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Q&A) - 비카스 스와루프


시크교 대표가 불참했기에 그나마 줄어든 이름 '람 모하마드 토마스' 가 등장합니다.
이런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된 그 날의 이야기부터 웃음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을 즈음에 웃음은 가라앉고 이름만큼 너울거리는 일상을 살았던 사람만
남습니다.

그는 "나 같이만 살아라." 하며 책을 낼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그의 독백대로 '바보 같은 고야 녀석' 일 뿐이고, '학교도 못 다닌 웨이터' 일 뿐 입니다. 그는 화장실에서 냄새보다는 엉덩이 걱정을 해아 하는 지역에 주로 살고요, 배가 고프면 맥도널드의 쓰레기통을 뒤질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연고 없는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먹다가 양쪽의 가족들에게 몰매를 맞는 친구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엉터리 가이드 생활로 돈벌이하는 능글맞음도 있어요. 그리고 나라에서 제일 힘 셀 것만 같은 경찰을 무서워합니다.

이런 그도 가진 것이 있는데요.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그것은 그의 굳은 '심지' 입니다.
그 사람의 '바보 같은 고아 녀석에 불과했으니까.' 라는 독백은 자책하는 듯 하지만
전혀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테일러 대령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이 지겨운 인도 놈들!"
이란 말을 들어도 작아지지 않습니다. 소년원에서 본 영화의 환상에 스스로 취하지도 않고,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여유마저 있지요.
그는 '살림'을 친동생처럼 보살피고, '구디야'를 불쌍히 여겨 돕습니다.
영화배우 '닐리마'를 도우려 애썼으며. '니타'를 사랑하고, '샹카르'의 죽음을 진정 슬퍼합니다.

'연꽃' 생각이 나지 않으세요?
저는 연꽃 생각이 나네요.
연꽃의 미덕은 여럿 들 수 있겠지요.
아름다움과 여러 가지의 쓰임새, 그리고 진창에서 꽃을 피운다는 점, 등이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 연꽃의 미덕은요.
진창임에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컫는 '진창'을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창을 '용이 벗어나야만 하는 개천'으로 여기는 것도 아니고요, '더럽지만 참아준다.' 고 생각하며 고행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경험으로 체험해보자.'는 것도 물론 아니죠. 그냥 살아가는 거겠죠.
아래에 '진창'에 대한 '연꽃'의 생각이라 여겨지는 부분은 인용함으로 글을 마칩니다.


[ 우리는 짐승처럼 살다가 벌레처럼 죽어갔다.
전국에서 몰려든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빈민가에서 한 줌의 하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끊임 없이 다투었다. 한 뼘의 땅, 한 양동이의 물을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 싸움이 때로는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비하르, 우타르프라데시, 타밀나두, 구자라트의 낙후지역 사람들이 다라비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부자가 되려는 꿈을 안고, 중산층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황금의 도시 뭄바이로 찾아왔다. 그러나 그 황금은 납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가슴이 멍들고 병들대로 병든 낙오자만 남아있을 따름이다. 나처럼! (p. 195) ]
Posted by 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