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위인전기를 거의 읽지 않습니다. 전태일 평전이나 체 게바라, 간디를 띄엄띄엄 읽은 것이 전부죠. 위인전이라면 어릴 적 전집으로 읽은 것이 전부입니다.
지금 어린이들이 읽는 위인전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제가 어릴 적 한국의 위인들은 비범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채운이 드리우고, 학이 뜰에 노닙니다. 어린시절 그 어렵다는 경서를 줄줄이 외고, 소과에도 덜컥 붙어버립니다. 그들에게도 어려움과 도전은 있지만, 이미 일반인과는 다른 인물입니다. 감탄의 대상 경외의 대상이 될 지언정, 본받을 수는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거죠.
제가 아이들을 위해 위인전이나 평전을 산다면, 이런 책은 사지 않겠습니다. 아마 요즘은 이런 책이 출간되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프랭클린 자서전은, 어려운 환경 속의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약간은 잘난 척하기 위해 썼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일지라도 말입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1부는 어린시절과 사업의 시작을 2부는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수양법을 3부는 공직의 진출과 대학, 공공도서관, 소방대, 방위군 설립등 공적사업의 경력과 경험담을 말해 줍니다.
그가 어떻게 범인에서 위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근거로 생각해 봤습니다.
변화의 힘은,
첫째,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 둘째, 책을 읽고 토론하고 작문한 것을 모임을 통해 나누었다는 점 셋째, 사람들과의 만남과 사귐이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 넷째, 근면, 검소, 절제의 덕목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점 입니다.
아래는 위의 세 가지 '프랭클린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을 책에서 인용함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 1 전토(Junto) (p. 104)
나는 그 전해 가을에 내가 아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아 서로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클럽을 만들었다. 이름을 전토(Junto, 비밀 결사의 뜻 : 역주)라 하고 금요일 저녁마다 모였다. 내가 작성한 규칙에 따라 회원은 자기 차례가 되면 도덕이나 정치나 자연 철학에 관계된 한두 가지 논제를 찾아 왔다.그러면 우리는 그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였다. 또 석 달에 한 번 씩 어떤 주제로든 에세이를 하나씩 써 와서 발표했다. 토론은 회장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고 논쟁을 위한 논쟁에 빠지거나 상대편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임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을 막기 위해 독단적인 의견 표현이나 직접적인 반박 같은 것은 금했고 어길 경우에는 약간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 2 서재에서 공공 도서관으로 (p. 148)
이 작은 서재가 꽤 쓸 만하자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해주자고 제안했다. 즉, 회원제 공공 도서관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내가 필요한 계획과 규칙의 초안을 짰고, 관록있는 공증인 찰스 브록덴이 그 초안을 토대로 회원 가입의 동의 조항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각 회원은 처음 책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일정량의 돈을 내고, 책을 더 살 수 있도록 해마다 회비를 내야 했다.
당시 필라델피아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고 사람들은 아주 가난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다녀도 겨우 50명밖에 모을 수 없었다. 대부분이 젊은 상인들이었고 그들은 처음에 40실링을 내고 해마다 10실링씩 내기로 했다. 이 작은 기금으로 우리는 출발했다.책들은 해외에서 사들였다. 도서관은 일주일에 한 번씩 문을 열고 회원에게 책을 빌려 주었다. 회원들은 약정에 따라 기한 내에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 책 값의 두 배를 물어야 했다.
# 3 프랭클린의 13 덕목 (P. 156)
나는 명확함을 기하기 위해 더 적은 덕목에 규율을 길게 붙이는 것보다는 덕목을 조금 더 늘어놓고 각각의 덕목에 수반되는 규율을 자세히 붙이기로 했다. 덕목과 거기에 따른 규율은 다음과 같다.
1. 절제 (Temperance) 배부르도록 먹지 말라,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
2. 침묵 (Silence) 자신이나 남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은 하지 말라. 쓸데없는 말은 피하라
3. 질서 (Order)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정돈하라. 모든 일은 시간을 정해 놓고 하라.
4. 결단 (Resolution) 해야 할 일은 하기로 결심하라. 결심한 것은 꼭 이행하라.
5. 검약 (Frugality)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유익한 일 외에는 돈을 쓰지 말라. 즉, 아무것도 낭비하지 말라.
6. 근면 (Industry)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언제나 유용한 일을 하라. 안 해도 될 행동은 끊어 버려라.
7. 진실함 (Sincerity) 남을 일부러 속이려 하지 말라. 순수하고 정당하게 생각하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게 하라.
8. 정의 (Justice)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응당 돌아갈 이익을 주지 않거나 하지 말라.
9. 온건함 (Moderation) 극단을 피하라. 상대방이 나쁘다고 생각되더라도 홧김에 상처를 주는 일을 삼가라.
10. 청결함 (Cleaniness) 몸과 의복, 습관 상의 모든 것을 불결하게 하지 말라.
12. 순결 (Chastity) 건강이나 자손 때문이 아니라면 성 관계를 피하라. 감각이 둔해지거나 몸이 약해지거나, 자신과 다른 이의 평화와 평판에 해가 될 정도까지 하지 말라.
13. 겸손함 (Humility)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으라.
# 4 프랭클린의 덕목표 (P. 160)
나는 한 주일에 한 덕목씩 실천하기로 했다. 그래서 첫째 주에는 '절제'에만 신경을 써서 아주 작은 잘못이라도 피하려고 애쓰면서 다른 덕목들은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매일 저녁 그날의 잘못은 꼭 표시했다. 첫 주에 T라고 표시된 첫째 줄이 까만 점 하나없이 깨끗해지면 나는 그 덕목이 완전히 몸에 익어 그 반대되는 습관은 약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 다음 덕목까지 포함해서 첫째, 둘째 줄을 다 깨끗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런 식으로 맨 마지막 덕목까지 끝내는 데 13주가 걸렸고 일 년에 네 번 실행할 수 있었다.
밭의 잡초를 뽑을 때에는 한 번에 몽땅 뽑으려고 덤빌 것이 아니라 자기 능력껏 한 뙈기를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법이다. 나는 그렇게 한줄 한줄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서 그만큼 덕을 익혔음을 끼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번 거듭한 끝에 마지막 13주째에는 점 하나 찍히지 않은 깨끗한 수첩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 5 프랭클린의 잠언1 (p. 190)
주 의회 서기 후보에 올랐는데 신참내기 의원 하나가 다른 후보를 옹호하고 나를 반대하는 긴 연설을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내가 다시 당선되었다. 내게는 썩 기분좋은 일이었다.
<중략>
그러니 당연히 이 신참내기 의원의 방해가 달가울 리가 없었다. 이 사람은 재산도 있고 학식도 있고 재능도 있어서 오래지 않아 주 의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이었고, 후에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아첨하여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얼마 후에 나는 다른 방법으로 그에게 접근해 보았다. 그의 서재에 아주 진귀한 희귀서가 한 권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 그 책을 한번 읽어 보고 싶으니 며칠만 빌려 달라고 청했다. 그는 즉시 책을 빌려 주었고, 나는 일주일 뒤에 그 책을 돌려 주면서 아주 감사하다는 메모를 함께 보냈다.
다음 번에 의회에서 만났을 때 그는 아주 정중하게 말을 걸어 왔다. 그 뒤로는 모든 일에서 나를 기꺼이 지지해 주었고 우리들의 우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일은 옛말 중에 틀린 말이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준다.
"당신이 친절하게 대해 준 사람보다 당신에게 한 번이라도 친절을 베푼 사람이 당신에게 또다른 친절을 베풀 것이다."
# 6 프랭클린의 잠언2 (p. 224)
길버트 테넨트라는 목사가 나를 찾아온 것은 이 무렵이었다. 그는 새 예배당을 짓기 위해 모금을 해야 하니 도와 달라고 했다. 원래는 화이트필드 목사의 제자들이었던 장로교인들을 그 목사가 모아 그들을 위한 예배당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시민들에게 너무 빈번하게 기부금을 부탁해서 거부감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목사는 내 경험으로 볼 때 돈을 잘 쓰고 공공 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의 이름을 쭈욱 불러 달라고 했다. 내 간청을 친절하게 들어 주었던 사람들이 또 다른 요구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도 거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언이라도 해달라고 했다. "그거라면 기꺼이 해드리지요"라고 나는 말했다.
"첫째로 목사님이 생각하시기에 기부를 해줄 것 같은 사람을 찾아가십시오. 다음에는 줄지 않줄지 확실치 않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먼저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을 보여 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줄 것 같지 않은 사람들도 빼놓지 마십시오. 목사님이 잘못 보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목사는 크게 웃더니 고맙다면서 충고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 그렇게 했다.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기부를 부탁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를 모았다.
# 7 프랭클린의 종교관 일면(p 152)
나는 장로교 교육을 받았었다. 나는 그 교파의 교리 중에 신의 영원한 의지, 선민 사상, 영벌 같은 것들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의심스러운 것도 많았다. 일요일은 공부하는 날로 정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예배에 빠졌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적인 원칙들을 아예 다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신이 존재한다는 것, 신이 세상을 창조했고 섭리로 주관하고 있다는 것, 신이 가장 기뻐하는 봉사는 사람들에게 선을 베푸는 일이라는 것, 우리의 영혼은 불멸하며 모든 악은 단죄받고야 만다는 것, 덕행은 이 세상에서든 저 세상에서든 꼭 보답을 받는다는 것 등은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이러한 것들이 모든 종교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종교들은 모두 그러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모든 종교들을 존중했다.
하지만 종교마다 그 존중의 정도는 달랐다. 어떤 종교는 그 요소들에 다른 교리들이 뒤섞여서 인간의 도덕성을 고무하고, 촉진시키고, 강화시키기는커녕 우리를 갈라 놓고 서로 악의를 품게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리 나쁜 종교라도 좋은 점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종교를 존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종교에 대한 경외심을 건드릴 만한 논쟁을 피하게 되었다. 우리 지방의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새로운 예배당이 필요하게 되었고 대부분은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세워졌다. 나는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교파를 가리지 않고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했다.
예배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지만 바르게만 이루어진다면 예배도 유용하고 괜찮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필라델피아에 있던 유일한 장로 교회의 목사와 그 집회를 후원하는 기부금을 해마다 보냈다.
그 목사는 친구로 가끔 나를 찾아와서 집회에 나오라고 타일렀다. 그의 권고에 마음이 움직여 가끔씩 나갔으며 5주 동안 계속 참석한 적도 있었다. 그 목사의 설교가 마음에 들었다면 일요일에 공부하는 것을 제쳐놓고라도 계속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사의 설교는 주로 신학적인 논쟁이나 우리 교파만의 교리에 대한 설명들뿐이어서 아주 무미건조하고 지루했으며 얻을 것도 없었다. 도덕적인 원칙은 눈곱만큼도 가르치거나 역설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를 좋은 시민보다는 장로교 신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