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꽤나 유명한 책이지만, 이제서야 읽어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었습니다.

"상실의 시대, 네가 전에 추천해준 책 말이야."
"지금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읽을만 하겠니?"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의 답은 '글쎄' 입니다.
무척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에는 원칙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다는 책 속의 '나가사와'의 말처럼 이 책은 '시간의 세례'를 받을 지 않을 지 궁금합니다.

저의 감상은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 이라고 말씀드릴께요.

아래에는 위에 말한 감상을 기억하기 위한 구절의 인용과 저의 단상을 기록합니다.

1. 추억이란?

<젊은 Googler 의 편지>를 지은 김태원 씨가 소개한 '중독'의 정의는 '이번이 마지막' 입니다. 재미가 있어서, 친구들과의 티타임 시간에 '낱말정의' 놀이를 잠깐 해 봤습니다. 진행자인 저의 솜씨가 좋지 않아, 듣고 싶어하던 '추억'의 정의는 하지 못했죠. 여러분은 추억을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책 속에서>
18년이 지나버린 지금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는데 점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원은 생생한 느낌으로 기억하고, 그녀가 얘기한 우물도 여전한데........
 

2. 대학진학, 더 넓은 세상? 삶의 재부팅?
그런 방을 보고 있으면, 그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대학에 입학해 고향을 떠나 알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학교를 택한 건, 우리 고등학교에서 아무도 이 학교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야." 하고 나오코는 웃으면서 말했다.


3. 친구, 사귐, 대화

아마 내 마음 속에는 딱딱한 껍데기 같은 게 있어서, 그걸 뚫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내 팔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팔인 것이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나의 따스함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따스함인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이라는 데서 나는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죽은 친구의 연인, 나를 알아줄 것 같은 사람, 오래 걸으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그런 나오코를 남으로 거리 두는 와타나베. 그 거리는 나오코가 만드는 것일까? 와타나베가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죽은 기즈키가 만드는 걸까?


4.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이방인 


"그런데 왜 넌 그런 사람들만 좋아하는거야?" 하고 나오코가 말했다. "우린 모두 어딘가 휘어지고, 비뚤어지고, 헤엄을 못 쳐서 자꾸만 물 속에 빠져 들어가기만 하는 인간들이야. 나도 기즈키도 레이코 언니도, 모두 그래 어째서 좀 더 정상적인 사람들을 좋아하지 못하는 거야?"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일까요?
정상인이 되려고, 평균인이 되기를 바라며 주위를 끊임없이 살피고, 맞춰가며, 동시에 특별한 사람이 되고, 다른 대우를 받기를 바라며, 또 주위를 살핀다. 이 과정에서 실패하면 레이코나 나오코, 기즈키 처럼 물 속에 빠져드는 걸까? 어쩌면 나(와타나베)는 이들과 소통함으로 물 속에 빠지지 않으려는 건 아닌지?


5. 소통-둘이 좋은 경우와 셋이 좋은 경우

"성장의 고통 같은 과정을 치러야 할 때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바람에 그 고지서가 이제야 돌아온 거야. 그래서 기즈키는 그렇게 되었고, 나는 이렇게 여기 있는 거야. 우린 무인도에서 자란 헐벗은 아이 같은 존재였어. 배가 고프면 바나나를 따먹고, 외로워지면 서로 품에 안겨 잠들었던 거야. 하지만 그런 게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겠어? 우린 자꾸만 자라나고, 사회로 진출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너는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였던 거야. 넌 우리 둘을 바깥 세상과 이어주는 고리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 결국엔 잘 안 되었지만."

"그런 식사라면 하쓰미씨와 둘이서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네가 가주는 게 편해, 내게도 하쓰미에게도" 하고 나가사와 선배가 말했다. 세상에, 이건 기즈키, 나오코의 경우와 똑같지 않은가.


6. 마무리

<스틱>에서 지은이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왜 우리와 친구는 그렇지 못한데, 친구의 친구의 삶은 그렇게 드라마틱한 것인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이 4차원이라 이런 소설을 써냈다고는 생각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이쯤 되면 제가 '이상한 나라의 폴'이 되는 건가요?
http://lawcher.tistory.com2008-02-05T14:11:180.3610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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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플로셔 2008.02.27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처님의 글은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좋아했고, 또 조금 읽어본 편이라서요.
    하루키의 소설이 이처럼 인기가 있는 이유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과장된 측면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소설이 출판된지 20년이 지난 후에 읽은 저도 많은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데올로기가 붕괴되고 물질적 기능적 실용적 세태에 사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공허감이랄까요. 이런 면을 파고드는 그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계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잃어나는 허무의 감정을 앉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어요.
    상실의 시대는 소통이 결여된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소설이란 생각이 드네요.
    좋은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시구요.
    종종 놀러올게요.^^

    • 로처 2008.02.27 19: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로 제 부족한 글을 채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쓰신 것 자체가 포스팅이 될 정도라 그저 좋습니다.
      칭찬받은 김에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저 창피할 뿐입니다만....^^;


형제,위화-위화가 그려내는 문화혁명 류진마을과 그 이후

이번에는 작가 위화가 문화혁명 시기와 그 이후의 중국 풍경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담아두려 합니다.
한국의 과거와도 비슷해서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도 있습니다.

문화혁명 같은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연좌제의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에겐 한국전쟁도 있었고, 아직도 레드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일면도 있기에, 두고 두고 곱씹어 보고자 이렇게 담아 둡니다.

<> 로 묶은 부분이 이 책 형제의 인용 부분 입니다.

문화혁명기 묘사
< 우리 류진의 대장장이 동 철장은 쇠망치를 높이 든 채 정의를 보면 용감히 나서는 혁명 대장장이가 되겠다면서 계급의 적들의 개머리와 개다리들을 짓이겨 호미나 낫처럼 납작하게 만들어서 작살을 내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우리 류진의 여 뽑치는 이 뽑는 집게를 높이 치켜든 채 자신의 애정과 증오를 분명히 하는 혁명적인 치과의사가 되겠다면서 계급의 적들은 멀쩡한 이를 뽑아버리고, 계급의 형제자매들은 썩은 이만 뽑겠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우리 류진의 옷을 만드는 장재봉은 목에 가죽 줄자를 건 채 자신은 통찰력 있는 재단사가 되겠다며 계급의 형제자매들에게는 세계 최신의, 최고로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줄 것이지만, 계급의 적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후진 수의를 지어주겠다고 외쳤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아니지! 내가 잘못 말했어!"
그러더니 가장 후진 시체보를 지어주겠다고 수정했다.

우리 류진의 아이스케키 장수 왕 케키는 아이스케키 상자를 등에 멘 채 자신은 영원히 녹지 않는 혁명적인 아이스케키 장수가 되겠다면서 아이스케키를 사라고, 자신은 계급의 형제자매들에게만 아이스케키를 팔지, 계급의 적에게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고함을 쳤다.
왕 케키의 장사는 날개 돋친 듯했다. 왜냐하면 그가 파는 아이스케키는 일종의 혁명증서였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소리쳤다.
"빨리 사세요. 내 아이스케키를 사는 사람들은 계급의 형제자매요. 안 사는 사람들은 계급의 적 입니다요!" > 형제1 p. 115



< "전봇대에 대고 해도 감옥에 가고 총살당해요?"
"당연하지"

여 뽑치는 말투를 바꿔서 계속 말을 이었다.
"네 계급 입장을 봐야겠지만 말이다."

"무슨 계급 입장요?"
이광두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여 뽑치는 맞은편 나무전봇대를 가리키면서 이광두에게 물었다.
"넌 저 전봇대를 계급의 적들인 여자로 보냐, 아님 형제자매 계급으로 보냐?"
이광두는 여전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여 뽑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신나게 말을 이어갔다.

"네가 만약에 전봇대를 계급의 적들인 여자로 봤다면 너는 전봇대를 비판투쟁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고, 만약에 전봇대를 자매 계급으로 봤다면 넌 반드시 결혼 등기를 해야 한다 이 말씀이야. 결혼 등기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 그건 바로 강간이지. 성안 전봇대를 다 해버렸으니 동료 계급의 자매들을 전부 강간해버린 셈이니 어떻게 평생 감옥에 총살을 피하겠느냐?"  >  형제1 p. 158~159 중에서



< "당신 남편이 지주면, 당신은 지주 마누란가?"
"그렇습니다."

그 사내는 고개를 돌려 시위 대열의 혁명 군중을 보며 소리쳤다.
"봤소? 이렇게 날뜁니다....."

말을 마치자 마자 몸을 돌려 손을 들더니 그대로 이란의 뺨을 후려 쳤고. 그 바람에 이란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입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당찬 웃음을 지어 보이며 여전히 고개를 꼿꼿이 든 채로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붉은 완장을 찬 사내가 또 한 방 날렸고, 그녀의 머리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찬 웃음을 지어 보였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그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 때렸나요?" > 형제1 p. 251


< 이광두는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가 일거에 유명해진 후 더 이상 '새끼 지주'가 아닌 '새끼 엉덩이'가 되어버렸다.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졌던 그의 친아버지의 악취 나는 명성이 마치 새로 발굴된 문화재처럼 출토된 것이다. 이광두의 동기들도 더 이상 그를 '새끼 지주'라고 부르지 않고 '새끼 엉덩이'라고 불렀다. 죽은 그의 친아버지가 '늙은 엉덩이'니까 말이다. 그이 선생님까지도 그렇게 불렀다.
"새끼 엉덩이, 청소해라." > 형제1 p. 296


그 시절 영구표 자전거

<행복에 겨워 갈팡질팡하던 송강이 이제까지 저축했던 돈 거의 전부를 털어 반짝반짝 빛나는 영구표 자전거를 샀다. 영구표 자전거가 어떤 물건이냐?

그 시절의 영구표 자전거는 지금의 벤츠나 BMW에 상당하는 가치로, 일 년에 고작 세 대 정도가 우리 현에 할당될 정도였으니, 돈 없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돈 있는 사람들도 반짝반짝 빛나는 영구표 자전거를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임홍의 삼촌이 금속회사의 사장이었고, 매년 세 대만 배당되는 자전거를 누구에게 팔 것인가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그 위세가 대단해서 누구든지 그를 보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혔는데, 임홍이 류진에서 송강을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에 종일토록 조르고 거의 울며불며 삼촌에게 매달리면서 송강이 한 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떼를 썼고, 임홍의 부친도 동생에게 달라붙어서 난리를 쳤고, 임홍의 모친 역시 거의 삿대질을 하며 시동생을 윽박지르는지라 원래 현 전투경찰대장에게 갈 몫인 영구표 자전거를 어쩔 수 없이 임홍의 사랑 송강에게 할당해준 것이다....

그는 한 달에 목욕을 고작 네 번 하지만, 그의 영구표 자전거는 매일 닦아주었으니 말이다.>
형제2 p. 154-155


류진마을 남자들의 양복 붐
< 여 뽑치와 왕 케키는 껄껄 웃으며 아들 관 가새네 가게를 나와 동철장네 도착했다. 동 철장은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그 위에 그의 상징인, 불똥이 튀어 잔뜩 생긴 작은 구멍들을 기운 앞치마를 두른 채 쇠를 두들기고 있었다. 여 뽑치와 왕 케키는 멍한 눈길로 이를 바라보았고, 왕 케키가 여 뽑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양복도 작업복이 될 수 있나?"
"양복도 작업복이죠."

동 철장도 들었는지 큰 소리로 말하면서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았다.
"테레비에서 외국 사람들은 다 양복 입고 출근을 하더군요."

여 뽑치는 곧바로 왕 케키를 가르치려 들었다.
"그렇지, 양복은 외국 사람들 작업복이지."

왕 케키는 자신의 양복을 보며 약간 실망한 듯 혼잣말을 했다.
"원래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다 작업복이었구먼." > 형제2 p. 327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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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룡.. 2008.01.28 0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복도 작업이라는 글이 와닿네요..책이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듯 합니다.

    • 로처 2008.01.28 0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는 '인생'을 더 재미있게 읽었지만, 형제도 재미 있습니다.
      저는 제목만으로는 중.고등 학생들 방학숙제로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중.고교생 읽어도 무방하긴 하지만, 숙제로는 나오기 힘들겠구나 싶게, 욕이 자주 나옵니다. ^^



형제,위화-송강의 인물 됨됨이


이번에는 이광두의 형제 송강을 작가가 어떻게 그렸는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형제인 송강과 이강두는 자연스레 비교가 됩니다.
이 두 형제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은 인용글을 마친 아래에 적겠습니다.
<> 안의 글이 인용글 입니다.





송강의 인물됨됨이

첫째, 송강은 진실된 사람이다.
사기꾼 주유가 언변좋은 조시인이 아닌 송강을 데려간 이유도 이것이고,
이광두가 송강에게 재무관련 직업을 제안한 이유도 이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진실된 사람' 이란 자기 스스로나 남에게 솔직하다는 의미가 아닌,
남을 속이지 못한다는 의미의 '진실함' 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송강의 비극이 시작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남을 속이지 못하는 진실과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진실함이 결국에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속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타적이지 못한 송강
남을 속이지 못하고, 진실된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타적일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이기적인 이광두 만큼이나 베풀지 못합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던 임홍의 고민을 들어주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죠.
누구를 위한 진실함이고, 선량함인지, 한숨이 나옵니다.

(제가 '이타적이다'와 '베풀다'를 같은 의미로 사용함을 이해해 주세요.
만약 차이가 크다면 댓글로 깨우쳐 주시기 바랍니다. )

송강이란 사람에 대한 제 결론은
남을 속이지 못해, 결국 스스로를 속이는 송강
입니다.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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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위화-이광두의 인물 됨됨이

전편에 말씀드린대로, 이 번에는 '이광두'의 인물됨됨이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작가 위화가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구절 인용해 봅니다.
<> 안에 있는 글이 인용글 입니다.




어떠세요?
이광두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오시나요?
제가 느낀대로 한 번 적어 볼께요.

인물 이광두는

첫째,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한 사람입니다.
어린 송강이 캐러멜을 훔쳐먹는 걸 무서워 한 것에 비해, 어린 이광두는 어차피 엎지른 물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먹던 캐러멜은 다 먹어치우고 무서워 합니다.

둘째,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이런 기질을 사업가인 이광두에게도, 사기꾼인 주유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새끼 엉덩이 -> 엉덩이 대왕 -> 복지공장장 -> 빛쟁이 -> 폐품대왕 -> 전 중국거지연합장
->류진의 최고 이총재에 이르기까지 넉살좋고 항상 당당한 이광두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투자금을 다 날리고 쫄쫄 굶으면서 송강에게 굶었다고 얘기하는 모습에서도
실패자의 모습이나, 두려움, 비굴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 입니다.

셋째, 항상 잠을 잘 잡니다.
첫째와, 둘째에 연관되는 성품일 것입니다.
임홍을 사이에 두고 송강과 그 난리를 치고도 잠을 푹 잡니다. 여덟시간이나
어머니 이란을 모시고 갈 방안을 찾자마자, 잠을 푹 잡니다.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인물일까? 하는 부러움이 생깁니다.

넷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투, 낙천적인 대담함으로 만들어진 주변사람의 인식일 것입니다.
임홍은 그녀의 고통을 사랑하는 송강에게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리도 싫어하던 이광두에게는 털어놓습니다.
이광두의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한 몫 했겠지요, 그러나 저는 지위나 돈 보다는
이광두가 더 편했기에 고민을 털어놓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인용과 제 생각은 여기까지 입니다.
전 이광두 성격의 많은 부분을 닮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람을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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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위화

위화의 소설은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인생-살아간다는 것>, <허삼관매혈기> 다음이 이 책 <형제>입니다.

세 권이나 되는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한 마디로 '형제는 <인생>의 확장판'이라고 감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생>에는 부귀와 그 가족의 평생이 우습고도 담담하게 드러나 있고요,
<형제>에는 송강과 이광두 외에 류진의 사람들의 인생역정이 해학넘치는 입담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저는 <인생>이 더 좋았지만, 이 책도 좋았기에
다음의 순서로 보여 드리려 합니다.

첫째, 송강의 인물됨
둘째, 이광두의 인물됨
셋째, 전반부 시대적 배경인 '문화대혁명'을 위화가 어떻게 그려내는지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 이 책 <형제>와 위화를 소개하려 합니다.

위화가 서문에 쓴 글처럼,
'꿈마저 균형을 잃어버리는' 불행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래에 서문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오늘날의 불균형한 삶입니다.
지역 간의 불균형, 경제적 발전의 불균형, 개인 삶의 불균형 등이 심리상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꿈마저 불균형하게 됩니다. 꿈은 모든 사람의 삶에 꼭 필요한 재산이며 최후의 희망입니다.

설사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꿈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늘날 우리는 꿈마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의 작가 입센이 한 "모든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책임이 있고,
그 사회의 온갖 폐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내가 왜 <형제>를 쓰게 되었는지 답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병자이기 때문입니다.

PS 궁금한 점은, 최용만 님이 중국소설을 어떻게 이렇게 옮기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지만, 원어로 보면 같은 감상을 가질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배한성 님이 활약한 맥가이버를 원어로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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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리진을 읽고-나에게 비극은 무슨 의미일까


언제인가 헐리우드의 영화를 비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비난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미국식 영웅주의로 무장한 유치한 영화이다.
둘째, 여자와 어린아이는 죽지 않는다.
셋째, 항상 해피엔딩이다.
오래된 기사이기에 제대로 기억하는지도 가물하지만, 대체로 위와 같은 이유였습니다.

비극에는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키는 무언가가 있다고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것도 같습니다만.

이제는 저도 비극보다는 행복한 결말을 보기를 원합니다.
마음이 변덕스런 저는, 작은 일에도 쉬이 감정이 변하기 때문에 더 그러합니다.
요즘 신나는 일이 별반 없기에 그러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밝고, 가볍고, 위트넘치고, 희망에 찬 것들을 보려 합니다.
이상하게도 신경숙 작가의 글은 그렇지 않아도 읽게 됩니다.

<리진>을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하실 겁니다.
마음 한켠이 아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도 치밀어 오르고 말이죠.
결국 무거운 맘으로 담배를 한 대 빼어 뭅니다.

제가 왜 신경숙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전의 독서노트를 버렸던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글 중에 <직지>이야기가 반가웠습니다.
아래에 청주에 있는 고인쇄 박물관 홈페이지를 링크시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는 고인쇄 박물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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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서도, 뭐라 글을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제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둠으로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합니다.

1권

<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빛나는 영혼을 가졌는지 상상도 못할 거요. >

< 이름을 통해야 우리는 비로소 그 존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왕이 그녀에게 내린 이름을 그는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불렀다. 춤을 출 때는 서여령으로, 자수를 놓을 때는 서나인으로, 소아에게는 진진으로, 강연에게는 은방울로 불리었던 그녀는 이제 리진이었다. >

<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

< 배 밭 근처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 적에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던 노릇이었다.
바느질을 해 주고 얻은 배를 긁어주며 어머니가 맛있느냐? 물으면 진이는 입이 미어져 대답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눈 앞에 왕비 뿐인데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내전을 두리번거리던 어린 진이의 눈동자에 설핏 물기가 어렸다. >

< 선교사님이 좋으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힘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게야. 너는 부자다 마음속에 선교사님이 있지 않니.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거든. >


 블랑 선교사의 선문답이 너무나 우습다.
꼭 우리나라 사극에 나오는 스님들의 말투라 그런가 보다.
정겹고 좋기만 하고, 그래도 또 웃음이 난다

2권

< 리진은 선 채로 '레 미제라블'의 아무 장이나 펼치고 물결치는 듯한 프랑스어를 들여다보았다. 하룻밤 편히 쉴 수 있도록 잠자리를 마련해준 밀리에르 신부의 집에서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치다가 들켜 끌려가는 장면이었다. 밀리에르 신부의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이 없었다면 장발장은 어찌 되었을까? 리진은 빙긋이 웃었다. 책을 읽는 일의 즐거움은, 어찌 되었을까? 를 상상하는 데 있었다. >

< 리진은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서 방금 전까지 쓴 내용을 쭉 읽어보았다. 마르세유에서 파리 리옹 역까지 기차를 탔을때 철마의 그 빠른 속도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 리진은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깃털 펜에 잉크를 찍었다. >

< 뱅상과 같은 파리의 젊은이들에게 평생 직장이라는 느낌을 주며 최고의 일터로 동경의 눈길을 받는 봉마르셰 백화점에 대해 조선의 왕비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에 잠겨 있던 리진은 편지쓰기의 무력함이 느껴저 깃털 펜을 여태 썼던 편지 위에 내려놓았다. >

< 법국에선 어떤 때에 가장 외로웠느냐? 제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때였습니다. 그래, 네가 누구 같더냐? 모르겠습니다. 먼지 같고 풀 같고 구름 같고..... 종내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왕비의 목소리가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리진은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다. 어느새 왕비가 잠이 들어 있었다. >
책을 읽는 중에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한민족으로 외국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고민을 한다는 점이 같아서 그랬나 봅니다.
그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올리려 합니다.
꽤 재미있는 책인지라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http://lawcher.tistory.com2008-01-21T14:27:340.3610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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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이스마엘 베아

그 어떤 슬래셔 무비나 전쟁영화 보다 더 참혹합니다.
'참혹하다'는 표현이 진부해 보여 쓰지 않으려 했지만, '참혹함', '참담함' 외에 다른 감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 어떤 슬래셔 무비나 전쟁영화 보다 참혹해서, 눈을 제대로 뜨고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종이위에 쓰여진 글자일 뿐인데, 자세히 보기가 힘겨워 빨리 읽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마치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을 볼때, 밤 장면만 나오면 눈 감았던 것처럼 말이죠.

아래에는 짧게 떠오르는 단상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네 잘못이 아니야

예수께서 가시다가, 나면서부터 눈 먼 사람을 보셨다.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이 사람이나 그의 부모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그에게서 드러나게 하시려는 것이다. 우리는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낮 동안에 해야 한다. 아무도 일할 수 없는 밤이 곧 온다.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

<요한복음 9장 1~5절-표준새번역>

요즘 교회를 다니지 않은지 수 년이 더 되었는데도.
이스마엘 베아의 글을 읽으면서 이 성경구절이 떠오르더라구요. 저는 이스마엘을 도왔던 간호사 에스더 처럼 사랑으로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 점은 네가 잘못했네." , "네가 잘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 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사랑도 마음도 노력으로 키워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에스더를 맘에 담아 두어야겠습니다.

 
2. 권정생 선생님은 뭐라 하실까?

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이지만, 제 혈관에도 역시 가슴 아픈 내전의 기억이 흐르나 봅니다. 이스마엘 베아의 얘기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 생각에 슬퍼지니 말이죠.

제가 권정생 선생을 좋아 하는데, 베아를 보면서 '몽실언니'에 나오는 소년병이 생각나더라구요. 소설 속 인물이지만, 살아있다면 우리의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가 됐을 소년병

권정생 선생이 이 책을 읽으셨다면,
'어떤 글을 쓰실까?'
'어떤 행동을 하실까?' 무척이나 궁금해 지고, 생각이 납니다.


3. 이스마엘 베아가 기억하는 아버지 말씀 (인용)
 
한 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상황 꿈이나 목표는 고사하고, 5분 앞의 생존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갈 힘이 되어 주는 것중 하나는 '추억'인가 봅니다.
아래에는 이스마엘 베아가 기억하는 아버지 말씀을 인용해 봅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살아 있는 한, 더 나은 날이 오고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이 있단다. 더 이상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잃게 되면, 그 때 죽는 거야." 나는 여행 내내 아버지의 말을 생각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차도 그 말을 생각하며 힘을 얻어 계속 나아갔다. 그 말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http://lawcher.tistory.com2008-01-11T14:13:100.3610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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