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고서도, 뭐라 글을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제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둠으로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합니다.

1권

<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빛나는 영혼을 가졌는지 상상도 못할 거요. >

< 이름을 통해야 우리는 비로소 그 존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왕이 그녀에게 내린 이름을 그는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불렀다. 춤을 출 때는 서여령으로, 자수를 놓을 때는 서나인으로, 소아에게는 진진으로, 강연에게는 은방울로 불리었던 그녀는 이제 리진이었다. >

<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

< 배 밭 근처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 적에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던 노릇이었다.
바느질을 해 주고 얻은 배를 긁어주며 어머니가 맛있느냐? 물으면 진이는 입이 미어져 대답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눈 앞에 왕비 뿐인데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내전을 두리번거리던 어린 진이의 눈동자에 설핏 물기가 어렸다. >

< 선교사님이 좋으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힘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게야. 너는 부자다 마음속에 선교사님이 있지 않니.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거든. >


 블랑 선교사의 선문답이 너무나 우습다.
꼭 우리나라 사극에 나오는 스님들의 말투라 그런가 보다.
정겹고 좋기만 하고, 그래도 또 웃음이 난다

2권

< 리진은 선 채로 '레 미제라블'의 아무 장이나 펼치고 물결치는 듯한 프랑스어를 들여다보았다. 하룻밤 편히 쉴 수 있도록 잠자리를 마련해준 밀리에르 신부의 집에서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치다가 들켜 끌려가는 장면이었다. 밀리에르 신부의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이 없었다면 장발장은 어찌 되었을까? 리진은 빙긋이 웃었다. 책을 읽는 일의 즐거움은, 어찌 되었을까? 를 상상하는 데 있었다. >

< 리진은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서 방금 전까지 쓴 내용을 쭉 읽어보았다. 마르세유에서 파리 리옹 역까지 기차를 탔을때 철마의 그 빠른 속도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 리진은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깃털 펜에 잉크를 찍었다. >

< 뱅상과 같은 파리의 젊은이들에게 평생 직장이라는 느낌을 주며 최고의 일터로 동경의 눈길을 받는 봉마르셰 백화점에 대해 조선의 왕비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에 잠겨 있던 리진은 편지쓰기의 무력함이 느껴저 깃털 펜을 여태 썼던 편지 위에 내려놓았다. >

< 법국에선 어떤 때에 가장 외로웠느냐? 제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때였습니다. 그래, 네가 누구 같더냐? 모르겠습니다. 먼지 같고 풀 같고 구름 같고..... 종내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왕비의 목소리가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리진은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다. 어느새 왕비가 잠이 들어 있었다. >
책을 읽는 중에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한민족으로 외국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고민을 한다는 점이 같아서 그랬나 봅니다.
그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올리려 합니다.
꽤 재미있는 책인지라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http://lawcher.tistory.com2008-01-21T14:27:340.3610
Posted by 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