 경지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갈피)
책의 인용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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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외된 투명인간들의 역사

이 책의 서문에서 밝혀 말하기를 '콜롬버스'가 아닌 '바로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를 영웅으로 내세웁니다. 그 외에 체로키 인디언, 마크 트웨인, 헬렌 켈러, 등을 영웅으로 봅니다.
이쯤이면 '하워드 진'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대충 책의 내용을 짐작하실 것입니다.


이 책은 화려한 찬양을 받는 영웅들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의 편에 서서 노력했던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선택했든 아니든 가시밭길 인생을 걸어온 사람들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현실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힘겹게 저항하는 사람들의 역사를 말해주는 책입니다.

아래에 콜럼버스와 카사스에 대한 글을 인용해 봅니다.

[ 콜럼버스의 선원들은 황금을 찾아 아이티에 왔지만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고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배에 황금을 대신할 무언가를 채워야만 했다. 그러한 이유로 1495년 대규모의 노예사냥이 이루어졌다. 결국 그들은 스페인으로 이송할 500 명의 노예를 포획했다.
그 가운데 200 명은 항해 중에 죽었고, 살아서 스페인에 도착한 나머지 인디언들은 한 지역 교회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잘 팔릴 만한 노예를 계속해서 공급해주자."

(중략)

아이티에는 약 25만 명의 인디언이 살고 있었지만 2년이 지난 후에는 살해와 자살로 그 수 가 반으로 감소했다. 황금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인디언들은 스페인들 소유의 대농장의 노예가 되었다. 과로와 비인간적인 처우에 수천 명씩 목숨을 잃었다. 1550년경에는 불과 5만 명 정도만 남았다. 한 세기가 더 지났을 때, 섬에는 아라와크족이 단 한명도 남지 않았다. ]  (p. 21)


[ 젊은 성직자 바로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Bartolome de Las Casas)는 콜롬버스의 일지 사본을 만들었으며, <인디언의 역사Historia de las Indias> 라는 책을 저술했다. 그는 그 책에서 인디언들의 사회와 풍속을 설명했으며, 스페인인 들이 인디언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었는지도 밝혔다.

산모가 과로와 굶주림에 시달려 젖이 나오지 않아 신생아들은 일찍 사망했다. 내가 쿠바에 있을 때 석 달 동안 7,000명의 아이들의 죽었다. 심지어 어떤 어머니들은 절망감에 아기를 물에 빠뜨려 죽이기까지 했다. 남편들은 광산에서 죽어갔고, 아내들은 과로에 죽어갔으며, 아이들은 먹을 젖이 없어 죽어갔다....... 나는 이처럼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행위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으며,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p. 23)


이 외에도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던 사람들,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이름 없는 탈영병들, 여성운동가들의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지금은 당연한 상식인 '여성의 참정권', '노동 3권', '유색 인종차별 금지'
이것들이 공기처럼 소중하면서도 당연한 상식이 되기까지는,
시대를 앞서 가시밭길을 걸어간 선구자들이 '반사회 세력'과 '애국심 없는 무리'라는 비난과 핍박 속에서 싹틔운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4.19 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의 위대한 정신은 잊혀진 채 화석으로 딱딱하게 굳어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 때랑 지금은 달라" 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게 아닌지 말이죠.


2. 무엇이 연대를 어렵게 하는가? - 분할하여 통치하라

소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썼습니다.
실천도 고민도 연구도 없이 그저 저의 짧은 의문을 제목 삼았습니다.

이 책에서 하워드 진은 고통 받는 다수의 연대의 가능성과 실패의 역사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식민지 시대 아메리카 대륙에서 흑인노예와 백인 노예의 연대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고통 받는 다수의 연대는 실패하고 맙니다.

큰 이유는

첫째, 인종차별 의식의 조장

둘째, 백인하인들에게 약간의 재산과 자유를 주어 '백인 중산층'이라는 완충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하워드 진은 이런 연대가능성과 실패의 역사를 말해주면서
국가, 민족, 인종, 종교, 성별, 계급, 등의 많은 차이와 이해관계를 넘어서 다수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다다를 수 없는 이상일 뿐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하는 듯 합니다.


3. 한국사회의 건강한 완충장치 중산층?

한-강만수 "중산층은 9억 주택, 소득 8800만원" - 고뉴스 이세찬 기자 08년 9월 3일 기사

강만수 장관이 한국의 중산층은 소득 8,800 만 원 이상의 사람들이라고 한 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중산층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정책을 한 번 되짚어 봐야하지 않을까요.

나 하나 밀알이 되어 '국익'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애국심의 발로' 라고 하신다면 마땅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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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농업과 상업의 발달은 은자의 나라 조선에도 자본주의의 싹을 보여주는데,
너무도 발전이 더딘 탓일까? 상업을 천대하는 탓일까? 순종적인 백성들 덕일까?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고 봉건왕조는 끈질긴 생명을 이어갑니다.

탐관오리와 무능한 봉건왕조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백성과 소통은 삐걱대는데,
곪을 대로 곪은 상처는 갑오농민전쟁으로 아픔을 드러내지만, 왕권의 유지에 급급한 왕실은 권력다툼에 여념이 없고 그렇게 안에서 썩고 무너져 내립니다.

이 때, 유홍기(유대치)의 문하를 자처하는 개화당의 인사들이 '갑신정변'을 일으키죠.
결과는 '3일 천하'로 일컬어지듯 실패.

흥선대원군의 척화비로 대표되는 쇄국이 근대화를 늦춰서 일제치하의 필연으로 이어졌다는 빈약한 인과관계만큼이나 갑신정변의 성공이 식민지화를 막았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막을 수가 없네요

이 책은 암울한 조선말기의 풍운아 김옥균과 홍종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순신 Vs 허균 같은 구도 때문일까요?
실패한 갑신정변의 주도자이자 개화당의 영수인 김옥균,
그런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는 근대화의 반대자, 대책 없는 수구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네요.

지은이 조재곤은 홍종우에 대한 흑백논리식의 평가를 경계합니다.
김옥균이나 독립협회와 견해가 다를 뿐, 근대화에 대한 열의는 같았다고 말하죠.
아래처럼 말입니다.


[ 한국 근대사 연구자로서 필자는 이 글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개화파와 1884년의 갑신정변, 1896~1898년 독립협회, 만민공동회의 역사적 역할은 강조되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이러한 운동을 주도한 인사들만이 유일한 근대 지향 세력이었다고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위정척사파' 혹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는 보수 관료들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고 역사적 정합성을 무시하면서 이들 세력을 무시하려는 시각은 이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개항 이후의 변화들을 충분히 인정하는 가운데 개혁 방안의 연속성과 차별성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같은 개화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지향과는 달리 대외적으로 '자주와 독립', 내부적으로는 '공론과 공도'를 핵심으로 하는 홍종우와 같은 제 3의 근대화 방안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편견과 무지에 의해 역사의 '미라'가 된 홍종우에게 '심장'을 박아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 (p. 260)


 

책을 읽고 난 후에 외려 더 혼란스럽습니다.
김옥균과 홍종우에 대한 이분법적 평가를 경계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적중해서 그런가 봅니다.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김옥균과 홍종우가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 정계에서 활동했다면,
'세계사적 필연'이라는 굴레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무얼 해도 안 되는 그런 암울한 시기였을까요?
조선은 이미 소생하기에는 어려운 지경이었을까요?

저는 어려워서 더 이상 무엇을 쓰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홍종우에 대해 알 수 있는 상소를 정리한 표와, 그가 독립협회와 마찰을 일으킨 것을 정리한 표를 옮겨 놓음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종우 어떤 상소를 올렸나? (p. 167)

연도

내용

1898. 3.17

고문관과 사관士官문제, 한아은행, 외국 상인의 상권 침탈, 각국 공사의 내정 간섭, 통역관의 폐해, 석탄고, 공법, 내수, 용인,

1898. 4.16

외상의 도성 내 상점 설치, 내지 행상, 외국 군대 철수, 조계 설정, 조약 개정, 어업 침탈, 홍삼 투증 금지, 광무연호 화폐 주조, 외국인의 내지 유람 금지, 방곡령, 현량인賢良人을 쓰고 어진 정치를 베풀 것.

1898. 8.10

대한청년애국회 사건에 대한 견해

1899. 8. 2

김필제 사건 관련자 처리 문제

1900. 8. 4

법부대신서리 민종묵 탄핵, 사람을 넓은 시각에서 쓸 것, 옥안獄案 문제

1900. 8. 9

옥사獄事를 간소히 할 것

1900. 9.14

정부 각 부서의 국정 운영에 대한 견해

1900.10. 2

시폐 상소를 봉정한 지 오래 되었으나 비답을 받지 못하고 재상소를 위해 대안문 앞에 進伏, 그러나 등철치 못하고 스스로 물림

1902. 1.28

사람 씀에 신중을 기할 것, 언로를 넓힐 것, 중추원 의관 사직 청원

1902. 8. 1

광주부 언주면 방하교리에 있는 부모와 처의 묘 도굴 문제에 대한 청원

1902.11. 9

신병을 이유로 중추원 의관을 사직 청원



독립신문과 홍종우 어떻게 대립했나? (p. 236)

홍종우

 

독립신문

외국 군대 주둔은 우리 자주권의 침해다.

모두 본국으로 철수해야 한다

외국군대

우리 군사와 순검은 내란을 능히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외국군 주둔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라를 부강케 하려면 백성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할 대의원을 직접 뽑는 하의원을 개설해야 한다.

하의원 설치

인민의 정치 참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겐 군주국 체제가 합당하다. 하의원 설치는 시기상조이다.

빈민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므로 세금으로 거둬들인 미곡이 항구로 향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쌀 국외

유출

방곡 실시하면 항구로 갈 곡식이 내지의 포구로 향하므로 해관세만 줄어들 것이다.

도성 내 상점 설치만은 금지해 내지인의 경제적 피해와 가옥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도성 내

외국

상점

외국 상인을 돌려보내려면 조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고 정부 예산도 부족하므로 불가하다.

일본 상인이 헐값에 사가지 못하도록 황실에서 홍삼 전매 실시해야 한다. 국가 재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홍삼

수출

홍삼을 외국 사람이 찌지 못한다는 말은 약조에 없다. 약조 없이는 금할 수 없다.

국가 재정을 강화하고 외화가 국내에 무분별하게 통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조해야 한다.

광무

연호

화폐

발행

교환가치 면에서 외국 화폐가 우월하고 통화하는 데도 편리하다. 전폐 문제만 심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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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1. 상실의 시대

88만원 세대
2080의 시대
신자유주의
고용 없는 성장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비극적인 말들
초등학교부터 시작한 줄 세우기는 사회에 나와서도 어김없이 적용되어서,
자신이 밑바닥에 속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위를 보며 살아갑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밑에서 끔찍한 가난이 입을 벌리고 기다립니다.

이렇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성공의 시대' 이면에는 더 많은 실패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실패의 향연>의 지은이가 말하는 것처럼, 실패에 익숙해지면서 실패를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자세를 갖는 것이 성공을 다룬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아래에는 토크빌의 글을 저자가 인용한 부분 입니다.
당시의 유럽에 비해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 미국,
그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에서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에 대한 토크빌의 해석입니다. 저는 <실패의 향연>의 주제와 같은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연예인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해 자식이 그 길로 가겠다고 하면,
부모님들은 그 이면의 어려움을 짐작해서 말리는 것으로 비유가 될까요?

삶을 비관하자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 또 성공하기 위해서, 과장된 부분과 실패의 함정들을 제대로 살피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 토크빌은 1830년대에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 미국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민주주의>(1835~1840)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 그는 민주주의적인 평등한 사회 체제의 허점을 분석하고, 특히 과거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 절실해 보이는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했다.

"출생과 소유의 모든 특권이 폐지되고 누구나 모든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면, ..... 사람들은 마음 놓고 무한히 야심을 펼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자신들이 위대한 것을 이루라는 소명을 타고났다고 즐겨 상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날마다 경험을 통해 수정되는 잘못된 생각이다. ..... 불평등이 일반적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법칙인 경우에, 극심한 불평등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로 모든 것이 평등한 경우에는, 아주 미미한 차이도 마음을 상하게 한다. ..... 이것은 민주주의의 주민들이 풍요 한가운데서 기이하게도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 나는 부자들이 누리는 것을 희망과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 가난한 시민을 미국에서 단 한 명도 만나 보지 못했다."

토크빌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위대한 자유주의자였다. 그러므로 봉건적인 불평등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토크빌은 평등주의 시대에 인간을 괴롭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했다.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맨 꼭대기까지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이 은연중에 계속 우리에게 불어넣어진다.

"이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 덕분에 특히 처음에 젊은 사람들은 피상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과 행운아들은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절망한다. 그들의 영혼은 비통함에 숨이 막힌다." ]
(p. 188)



2. 상실에 익숙해지기

필요가 수요를 낳고
필요가 발명을 낳는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리고 마케팅이 수요를 낳고,
상품이 수요를 낳는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풍요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현재 소비하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이 '없어도 그만'일 수도 있노라고 말 해줍니다.

'레스토랑에서의 외식', '고급 승용차', '휴대폰', '예술작품', '넘쳐나는 정보' 들 중에서 진정 내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합니다.
혹시나 유행처럼 소비하지는 않는지, 소외되지 않기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3. 다시 생각나는 권정생 선생

지은이는 '자신의 중심'을 잡고 '유행하는 소비'나 '소외되지 않기 위한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할 뿐, 무소유의 삶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냉소적인 말투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에게 권정생 선생 같은 삶을 살라고 하면, 이 책을 대폭 수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존경하고, 동경하지만, 선생의 삶을 따라가기는 버겁습니다.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돌려대라거나,
겉옷을 달라하면 속옷까지 주라는 말씀은 외면한 채,
스스로에게 유리한 하나님만 찾아서 믿을 뿐입니다.
그나마 부끄러움을 안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을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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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의추억 2008.09.04 15: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것 중에 많은 부분이 없어도 그만'이란 부분이 공감이 가는군요. 밤의추억은 배낭여행을 다니다 보니 정말 우리가 별로 필요도 없는 것을 많이도 끼고 산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30리터짜리 배낭 하나가지고도 몇개월을 살아 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마저도 매번 여행배낭을 꾸릴 때 마다 어떻게 하면 짐을 좀 더 줄일 수 있을까 머릴 싸매고 고민합니다. 뭔가 하나 가지고 떠나면 그게 다 짐이요 그리고 고가품을 하나 더 가지고 가면 매번 그 물건 때문에 신경이 쓰입니다. 신경 쓸 것이 없이 다니는 여행이 주는 그 자유로움은 해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 들 것입니다. 오래 하다보면 중독 증세까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로처 2008.09.05 0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밤의 추억님의 여행담 듣기를 고대합니다.
      여행기 쓰시려 여행하시는게 아닌 줄은 압니다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여행으로 중독 완화시키실 것도 고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