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광두의 형제 송강을 작가가 어떻게 그렸는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형제인 송강과 이강두는 자연스레 비교가 됩니다. 이 두 형제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은 인용글을 마친 아래에 적겠습니다. <> 안의 글이 인용글 입니다.
이광두와 송강의 사람됨 < "송강......송강......." 이광두는 울며불며 얼굴이 온통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는데, 그때 송강의 몸이 움직이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광두는 송강이 살아난 것을 확인하고는 눈물 콧물을 닦으며 헤헤 웃더니, 또 그렇게 몇 차례 웃다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송강,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송강은 기침을 하며 벽에 기대앉은 뒤 멍한 눈길로 자신의 이름을 연이어 부르며 울고 있는 이광두를 바라보았다. 그는 슬픔에 젖어 입을 벌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입을 벌렸을 때 겨우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그 소리는 푹 가라앉은 소리였다.
"살고 싶지 않다."
이광두는 손을 뻗어 송강의 목에 새겨진 피멍을 어루만지며 울면서 욕을 퍼부었다. "이런 씨팔, 니가 죽으면 나는 씨팔, 나는 어떡해? 나는 시팔, 가족이라곤 너 하나뿐인데 니가 씨팔, 죽으면, 나는 씨팔, 고아가 돼버리잖아."
송강은 이광두의 손을 뿌리치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상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임홍을 좋아해. 너보다 그녀를 더 좋아한단 말이다. 니가 나하고 그녀하고 잘되길 바라지 않으니까, 계속해서 나한테 그녀를 상처주게 하니까....."
이광두는 눈물을 깨끗하게 닦더니 버럭 화를 냈다. "여자 하나 때문에 자살하다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그때 송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라면 어떡하겠어?"
"나라면 도륙을 내버리지!" 이광두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송강은 놀란 눈으로 이광두를 보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말을 받았다. "나는 니 형제잖아."
"형제라도 마찬가지야." 이광두는 주저하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을 들은 송강은 순간 얼이 빠졌나 싶더니 잠시 후 웃기 시작하면서 이광두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형제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말에 송강은 돌연 해방감을 느꼈고, 자유를 느꼈다. 이제는 마음껏 임홍을 생각해도 되고 누가 말릴 수도 없는 것이다.
"너 그 말 참 잘했다." ..........
그날 밤, 자살을 시도했던 송강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나왔고, 이광두는 발을 동동 구르며 노발대발, 욕설을 근 한 시간이나 퍼붓고 나서 코를 벼락같이 골며 여덟 시간이나 잤다.> 형제2 p.140~142 중에서
송강의 백옥란 장사 < 그러다가 백옥란을 파는 시골 소녀가 나타났다. 그 소녀는 왼팔에 광주리를 건 채 오른손에는 백옥란을 들고서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백옥란 사세요!" 송강은 왼팔에 백옥란을 걸고 소녀의 뒤를 따라 걸었고, 오른손에 백옥란한 줄을 들고서 앞에 소녀가 "백옥란 사세요!"라고 외치면아주 어색한 어투로 따라 외쳤다.
"나도요."
시골 소녀는 젊은 아가씨가 다가오자 재빨리 달라붙으면서 소리쳤다. "언니, 백옥란 하나 사세요." 송강 역시 달라붙었고, 잠시 머뭇대다가 또 같은 말을 내뱉었다. "나도요."
송강이 시골 소녀를 거리의 반 구역쯤 따라가며 열 번이 넘게 "나도요." 라고 하자 소녀는 기분이 상했는지 돌아보며 화를 냈다. "따라오지 마세요." > 형제3 p. 32
송강이 이광두에게 일자리를 부탁한다. 쪼다 송강 < 이광두는 한숨을 쉬고 머리를 가로저으며 다시 송강 옆에 앉아 그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먼저 병을 고치자. 내 사람을 보내서 상해에 있는 제일 좋은 병원으로 널 데리고 갈 테니까 일단 병을 고치자구."
송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내가 찾아온 건 병 때문이 아니고 일자리 때문이야."
이광두는 욕설을 내뱉었다. "니밀헐, 알았다. 우선 우리 회사의 부총재 직함을 걸고,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나오고 싶지 않으면 집에서 잠이나 자고, 일단은 병부터 고치자니까."
송강은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일은 내가 할 수 없고."
이광두의 입에서 다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런 쪼다 같은 새끼,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뭔데?"
"사람들이 나를 '수석대리'라고 부르거든." 송강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나 편지나 신문 보내는 것 정도고, 다른 일은 못해 능력이 없어서......"
"이 칠칠치 못한 쪼다새끼야, 임홍이 진짜 눈이 멀었지, 너한테 시집을 가다니." "나 이광두가 너한테 어떻게 그런 일을 시켜?" > 형제3 p. 67~68 중에서
송강의 인물됨됨이
첫째, 송강은 진실된 사람이다. 사기꾼 주유가 언변좋은 조시인이 아닌 송강을 데려간 이유도 이것이고, 이광두가 송강에게 재무관련 직업을 제안한 이유도 이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진실된 사람' 이란 자기 스스로나 남에게 솔직하다는 의미가 아닌, 남을 속이지 못한다는 의미의 '진실함' 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송강의 비극이 시작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남을 속이지 못하는 진실과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진실함이 결국에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속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타적이지 못한 송강 남을 속이지 못하고, 진실된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타적일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이기적인 이광두 만큼이나 베풀지 못합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던 임홍의 고민을 들어주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죠. 누구를 위한 진실함이고, 선량함인지, 한숨이 나옵니다.
(제가 '이타적이다'와 '베풀다'를 같은 의미로 사용함을 이해해 주세요. 만약 차이가 크다면 댓글로 깨우쳐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