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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작가 : 욘 포세(Jon Fosse)
출판 : 문학동네
처음에 안절부절 못하는 ‘올라이’가 등장합니다. 산파인 ‘안나’가 등장하고 곧이어 출산 중인 아내 ‘마르타’가 나옵니다. 이미 ‘마그다’라는 이름의 딸이 있는 올라이는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요하네스’라고 부르려고 마음 먹습니다. ‘올라이’의 아버지 이름 ‘요하네스’를 아들에게 주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요하네스’와 ‘에르나’의 일곱 자녀 중 아들 ‘올라이’와 막내 딸 ‘싱네’가 있습니다. 그렇게 요하네스는 살아왔고 또 다른 요하네스 또한 태어납니다.
나이가 많은 ‘요하네스’의 아침은 평소와 같습니다.
은퇴한 어부로 추정되는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빵을 의무적으로 먹은 후에 하루를 시작합니다. 평소와 같은 일상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통증도 없이 가뿐하고 개운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와 다락으로 이어진 사다리를 오를 때도 통증이 없이 몸이 가뿐합니다. 집을 떠나 외출을 하기 전에 둘러보는 집은 평소와 같은데 또 묘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둘러봅니다. 늘상 걷는 거리와 보트하우스도 평소와 같은데 묘하게 다릅니다.
제일 친했던 친구 ‘페테르’를 만나고, 평생을 서로 머리카락을 깎아주며 이발비를 아꼈던 사이인 만큼 어깨까지 자란 ‘페테르’의 머리카락을 보고 이발을 해주겠노라고 말합니다. ‘페테르’가 잡은 꽃게를 팔기위해 노처녀 ‘페테르센’을 기다리고, 젊은 ‘안나 페테르센’도 만납니다. ‘페테르’의 아내가 될 ‘마르타’와 자신의 아내가 된 ‘에르나’도 만납니다. 그렇게 꿈인지 현실인지, 현재인지 과거인지를 다닙니다. 꿈처럼 명확지 않습니다. 대화 상대방의 나이도 몸상태도 시점도 흐릿하게 가리운 것처럼 꿈만 같습니다.
노인 ‘요하네스’는 아내 ‘에르나’와 일곱 자녀를 낳아 기르는 가난한 어부입니다. 지나고 나서야 마모되어 동글동글한 조약돌 같이 평화로이 그리워할 수 있는 과거가 된 것이죠. 그 하나 하나의 일상이 현재였을 때는 얼마나 사람의 희로애락이 다 있었겠습니까. 좌절도 있고, 낙담도 있고, 후회와 자책, 두려움과 걱정, 설레임, 분노, 등. 온갖 것들이 다 현재일 때에는 날카롭고 뾰족한 돌 같았을 일상이었을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현실에 ‘좌절과 낙담’하고 과거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것으로 인생을 채우기에는 너무 고단하고 괴롭고도 슬픕니다.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이발을 하고, 청소를 하고, 대화를 하고, 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어렸을 때에 지루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져서 벗어나고 싶었던 일상이, 우리 동네가, 평범함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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