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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성의 부름 - 잭 런던
    문학, 소설, 등 2020. 7. 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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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

    지은이 : 잭 런던

    옮긴이 : 오숙은

    출판사 : 펭귄클래식코리아

     

    어릴 적 읽었던 썰매개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인지 확인하려고 읽어보았습니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읽은 책이었지만, 지금까지 기억나는 장면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썰매개들 사이에서 서열을 가리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하고 그 끝은 패배하여 쓰러진 개를 모든 개가 공격하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인 개가 눈밭의 추운 야외에서 눈을 파고 그 구덩이에서 밤을 지내는 방법을 배워 실행하는 장면입니다. 읽고 보니 그 두 장면이 이 책에도 나오더라고요. 결국 제가 어렸을 때에 읽었던 책이 이 책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이 맞았습니다.

     

     

    유튜브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 온 가족이 보면 좋을 가족영화인 듯합니다.

    동물이 주인공인 다른 영화들처럼 말입니다. 얼마나 각색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합니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주인공인 개 은 북쪽으로 끌려가서 세 번의 주인을 만나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 주인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개를 학대하는 장면과, 개들끼리 생존을 걸고 죽고 죽이는 장면도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가족영화로 각색을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미지출처 - 다음영화

    영화와 별개로 이 책에서 이제 다 자라버린 저는 큰 재미도 의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피식 하고 웃었던 장면과 수십 년 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나는 어릴 적 강렬했던 장면을 다시 적어보려고 합니다.

     

     

    오래도록 남은 이 책의 장면1 개 싸움에서 벅이 느낀 충격

     

    벅은 이 늑대 같은 개들처럼 싸우는 개들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의 첫 경험은 잊지 못할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사실, 그것은 간접경험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아남아서 교훈을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컬리가 피해자였다. 그들은 통나무 저장고 근처에서 야영하고 있었는데, 컬리는 그곳에서 평소처럼 다정한 태도로, 다 자란 늑대만큼 크기는 해도 자기 몸집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허스키 한 마리에게 다가갔다. 아무런 경고도 없었다. 다만 섬광 같은 도약과 이빨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 도약할 때처럼 재빠른 한 번의 착지밖에는, 그러고 나니 컬리의 얼굴이 눈에서 턱까지 찢어져 있었다.

     

    그것은 늑대가 싸우는 방식이었다. 치고 빠지는 방식.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삼사십 마리의 허스키가 그곳으로 달려오더니, 둥그렇게 에워싸고 조용히 집중해서 두 마리 개의 싸움을 지켜보았따. 벅은 그들이 말없이 열중한 이유를,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입맛을 다시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했다. 컬리가 상대에게 덤벼들었으나, 상대는 두 번째 공격을 가하고는 옆으로 뛰어내렸다. 상대는 컬리가 다시 공격해 오자 특이하게 가슴으로 받아치면서 컬리를 넘어뜨렸다. 컬리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그때가 바로 구경하던 허스키들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그들은 으르렁거리고 컹컹 짖으면서 컬리에게 덤벼들었고, 컬리는 털을 곤두세운 무리들 밑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그들에게 깔려 버렸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뜻밖의 일이어서 벅은 깜짝 놀랐다. 그는 스피츠가 웃는 것처럼 진홍색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프랑수아가 도끼를 휘두르면서 개 떼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몽둥이를 든 세 남자가 프랑수아를 도와 개들을 쫓았다. 그 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컬리가 쓰러지고 이 분 후, 컬리를 덮쳤던 개들 중 최후의 한 마리가 몽둥이에 쫓겨 갔다. 그러나 컬리는 피로 울글불긋 물들고 짓이겨진 채 눈밭에 축 늘어져서, 그야말로 거의 갈가리 찢겨 죽어 있었고, 가무잡잡한 혼혈 남자는 컬리 위에 서서 엄청나게 욕설을 퍼부었다. 잠을 잘 때면 그 장면이 자꾸 떠올라 벅을 괴롭혔다. 그게 이곳의 이치였다. 페어플레이는 없었다. 일단 쓰러지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랬다, 그는 결코 쓰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스피츠는 혀를 내밀고 다시 웃었다. 그 순간부터 벅은 지독히, 그리고 영원히 그를 증오했다.

     

     

    오래도록 남은 이 책의 장면2 눈밭에서 잠자리 구하는 벅

     

    마침내 벅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돌아가서 동료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는 드넓은 야영지를 헤메다니면서 동료 개들을 찾아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혹시 텐트 안에 있는 걸까? 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벅이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정말로 씁쓸하게, 그는 막연히 텐트 주변을 맴돌았다. 갑자기 앞발 아래쪽 눈이 푹 꺼지면서 몸이 가라앉았다. 무언가가 발밑에서 꿈틀거렸다. 벅은 펄쩍 뒤로 물러나서는,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겁내며 털을ㄹ 곤두세우고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귀에 익은 작은 깨갱 소리가 들리자 마음이 놓였고, 자세히 살펴보려고 다시 다가가 보았다. 따뜻한 공기가 훅 하고 그의 코끝으로 올라왔다. 저기, 눈 아래 공처럼 둥글게 웅크린 채 누워 있는 것은 빌리였다. 빌리는 벅을 안심시키려는 듯 낑낑거렸고 몸을 꿈틀거리며 호의를 보이더니, 심지어 사이좋게 지내자고 뇌물을 건네듯, 따뜻하고 축축한 혀로 벅의 얼굴을 핥았다.

     

     하나의 교훈이었다. 그래, 저 친구들이 저런 방식으로 잔단 말이지? 벅은 자신 있게 한 장소를 고르고는, 요란하게 헛발질을 해가면서 자기가 들어갈 구덩이를 팠다. 순식간에 몸의 열기가 비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자 스르르 잠이 들었다. 길고 고된 하루를 보낸 뒤였기 때문에, 이따금 나븐 꿈에 으르렁거리고 짖거나 몸부림치면서도, 깊고 편안하게 잤다.

     

    눈 한번 뜨지 않고 자던 벅은 아침에 야영지의 소움에 잠이 깼다. 처음에는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밤새 내린 눈으로 몸이 완전히 덮여 버렸던 것이다. 눈 벽이 사방에서 그를 압박해 왔고 커다란 공포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그것은 덫에 걸린 야생동물이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벅이 새로운 삶을 통해 조상들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왜냐하면 그는 문명화된 개, 고도로 문명화된 세계의 개였고, 그동안의 경험상 덫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그것을 두려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몸의 근육이 발작적으로, 본능적으로 수축하면서 목과 어깨의 털이 곤두섰다. 벅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면서 눈부신 아침 햇살 속으로 곧장 뛰어올랐다. 눈이 반짝이는 구름이 되어 사방에 흩날렸다. 발이 땅에 닿기 전, 하얗게 펼쳐진 야영지가 눈에 들어온 순간, 벅ㅇ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정원사 조수 매뉴얼과 함께 산책을 나가던 때부터 전날 밤 구덩이를 팔 때까지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벅이 나타나자 프랑수아가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뭐랬어?” 그 개썰매꾼이 페로에게 외쳤다. “저 벅이란 녀석은 뭐든지 빨리 배운다고 했잖아.”

    페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식했던 부분 벅의 북쪽에서 두 번째 주인 무리들의 곤경

     

    이쯤 되자, 남무 사람 특유의 싹싹함과 상냥함은 세 사람에게서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북극 여행은 그 매력과 낭만을 잃어버렸고, 그들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으로 견디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 되었다. 이제 머세이디스가 개들 때문에 흐느끼는 일은 없어지고,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흐느끼느라, 또 남편이나 동생과 말다툼하느라 너무 바빴다. 말다툼은 그들이 결코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들의 짜증은 비참함 속에서 떠올라 함께 커졌고, 비참함 때문에 배가되었으며, 비참함보다 커졌다. 열심히 일하고 고생하면서도 여전히 다정한 말과 친절을 잃지 않는 개썰매꾼들의 훌륭한 인내심을 이 두 남자와 한 여자에게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런 인내심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몸이 뻣뻣했고 여기저기 욱신거렸다. 근육이 아프고 뼈가 아프고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 때문에 말투가 날카로워졌고, 아침에 그들의 입에서 처음 나오고 밤에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은 죄다 거친 말들뿐이었다. 찰스와 할은 머세이디스가 틈만 주었다 하면 말다툼을 했다. 서로가 마음속으로 자기가 해야 할 몫보다 일을 많이 한다고 믿고서, 그것을 담아두지 않고 기회가 날 때마다 투덜거렸기 때문이었다. 머세이디스는 때로는 남편 편을 들었고, 때로는 동생 편을 들었다. 그러다보면 끝날 줄 모르는 꼴사나운 가족 싸움이 되었다. 찰스와 할만 관계된 말다툼이었지만, 땔감으로 쓸 장작 및 개를 패는 것에 관한 언쟁이 시작되면, 이윽고 나머지 가족들, 수 천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 삼촌, 사촌들과 죽은 친척들까지 들먹이게 되었다. 할의 예술관, 또는 할의 외삼촌이 쓴 연극 대본 같은 것이 장작 몇 개를 패는 일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몽둥이와 이빨의 법칙

     

    벅은 옛 생활의 버릇이었던 까다로운 입맛을 재빨리 버렸다. 입이 짧은 편이었던 그는 먼저 식사를 끝낸 동료들이 그가 미처 먹지 못한 그의 몫을 강탈해 간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을 지킬 방법은 없었다. 그가 두세 마리 개와 싸우다 보면, 그사이 먹이는 다른 개들의 목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벅은 그들만큼 빨리 먹어치웠다. 그리고 배고픔에 너무 시달린 나머지 자기 몫이 아닌 것을 차지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이것도 그가 보고 배운 것이었다. 새로 들어온 개들 중에 파이크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벅은 영리한 꾀병쟁이에 도둑질까지 잘하는 파이크가 페로가 등을 돌린 사이 베이컨 한 조각을 교활하게 훔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다음 날 벅은 그 짓을 똑같이 따라 해 베이컨을 덩어리째 가지고 무사히 도망쳤다. 큰 소동이 일어났지만 벅은 의심받지 않았다. 대신에 항상 들키곤 하는 서투른 얼간이 더브가 누명을 쓰고 벌을 받았다.

     

    이것이 혹독한 북국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적응하면서 벅이 저지른 최초의 도둑질이었다. 그 일은 그의 적응력,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를 조화시키는 능력에 대한 증거였다.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은 언제든 끔찍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아가 그것은 그의 도덕성이 쇠퇴했음을 뜻했다. 그런 도덕성ㅇ은 무자비한 생존 투쟁에서는 허영이자 약점이었다. 사랑과 협력의 법칙이 존중되는 남쪽 지역에선느 사적인 재신과 개인적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몽둥이와 이빨의 법칙이 지배하는 북쪽 지역에서는 그런 미덕을 가지고 있으면 바보 취급을 당했고, 지금까지 벅이 지켜본 바로는 그랬다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벅이 그것을 머리로 추론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냥 적응했고, 그것이 전부였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생활 방식에 순응했던 것이다. 그는 평생, 승산이 얼마였든 간에, 싸움을 피해 도망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붉은 스웨터를 입은 남자가 들고 있던 몽둥이가 벅을 때려 더욱 근본적이고 원시적인 규범 속으로 몰아넣었다. 문명화된 세계에서 그는 도덕적 명분을 위해서라면, 이를테면 밀러 판사의 승마용 채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완전히 문명에서 벗어났고, 그것은 도덕적 명분을 지키는 일을 저버리고 받아야 할 벌을 받지 않게 됨으로써 증명되었다. 벅은 재미로 그것을 훔친 것이 아니라,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 훔쳤다. 그리고 드러내놓고 훔친 것이 아니라, 몽둥이와 이빨의 법칙이 두려워 몰래 교활하게 훔쳤다. 한마디로, 그는 그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편이 더 쉬워서 그 잘못들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것이 발전이든, 퇴보든 벅은 빠르게 달라졌다.

     

    몽둥이와 이빨의 법칙

    법보다 빠른 주먹의 세상을 사는 사람의 줄타기

     

    이 책에서 이 살아가는 세상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구별된다.

    도덕을 따라 사는 문명화된 세계의 규범을 따를 것인지, 몽둥이와 이빨의 법칙에 따를 것인지 아주 명쾌하게 구별된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세상은 그 둘을 넘나드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요즘의 생각이다.

     

    그 규범들의 혼란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의 선의나 규범의 준수의 틈을 파고들어 무임승차하고 조롱하며 이득을 보는 사람들. 그 결과 선의와 규범의 수준을 내려놓는 사람들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아직 정답은 찾지 못했다. 그들을 정죄하고, 그들에 분노하는 것은 지양하려 한다. 정죄와 분노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다. 다만 제1의 소명은 생존의 투쟁으로 두며 선택과 결정의 순간마다 명쾌하고 빠른 결론을 내려한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과 명령을 계속해서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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