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말씀드린대로, 이 번에는 '이광두'의 인물됨됨이를 보여 드리려 합니다. 작가 위화가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구절 인용해 봅니다. <> 안에 있는 글이 인용글 입니다.
< 임홍의 엉덩이에 관한 비밀을 알고 싶어서 온 사람들은 죄다 양춘면 한 그릇으로 꼬드겨 보려 하지만, 이광두는 절대 그 꾐에 넘어가지 않고, 매번 인내심을 가지고 사람들과 흥정을 펼쳐나갔고, 그렇게 해서 매번 양춘면이 아닌 삼성탕면을 먹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그에게 삼선탕면을 사준 사람들은 하나같이 열다섯 먹은 쪼그만 개후레자식이 쉰 살 먹은 늙은 개후레자식보다 세상물정에 더 능통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 형제1 p.39
< 두 꼬마는 단숨에 서른일곱 개의 캐러멜 가운데 네 개만을 남긴 채 다 먹어치웠고, 송강은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송강은 눈물을 닦으며 엄마, 아빠가 돌아오셔서 캐러멜을 몰래 훔쳐다 먹은 걸 아시게 되면 어떡하느냐고 중얼거렸다. 송강의 말에 이광두도 놀라 움찔했지만 한 번에 불과했을 뿐, 남은 네 개의 캐러멜을 한꺼번에 입에 넣어버렸다. 송강은 마지막 남은 네 개의 캐러멜을 혼자 먹는 이광두를 보며 울면서 물었다.
"넌 안 무섭니?" 이광두는 캐러멜 네 개를 완전히 삼킨 후에 입을 닦으며 말했다. "이젠 무서워." > 형제1 p.99
< "모레가 청명절이잖니. 시골로 성묘하러 가야 하는데, 내가 힘이 없어서 먼 길을 걸을 수 없을 것 같구나....." 이광두가 말했다. "엄마, 안심하세요. 제가 업고 갈게요." 이란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은 후 다른 아들 이야기를 했다. "네가 내일 시골에 가서 송강을 불러오렴. 그래서 너희 형제가 돌아가면서 날 업고 가거라." "송강까지 부를 필요 없어요.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이광두는 머리를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 "안 가요. 제가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이광두는 그렇게 말하며 하품을 하더니 바깥방으로 잠자러 가면서 문가에 선 채 고개를 돌려 이란에게 말했다. "엄마, 안심하세요. 제가 엄마를 편하게 시골로 모시고 갔다가 편하게 모시고 올 테니까요." 이미 열다섯 살이 된 이광두는 바깥 침대에 누운 지 오 분 만에 그 방법을 생각해냈고, 편안하게 눈을 감자 바로 코고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형제1 p. 310~311
병원에서 포도당을 슬쩍하고, 동 철장한테는 수레를, 여 뽑치한테는 등나무 의자와 파라솔을 빌려서, 어머니 이란을 성묘 길로 모시기 위한 수레를 만든다.
< 이광두는 대뜸 손가락으로 류작가의 코끝에 삿대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 "너 이 씨팔새끼야, 니가 감히 우리 송강의 몸에 잉크를 들이붓다니. 이런 씨팔, 너 그만 살고 싶냐...." .......... "지식인인 내가 너하고 이렇게 뒤엉킬 수야 없지......" "에라이 이 지식인아, 이 몸의 맛 좀 봐라." > 형제2 p. 33
< 당초 사직하고 곤붕의 날개를 펴기 위해 의류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본전을 다 말아먹고, 복지공장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지 못하고 연좌시위를 하게 되고, 입에 풀칠하기 위해 폐품을 주워 시작한 고물장사가 고물사업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경험과 교훈을 집대성하여 류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사업이란 꽃을 심어도 피지 않을 때가 있고, 무심코 심은 버드나무가 숲을 이룰 수도 있다 이 말씀이야." > 형제2 p. 293
< 이광두의 고물사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그 규모가 거대해 지고,...... 이광두가 연좌시위를 시작한 지가 사 년이요, 폐품, 고물을 수거한 지도 삼 년이 넘었고, 막 시작했을 당시 이광두가 정문 옆 한쪽에 나지막하게 쌓아두었던 고물더미가 이제는 정문 양쪽에 네 군데에 거대한 고물더미 산을 만들었고, 열 명의 임시직원까지 고용해서 현 정부의 출퇴근 종소리에 맞춰 근무까지 하니 말이다. 막 시작했을 때는 외지 트럭이 고물을 싣고 가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외지 트럭이 고물을 싣고 오기까지 해서 이광두의 결정에 따라 전국으로 보내졌으니, 사람들의 눈이 둥그래져서 이 이광두라는 인간이 전 중국 거지 연합의 두목이 되려는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 형제2 p. 294
< 현의 주요 간부들은 현 정부 정문 앞의 폐품 산을 깨끗이 정리하는 일을 현 경관사업으로 정하는데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두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하나는 무장경찰과 인민경찰을 투입해 이광두의 폐품 산을 정리해 버리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곧바로 부결되었다. 그 이유는 이광두가 고물을 주워 돈을 번 이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부채를 갚는 것이었으므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 위엄과 명망이 현장을 능가한다는 데 있었다. > 형제2 p. 295
어려움을 말하는 이가 사랑인가 담아두는 이가 사랑인가?
< 이광두가 "지낼 만해?" 라고 묻자 갑자기 골초 유 공장장에게 받은 수치감이 떠올랐는지 울음을 쏟았고, 흐르는 눈물을 훔쳐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송강에게 무슨 일 생긴 거야?" 임홍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처음으로 자신이 당한 수치스런 일들을 말하며 눈물을 닦으면서 이광두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유 공장장한테 한마디 해줄 수 없어요?" 이광두는 의혹의 눈길로 슬퍼하는 임홍을 보며 반문했다. "그 골초 유 공장장 말인가?" 임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머뭇거리다 수치스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사람한테 제발 나 좀 내버려두라고 얘기해줘요." 상황을 파악한 이광두는 이를 악다물며 욕을 한 뒤 임홍에게 대답했다. "이런 씨팔 개자식! 나한테 사흘만 시간을 줘. 사흘 후면 다 잘 될거야." 사흘 후 현 정부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방직공장의 삼 년 연속 이윤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유 공장장의 직무를 해제시켰다. > 형제3 p. 205
어떠세요? 이광두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오시나요? 제가 느낀대로 한 번 적어 볼께요.
인물 이광두는
첫째,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한 사람입니다. 어린 송강이 캐러멜을 훔쳐먹는 걸 무서워 한 것에 비해, 어린 이광두는 어차피 엎지른 물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먹던 캐러멜은 다 먹어치우고 무서워 합니다.
둘째,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이런 기질을 사업가인 이광두에게도, 사기꾼인 주유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새끼 엉덩이 -> 엉덩이 대왕 -> 복지공장장 -> 빛쟁이 -> 폐품대왕 -> 전 중국거지연합장 ->류진의 최고 이총재에 이르기까지 넉살좋고 항상 당당한 이광두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투자금을 다 날리고 쫄쫄 굶으면서 송강에게 굶었다고 얘기하는 모습에서도 실패자의 모습이나, 두려움, 비굴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 입니다.
셋째, 항상 잠을 잘 잡니다. 첫째와, 둘째에 연관되는 성품일 것입니다. 임홍을 사이에 두고 송강과 그 난리를 치고도 잠을 푹 잡니다. 여덟시간이나 어머니 이란을 모시고 갈 방안을 찾자마자, 잠을 푹 잡니다.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인물일까? 하는 부러움이 생깁니다.
넷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투, 낙천적인 대담함으로 만들어진 주변사람의 인식일 것입니다. 임홍은 그녀의 고통을 사랑하는 송강에게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리도 싫어하던 이광두에게는 털어놓습니다. 이광두의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한 몫 했겠지요, 그러나 저는 지위나 돈 보다는 이광두가 더 편했기에 고민을 털어놓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인용과 제 생각은 여기까지 입니다. 전 이광두 성격의 많은 부분을 닮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람을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