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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인간 - 존 스타인벡문학, 소설, 등 2020. 5. 29. 13:01반응형
생쥐와 인간
작가 : 존 어네스트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옮긴이 : 안의정
출판사 : 맑은소리
대공황의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다는 글을 보고 ‘존 스타인벡’의 책들을 골라봤습니다. 오늘은 ‘생쥐와 인간’을 읽고 써 봅니다.
1. 내가 기대했던 것은 ‘삼포 가는 길’
아주 오래 전 중학생 때 읽어서 기억도 희미해진 ‘삼포 가는 길’은 지금 제멋대로 세 사람의 고독과 고단함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고독과 고단함 그리고 애잔함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냉기가 되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현실로 돌아오며 온기가 도는 안도감으로 ‘삼포 가는 길’은 저에게는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저는 ‘생쥐와 인간’에서 ‘삼포 가는 길’에서 느꼈던 스산한 냉기와 현실로 돌아와서 얻는 안도를 느끼길 기대했나 봅니다.
2. 이 책에서 인간성이나 인간애를 느끼는 사람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계획이나 내일을 위한 계산도 꿈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소박한 자영농의 꿈을 얘기하고, 내일을 위해 계산도 해가며, 사람을 모아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인 ‘조지 밀튼’과 ‘레니 스몰’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아마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이 소설에서 ‘인간성’이나 ‘인간애’를 느끼는 분들도 많으신 듯 합니다.
조지밀튼과 레니스몰의 대화 책 인용
더보기『”그러지 말고, 조지, 얘기해줘, 부탁이야, 조지. 옛날에 해줬던 것처럼.”
“자넨 그 얘기가 꽤나 재미있었던 모양이로군? 좋아, 얘기해주지. 그리고 나서 저녁을 먹자구……”
조지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그는 전에도 여러 번 그렇게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이야기를 해나갔다.
“우리 같이 농장에서 일하는 인간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족속이지. 그들에겐 가족이란 게 없어. 사는 곳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자네도 알다시피 그들은 농장에서 일해 돈푼 깨나 만지게 되면 읍내에 나가 몽땅 털어 써버리고 다시 다른 농장으로 기어들지. 그들에게는 앞날이란 게 존재하지 않아.”
레니가 신이 나서 끼어 들었다.
“그래. 그렇지.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할 건 지에 대해 얘기해줘.”
조지는 말을 이었다.
“우린느 그렇지 않아. 우린 앞날을 생각하니까. 우린 우리에게 작은 도움을 줄 사람도 있지. 우리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해서 술집에 들어앉아 주머니를 털어 버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구. 다른 친구들은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도움을 청할 사람 하나 없지. 하지만 우린 달라.”
레니가 말을 가로챘다.
“우리는 달라. 왜냐구? 그건…..그건 내가 자네를 돌봐주고 자네는 나를 돌봐주기 때문이야.”
그는 활짝 웃었다.
“계속해, 조지!”
“자넨 그 이야길 아주 가슴에 새기고 있군, 자네가 얘기해보지 그래.”
“아니, 자네가 해. 나는 조금 잊어버렸거든. 그래서 어떻게 되는지 말해줘.”
“좋아 언젠간 우린 얼마간의 돈을 모아서 작은 집 한 채와 두 에이커의 땅을 장만하고 호화스런 생활을 하게 되는 거지.”
레니가 소리쳤다.
“토끼도 기르고 말이야. 계속해줘, 조지! 우리가 가지게 될 땅과 토끼장 속의 토끼들에 대해서, 겨울비와 난로 그리고 자르기조차 힘들 정도의 우유 위에 두껍게 엉켜 붙은 크림에 대해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얘기해 봐. 조지.”
“왜 자네가 직접 하지 않나? 다 알고 있으면서.”
“아니야 ….. 자네가 해. 내가 하면 딴 얘기가 되어버려. 계속해……조지. 내가 어떻게 토끼를 길러야 되는지.” 』 책인용
3. 2020년 한국의 독자들은 무엇을 볼까
2020년 한국 독자들의 일반적 성향을 제가 알 수 없는데 너무 거창하게 시작했습니다.
한국독자를 일반화해서, 대표성도 없는 제가 대신 말할 순 없으니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 하겠습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대공황의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난과 그 중에도 드러나는 인간성과 인간애를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도무지 그런 교훈적인 내용을 도출해 낼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레니 스몰’의 욕정과 살해가 너무 끔찍해서입니다.
‘레니 스몰’의 쓰다듬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라기 보다는 ‘부드러운 감촉’에 집착하는 욕정의 충족일 뿐이었습니다. 죽은 쥐를 계속 쓰다듬는 장면이 이를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이어지는 강아지의 죽음과 살인은 실수라기 보다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아마도 2020년 한국의 다른 독자들도 ‘동물학대’와 ‘여성살인’에 방점을 두고 읽으시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4. 의문 : 무력감과 낙담 그리고 부정적인 금지의 강화는 분노를 파생하는가?
이 소설 ‘생쥐와 인간’에서 ‘레니 스몰’은 숙모와 ‘조지 밀튼’에게 많은 금지명령을 듣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자기편인 ‘조지 밀튼’이 떠날 수도 있음으로 위협받기도 합니다.이런 금지 명령으로 인한 무력감과 낙담, 자기편의 떠남으로 받는 위협으로 인한 불안은 ‘레니 스몰’의 불안과 분노 공격성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요즘 정치, 사회 기사 뿐 아니라, 스포츠 기사에 이르기까지 댓글을 보고 있자면 편을 갈라 분노와 증오 다툼을 즐기고 키워간다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지금이 ‘레니 스몰’이 살고 있던 시기처럼 힘든 금지와 무력감 낙담의 시기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가 그런 게 아니라면 개인이 ‘레니 스몰’처럼 무력감과 낙담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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