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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위화-위화가 그려내는 문화혁명 류진마을과 그 이후
    문학, 소설, 등 2008. 1. 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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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위화-위화가 그려내는 문화혁명 류진마을과 그 이후

    이번에는 작가 위화가 문화혁명 시기와 그 이후의 중국 풍경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담아두려 합니다.
    한국의 과거와도 비슷해서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도 있습니다.

    문화혁명 같은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연좌제의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에겐 한국전쟁도 있었고, 아직도 레드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일면도 있기에, 두고 두고 곱씹어 보고자 이렇게 담아 둡니다.

    <> 로 묶은 부분이 이 책 형제의 인용 부분 입니다.

    문화혁명기 묘사
    < 우리 류진의 대장장이 동 철장은 쇠망치를 높이 든 채 정의를 보면 용감히 나서는 혁명 대장장이가 되겠다면서 계급의 적들의 개머리와 개다리들을 짓이겨 호미나 낫처럼 납작하게 만들어서 작살을 내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우리 류진의 여 뽑치는 이 뽑는 집게를 높이 치켜든 채 자신의 애정과 증오를 분명히 하는 혁명적인 치과의사가 되겠다면서 계급의 적들은 멀쩡한 이를 뽑아버리고, 계급의 형제자매들은 썩은 이만 뽑겠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우리 류진의 옷을 만드는 장재봉은 목에 가죽 줄자를 건 채 자신은 통찰력 있는 재단사가 되겠다며 계급의 형제자매들에게는 세계 최신의, 최고로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줄 것이지만, 계급의 적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후진 수의를 지어주겠다고 외쳤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아니지! 내가 잘못 말했어!"
    그러더니 가장 후진 시체보를 지어주겠다고 수정했다.

    우리 류진의 아이스케키 장수 왕 케키는 아이스케키 상자를 등에 멘 채 자신은 영원히 녹지 않는 혁명적인 아이스케키 장수가 되겠다면서 아이스케키를 사라고, 자신은 계급의 형제자매들에게만 아이스케키를 팔지, 계급의 적에게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고함을 쳤다.
    왕 케키의 장사는 날개 돋친 듯했다. 왜냐하면 그가 파는 아이스케키는 일종의 혁명증서였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소리쳤다.
    "빨리 사세요. 내 아이스케키를 사는 사람들은 계급의 형제자매요. 안 사는 사람들은 계급의 적 입니다요!" > 형제1 p. 115



    < "전봇대에 대고 해도 감옥에 가고 총살당해요?"
    "당연하지"

    여 뽑치는 말투를 바꿔서 계속 말을 이었다.
    "네 계급 입장을 봐야겠지만 말이다."

    "무슨 계급 입장요?"
    이광두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여 뽑치는 맞은편 나무전봇대를 가리키면서 이광두에게 물었다.
    "넌 저 전봇대를 계급의 적들인 여자로 보냐, 아님 형제자매 계급으로 보냐?"
    이광두는 여전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여 뽑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신나게 말을 이어갔다.

    "네가 만약에 전봇대를 계급의 적들인 여자로 봤다면 너는 전봇대를 비판투쟁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고, 만약에 전봇대를 자매 계급으로 봤다면 넌 반드시 결혼 등기를 해야 한다 이 말씀이야. 결혼 등기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 그건 바로 강간이지. 성안 전봇대를 다 해버렸으니 동료 계급의 자매들을 전부 강간해버린 셈이니 어떻게 평생 감옥에 총살을 피하겠느냐?"  >  형제1 p. 158~159 중에서



    < "당신 남편이 지주면, 당신은 지주 마누란가?"
    "그렇습니다."

    그 사내는 고개를 돌려 시위 대열의 혁명 군중을 보며 소리쳤다.
    "봤소? 이렇게 날뜁니다....."

    말을 마치자 마자 몸을 돌려 손을 들더니 그대로 이란의 뺨을 후려 쳤고. 그 바람에 이란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입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당찬 웃음을 지어 보이며 여전히 고개를 꼿꼿이 든 채로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붉은 완장을 찬 사내가 또 한 방 날렸고, 그녀의 머리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찬 웃음을 지어 보였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그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 때렸나요?" > 형제1 p. 251


    < 이광두는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가 일거에 유명해진 후 더 이상 '새끼 지주'가 아닌 '새끼 엉덩이'가 되어버렸다.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졌던 그의 친아버지의 악취 나는 명성이 마치 새로 발굴된 문화재처럼 출토된 것이다. 이광두의 동기들도 더 이상 그를 '새끼 지주'라고 부르지 않고 '새끼 엉덩이'라고 불렀다. 죽은 그의 친아버지가 '늙은 엉덩이'니까 말이다. 그이 선생님까지도 그렇게 불렀다.
    "새끼 엉덩이, 청소해라." > 형제1 p. 296


    그 시절 영구표 자전거

    <행복에 겨워 갈팡질팡하던 송강이 이제까지 저축했던 돈 거의 전부를 털어 반짝반짝 빛나는 영구표 자전거를 샀다. 영구표 자전거가 어떤 물건이냐?

    그 시절의 영구표 자전거는 지금의 벤츠나 BMW에 상당하는 가치로, 일 년에 고작 세 대 정도가 우리 현에 할당될 정도였으니, 돈 없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돈 있는 사람들도 반짝반짝 빛나는 영구표 자전거를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임홍의 삼촌이 금속회사의 사장이었고, 매년 세 대만 배당되는 자전거를 누구에게 팔 것인가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그 위세가 대단해서 누구든지 그를 보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혔는데, 임홍이 류진에서 송강을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에 종일토록 조르고 거의 울며불며 삼촌에게 매달리면서 송강이 한 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떼를 썼고, 임홍의 부친도 동생에게 달라붙어서 난리를 쳤고, 임홍의 모친 역시 거의 삿대질을 하며 시동생을 윽박지르는지라 원래 현 전투경찰대장에게 갈 몫인 영구표 자전거를 어쩔 수 없이 임홍의 사랑 송강에게 할당해준 것이다....

    그는 한 달에 목욕을 고작 네 번 하지만, 그의 영구표 자전거는 매일 닦아주었으니 말이다.>
    형제2 p. 154-155


    류진마을 남자들의 양복 붐
    < 여 뽑치와 왕 케키는 껄껄 웃으며 아들 관 가새네 가게를 나와 동철장네 도착했다. 동 철장은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그 위에 그의 상징인, 불똥이 튀어 잔뜩 생긴 작은 구멍들을 기운 앞치마를 두른 채 쇠를 두들기고 있었다. 여 뽑치와 왕 케키는 멍한 눈길로 이를 바라보았고, 왕 케키가 여 뽑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양복도 작업복이 될 수 있나?"
    "양복도 작업복이죠."

    동 철장도 들었는지 큰 소리로 말하면서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았다.
    "테레비에서 외국 사람들은 다 양복 입고 출근을 하더군요."

    여 뽑치는 곧바로 왕 케키를 가르치려 들었다.
    "그렇지, 양복은 외국 사람들 작업복이지."

    왕 케키는 자신의 양복을 보며 약간 실망한 듯 혼잣말을 했다.
    "원래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다 작업복이었구먼." > 형제2 p.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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