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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조림공장 골목 - 존 스타인벡
    문학, 소설, 등 2020. 6. 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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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조림공장 골목(Cannery Row)

     

    작가 :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옮김 : 정영목

    출판 : 문학동네

     

     

    1.    시답잖은 인간들의 사는 얘기 대환장파티를 위하여

     

    이 책은 통조림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마을들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중국인 식료품점 상인인 리청, 맥을 대장으로 헤이즐, 에디, 휴이, 그리고 존스 5명이 모여사는 팰리스 플롭하우스 앤드 그릴’, 술집 베어플래그의 사장 도라를 비롯해 경비원인 앨프리드와 그리스인 요리사 그리고 여성작부들, 고장난 보일러에 사는 샘 맬로이 부부, 어딘가 모자란 프랭키라는 소년, 웨스턴 생물학 연구소의 닥, 그리고 생활고에 죽는 가장과 이유를 모르고 죽은 소녀까지 많은 이들이 등장합니다.

     

    초반에는 나와 상관 없는 시답잖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 바쁘고 피곤할 때 듣는 재미없는 농담, 대꾸할 말도 마땅치 않은 농담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때 마침 읽던 성경 구절도 전도서 말씀이었습니다.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사람이 세상에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는가?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전도서 12~4절 말씀- 표준새번역

     

    작가는 이 하찮고도 비루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데 성공했고, 저는 초반의 이 지루하고 헛되어 보이는 허무함을 참고 끝까지 읽어서 나름의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꽤나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지루했던 전반부를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을 때만큼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아래와 같이 이 책을 시작합니다. 아마도 이 도입부를 처음에 읽을 때는 너무도 추상적으로 느끼실 테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시게 될 것입니다.

     

    《 캘리포니아 주 몬터레이의 캐너리 로는 시이고, 악취이고, 삐걱거리는 소음이고, 독특한 빛이고, 색조이고, 습관이고, 노스탤지어이고, 꿈이다. 캐너리 로는 모여 있는 동시에 흩어진 곳이고, 함석과 쇠와 녹과 쪼개진 나무이고, 잘게 부서진 보도와 잡초가 무성한 나대지와 고물 수집장이고, 골함석으로 지은 통조림공장이고, 초라한 극장이고, 식당과 매음굴이고, 북적이는 작은 식료품점이고, 연구소와 싸구려 여인숙이다. 그 주민은, 그 사람이 말한 적 있듯이, “창녀, 뚜쟁이, 도박꾼, 개자식들인데, 그 말은 곧 모두라는 뜻이다. 그 사람이 다른 구멍을 통해 들여다 보았다면 성자와 천사와 순교자와 거룩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차피 뜻은 마찬가지이지만.》 통조림공장 골목 7P~8P 발췌

     

    2.    세대를 이어 살아가는 사람들 – 3500년 전 우물 속의 유골

     

    [게놈과 인류사] 3500년 전 우물서 생을 마감한 그녀에게 무슨 일 있었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37101

     

     오늘 본 <동아사이언스>의 기사는 무려 3500년 전에 살았던 한 여성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기사를 냈습니다. 유전자과학과 인류학 역사의 접목학문이라고 소개를 하네요.

    무려 3500년 전의 여성의 삶. 얼마나 굴곡진 삶을 살았는지, 밥은 제 때 잘 먹었는지, 결혼 때문에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 전쟁 포로나 노예로서의 삶을 살았는지…….수 많은 사람들이 까마득한 시간 동안 살다 집니다.

    재개발 지역에 가면 볼 수 있는 집터만 바라봐도 선사시대 유적지를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동시대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 쉽게 여러가지들이 연상되기에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이 집에 살던 식구는 몇 명이었을까?”, “몇 살, 몇 살의 구성원들이 살았을까?”, “삼겹살을 먹을 때 가족들이 모여서 먹었을까?”, “겨울에 난방비는 얼마나 나왔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집터를 바라보게 됩니다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해는 여전히 뜨고, 또 여전히 져서, 제자리로 돌아가며, 거기에서 다시 떠 오른다.』 전도서 14.5절 표준새번역

     

    3.    아웅다웅 하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며 멋진 파티의 결말에 이른다

     

    긴 시간 인류의 역사 중에, 수 많은 사람들의 명멸 중에, 이 책 통조림공장 골목의 주인공들 역시 그렇게 사건으로 대화로 행동으로 자신들을 드러내고 설명하며 살아갑니다. 다른 이의 절망적인 죽음도, 허무한 죽음도, 그리고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웃긴 추억 같은 사건들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사건일 뿐입니다. 바람에 굴러 다니는 낙엽처럼 그렇게 구르고, 부딪치며 살아갑니다.

     

    이 책의 초반의 인물 설명과 사건들은 결국 후반의 좌충우돌 대환장파티에서 절정의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각자 사건들의 시답잖은 주인공들은 마지막의 멋진 파티를 준비하고 완성하고 즐기는 주인공들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 전도서 22425. 표준새번역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다. 이제 나는 알았다.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언제나 한결같다. 거기에다가는 보탤 수도 없고 뺄 수도 없다. 하나님이 이렇게 하시니 사람은 그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전도서 312~14. 표준새번역

     

    『할 말은 다 하였다. 결론은 이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여라. 그분이 주신 계명을 지켜라. 이것이 바로 사람이 해야 할 의무다.” 하니님은 모든 행위를 심판하신다.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모든 은밀한 일을 다 심판하신다.』 전도서 121314. 표준새번역

     

    이름없이 짧은 인생 살아가는 중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여러가지 일들로 2020년 한해는 정말 일상의 편안함에 새삼 감사하는 한 해 입니다. 반복적이고 특이할 거 없는 일상이 지겹고 답답하기만 했던 젊은 날과 작별하는 한 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다소 바보 같을지라도, 비아냥을 들을지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멋진 파티의 주인공이 되거나, 주도적으로 파티를 준비하지 못한다 하여도, 파티의 끝자락에서 지켜보고 웃으며 축하해 줄 수만 있어도 좋으니 파티를 준비하는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노래의 마지막 한 구절로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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