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정민
다산선생에 관한 책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격물치지 님의 블로그> 와 <쉐아르 님의 블로그> 글에 소개된 ‘미쳐야 미친다’ 이 책을 그 덕에 만났습니다.
위에 두 분의 블로그를 보시면, 이 책에 대한 대강의 궁금증은 풀리실 것입니다.
저는 ‘배움’에 관한 주제로 이 책을 인용해 보려 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엽기적인 노력가 ‘김득신’ 과 유배지 강진에 온
그래서, 선조의 삶과 글들을 정민 선생처럼 나태와 안일을 쫓는 '죽비소리'로 삼고자 아래의 글을 인용합니다.
네모 표 안의 글이 인용 부분 입니다.
김득신, 그의 노둔함이 이와 같았다. 김득신은 지혜가 부족하고 재주가 몹시 노둔했는데도 외워 읽기를 몹시 부지런히 했다. 독서록이 있었는데 천 번을 읽지 않은 것은 기록에 올리지도 않았다. 사마천의 <사기> 중에 <백이전> 같은 것은 1억1만3천 번을 읽기에 이르렀다. – 여기서 억은 10만 이라 하네요.
|
이 이야기는 EBS <지식채널 e> 에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어느 독서광의 일기> 입니다.
Idreamlist 님의 블로그를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천재와 둔재 이 중 황덕길(1750~1827) 이 쓴 <김득신의 독수기 뒤에 쓰다> 란 글의 한 대목을 읽어 보자. 일찍이 선배들을 살펴보니 김일손은 한유의 문장을 1천 번, 윤결은 <맹자>를 1천 번 읽었다. 노수신은 <논어>와 두시를 2천 번 읽었고, 최립은 <한서>를 5천 번 읽었는데, 그 중에서 <항적전>은 두 배를 읽었다. 차운로는 <주역>을 5천 번 읽었고, 유몽인은 <장자>와 지금까지 동방에서 대가의 문장을 논할 때면 반드시 이분들을 지목하는데, 그 시를 읽고 글을 읽어보면 그 글이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근세에 재주가 뛰어난 자로 칭송을 받는 자로, 중추 하지만 그들의 문장이 단지 한때 재능이 있다는 이름만 얻었을 뿐 후세에 전하는 것이 없다. |
마음을 지킨 사람 이서우가 쓴 <백곡집서>의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글을 맺기로 한다. 대저 사람은 스스로를 가벼이 여기는 데서 뜻이 꺾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느라 학업을 성취하지 못하며, 마구잡이로 얻으려는 데서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만다. 공은 젊어서 노둔하다 하여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독서에 힘을 쏟았으니 그 뜻을 세운 자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기를 억 번 만 번에 이르고도 그만두지 않았으니, 마음을 지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것을 포개고 쌓아 부족함을 안 뒤에 이를 얻었으니 이룬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아! 어려서 깨달아 기억을 잘한 사람은 세상에 적지 않다. 날마다 천 마디 말을 외워 입만 열면 사람을 놀래키고, 훌륭한 말을 민첩하게 쏟아내니, 재주가 몹시 아름답다 하겠다. 하지만 스스로를 저버려 게으름을 부리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그만두어버리고, 늙어서도 세상에 들림이 없으니, 공과 견주어본다면 어떠하겠는가? |
에디슨에게는 어머니, 헬렌켈러에게는 설리반이 있었듯,
김득신 뒤에는 믿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아버지가 있었나 봅니다.
요즘 같아선, 한글을 10살에 떼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넌 머리가 좋아!' 라는 칭찬이 대개의 경우 아이를 못쓰게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내가 황상에게 문사(文史) 공부할 것을 권했다. 그는 쭈뼛쭈뼛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 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당시 동천여사(東泉旅舍)에 머물고 있었다. |
이렇게 멋진 스승과 제자를 많이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움도 '빨리 빨리' , 박사학위도 '빨리 빨리' 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일이 좀 덜해졌으면 하는 소망도 있습니다.
다른 것에 관심이 있어, '틀에 박힌 교육'이란 것을 익히는 일이 좀 늦은 아이들이 그 관심을 재능으로 키워갔으면 합니다. 열등감을 몸에 배이게 하는 대신에 말이죠.
P.S 잊을 뻔 했습니다.
쉐아르님 처럼 저도 정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 같은 사람들도 쉽게 고전과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좋은 책 부탁드
립니다.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0) | 2008.09.18 |
---|---|
홍종우,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 - 조재곤 (0) | 2008.09.10 |
오주석,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1 (0) | 2008.04.25 |
미쳐야 미친다 - 정민 (2) | 2008.03.05 |
삼국지강의-이중톈 (2) | 2008.03.01 |
오주석, 그의 사랑에 행복하다(한국의 미 특강) (0) | 2007.10.31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출장땜에 정신 없이 지내다 이제야 저도 트랙백을 겁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어릴적에 뛰어났던 이들 중에 오히려 커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 속도에 맞추어 기다려줄 수 있는 것이 소중한 것 같습니다.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
트랙백 어마 무지 감사해요 ^^
저는 공교육이건, 사교육이건, 표준이나 정답을 덜 요구했으면 합니다. 초등교육에서는 특히나 말이죠.
자주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