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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공지영
    문학, 소설, 등 2008. 3. 2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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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된 우예슬 양과 이혜진 양의 명복을 빕니다.


    연일 신문, 방송에 안양초등학생 사건 기사가 보도 되고 있습니다.

    끔찍하고, 몸서리쳐지게 무서운 일입니다.

    그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무서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사형제 존폐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분노하고, 사형 이상의 형벌이 있으면 그것을 집행해야 할 것만 같은 선정적인 기사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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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드맨 워킹>                  <타임 투 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진출처 - DAUM 영화

    데드맨 워킹에 대해 정리를 잘 해 놓으신 분의 블로그를 링크함으로 대신합니다.

    류다 님의 블로그 - <데드맨 워킹-죽은 자와 함께 걷는 삶의 길>
    그리고 여기에서는 우..시의 몇 부분을 인용하려 합니다.

    이렇게 저는 최대한 객관적인 척,

    비겁하게 거리를 두고 숨어 보려 합니다.

    답을 모르겠습니다. 결론을 내리기 힘이 듭니다.

    그렇게 또 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행시>에 나오는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에 네모표 안은 우..시의 구절들 인용입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 - 밥 딜런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높은 산이 씻겨 바다로 흘러 들어갈까

    사람이 자유를 얻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사람이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봐야 진정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걸 알게 될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어떻게 몰라?

    아까 보니까 고모는 여기 서울 구치소 종교위원이라던데…….

    저 사람한테 편지하려고 했을 땐 뭐 좀 알아보고 했을 거 아냐?

     

    난 저 애를 오늘 처음 만났다. 유정아, 저 애랑 난 오늘 처음 만난 거야. 그게 다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너는 누구를 처음 만나서, 이제껏 무슨 무슨 나쁜 짓을 하다가 여기서 이렇게 날 만나게 되었습니까? 하고 묻지는 않잖니. 자기 입으로 그 얘길 하면 그냥 듣는 거지. 나에게는 오늘 본 저 애가 처음인 거다

    오늘의 저 아이가 내게는 저 아이의 전부야.

     

    그래서, 죄인이 그렇게 금방 천사처럼 변하는 게 좋아서……

    하느님의 말씀이 요술 지팡이처럼 인간을 변화시키는 거 보고 고모랑 여기 드나드는 종교위원들 신앙심이 더 강해지나보지? 이상할 것도 없잖아.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언제고 자기네들 죽는다니 무서운 모양이지. 자기네가 다른 사람 죽일 때는 안 무서웠는데 이제 자기네들 죽인다니까 무서워서 얼른 착해지나보지…….. 그렇다면 사형제는 참 좋은 거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조금은 착해지는 게 보통일 테니까. 고모가 그때 교도관에게 말했던 그대로 최고의 교화잖아?

     

     

    그럼 힌트를 줄게.

    자기들이 죄를 지었다는 걸, 사연이야 어떻든 적어도 인정한다는 쪽이 하나 있고, 자신들은 죄가 있기는커녕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쪽도 있어. 앞의 한쪽은, 그들은 최소한 몇 번의 잘못으로 평생 동안 벌을 받지만 다른 한쪽은 그걸 반복한다는 거지. 자신들이 꽤 괜찮은 인간들이라고 생각까지 해가면서…… 그럼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이 중 누구일까요?

     

     

    유정아………고모는 ………. 위선자들 싫어하지 않아.

    뜻밖의 말이었다.

     

    목사나 신부나 수녀나 스님이나 아무튼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위선자들 참 많아. 어쩌면 내가 그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르지……..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해. 죽는 날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난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난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

     

    그리고 고모가 그것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아무 기준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남들은 남들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물론 그럴 때도 많지만 한 가지만은 안 돼.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거라는 걸, 그걸 놓치면 우리 모두 함께 죽어. 그리고 그게 뭐라도 죽음은 좋지 않은 거야…….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 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존치론자가 되고,

    사형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폐지론자가 된다…….

     

     

    기도해 주거라. 기도해.

    사형수들 위해서도 말고,

    죄인들을 위해서도 말고,

    자기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위해서 언제나 기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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