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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2권 - 무라카미 하루키문학, 소설, 등 2008. 2. 22. 20:07반응형
# 장면 1
나는 어떤가 - 하고 나는 생각해 보았다.
절정-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되돌아보면, 이는 인생이라고 할 수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약간의 기복은 있었다. 꾸역꾸역 올라가거나 내려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거의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아무것도 만들어낸 게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 적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기묘하게 평탄하며, 풍경이 단조롭다. 마치 비디오 게임 속에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팩맨 같다. 잇따라 미로 속의 점선을 먹어 간다. 목적도 없이. 그리고 언젠가는 확실하게 죽는다.
# 장면 2 - 하루키의 주문(?)
정신을 차려보니 무력감이 조용히 소리도 없이 물처럼 방 안에 차있었다. 나는 그 무력감을 밀어 헤치듯이 목욕실로 가서 <레드 클레이>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샤워를 하고, 부엌에 선 채로 캔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눈을 감고 스페인 어로 하나에서 열까지 센 다음, '끝났다'하고 소리 내어 말하고는 손뼉을 치자 무력감은 바람에 날려가듯이 휙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 나의 주술이다. 혼자서 지내는 인간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능력을 익히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장면 3
유키는 쟁반에 담겨진 프리첼을 집어 먹었다.
"틀림없이 모두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저씨는 알고 있어요?"
"암시성이 구체적인 형태를 취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가, 이에 대처하면 되리라고 생각해, 요컨대."
유키는 T셔츠의 옷깃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건 무슨 뜻이에요?"
"기다리면 된다는 말이야" 하고 나는 설명했다.
"천천히 그러한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 돼. 무엇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사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보면 돼. 그리고 공평한 눈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연히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모두들 너무 분주해.
재능이 넘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공평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흥미가 너무 많거든."
# 장면 4
아무튼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어떤 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수가 막혔을 때에는, 당황하여 움직일 필요는 없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 무슨 일이 다가온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어스름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이를 배웠다.
이는 언젠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만일 이것이 필요한 것이면 이는 반드시 움직인다.'
좋아, 천천히 기다리자.
# 장면 5
가엾은 사나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그 나름의 질서를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것은 하루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눈깜짝할 사이다. 사람이라는 건 자신과 제일 어울리는 장소에 그 그림자를 남기고 간다. 딕 노스의 그것은 부엌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남겨진 그 불안정한 그림자도, 눈깜짝할 사이에 소멸되어 버린다.
# 장면 6
'운명' 하고 유키는 연약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정말이에요. 나빠지고 있어요. 나와 엄마는 그러한 주파수가 공통되어 있는가봐요. 지난 번에도 말한 것처럼 엄마가 활기가 있으면 나도 활발해지고, 엄마가 움츠러들면 나도 점점 기력을 잃어가요. 어느 쪽이 먼저인지 잘 알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즉 엄마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지, 혹은 내가 엄마를 끌어당기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아무튼 그녀와 나는 무엇에 의해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달라붙어 있든 떨어져 있든 마찬가지예요."
"이어져 있어?"
"그래요, 정신적으로 이어져 있어요." 하고 유키는 말했다.
# 장면 7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아요?"
"흥미를 가질 수 없어." 하고 나는 말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아. 단지 흥미를 가질 수가 없어."
"이상한 사람이에요." 하고 유키는 말했다. "초콜릿에 흥미를 가질 수 없다니, 정신에 이상이 있어요."
"전혀 이상하지 않아. 그러한 경우가 있다구. 너는 달라이 라마를 좋아하니?"
"뭐에요, 그건?"
"티베트의 가장 훌륭한 승려야."
"몰라요, 그런 건."
"그럼 넌 파나마 운하를 좋아해?"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혹은 넌 일부 변경선을 좋아하니 싫어하니? 원주율은 어때? 독점 금지법은 좋아해? 쥬라기는 좋아해 싫어해? 세네갈 국가는 어때? 1987년의 11월 8일은 좋아해 싫어해?"
"시끄러워요, 원. 정말 어이가 없어. 잇따라 잘도 생각해내는 군요." 하고 유키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어요, 잘. 아저씬 초콜릿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고, 단지 흥미를 가질 수 없을 뿐이란 말이죠. 알았어요."
"알아주면 됐어." 하고 나는 말했다.
# 장면 8
나는 잠자코 있었다. 잠시 후에 고혼다가 말을 계속하였다.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그리고 어디서부터가 망상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리고 어디서부터가 연기일까? 나는 그걸 확인하고 싶었어. 이렇게 자네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그걸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 자네가 내게 키키의 일을 처음으로 물었을 때부터 나는 죽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자네가 나의 이 혼란을 해소시켜 주지 않을까 하고 말야. 마치 창문을 열어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하는 것처럼 말야."
# 장면 9목소리가 나올까?
내 메시지가 현실의 공기를 잘 흔들 수 있을까?
몇 가지 문구를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명료한 것을 골랐다.
"유미요시, 아침이야" 하고 나는 속삭였다.'문학, 소설,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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