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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츠제럴드 단편선 - F. 스콧 피츠제럴드. 김욱동 옮김
    문학, 소설, 등 2009. 3.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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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을 꿉니다.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들이 이뤄지는 악몽.
    어린 아이라면 귀신이나 유령이 등장할 것이고, 소년이라면 친구들과의 다툼일 수도 있고요. 학생이라면 시험에서 떨어지는 꿈일 수도 있고, 직장인은 해고당하는 꿈일 수도 있겠죠.
    연인들은 이별하는 악몽을 꿀 수도 있겠네요.

    지금 저는 저만의 악몽이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여러분은 어떤 악몽이 최악이셨는지요?

    이 책에는 이런 악몽 중에서 주로 인간관계에 대한 악몽이 등장합니다.
    - 저만의 생각으로 정확히 '외면' 입니다.
    주인공들에게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남들에게 비루하게 보이지 않을까, 바다 위에 떠다니는 부목(浮木)처럼 보이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난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등장하지만(오월제의 고든).
    <다시 찾아온 바빌론>에서 '찰리 웨일즈'는 돌이킬 수 없는 아내와의 화해 때문에 괴로워하고 처형부부의 자신에 대한 불신에 힘들어 합니다.
    그리고 <광란의 일요일>에는 '남의 눈치 보기'의 한 대목을 볼 수 있습니다.

    [ "모두 겁을 먹고 있어요, 안 그런가요?"
    칵테일 잔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모두 다른 사람의 실수를 찾아내려고 하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명예가 될 만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물론 당신의 집에서는 그렇지 않지만요." 그는 성급히 자신이 한 말을 덮어버렸다. (p. 105) ]



    <부잣집 아이>에서 '앤슨'은 결혼으로부터 우정을 빼앗기고는 고독을 느낍니다.

    [ 스물아홉 살이 된 앤슨에게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점점 늘어나는 고독감이었다.
    그는 이제 영영 결혼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신랑의 들러리를 섰거나
    안내를 맡았던 결혼식만 해도 벌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집에 있는 서랍 하나에는 이런저런 결혼 파티의 기념 넥타이로 넘쳐났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는 채 일 년도 넘기지 못한 몇몇 로맨스를 상징하는 넥타이도 있었고, 지금은 그의 삶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 부부를 상징하는 넥타이도 있었다. 스카프 핀이며 금 연필이며 커프스 단추며 한 세대의
    신랑들이 준 선물들이 그의 보석 상자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그는 신랑의 위치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모든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는 그의 감정 밑바닥에는 자신의 결혼에 대한 절망감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서른이 가까워지면서 그는 결혼이라는 것이 특히 최근에 와서 우정을 잠식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했다. 여러 그룹의 친구들이 안타깝게도 해체되어 사라져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p. 270) ]



    결국 앤슨은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는 쪽을 택하고 잠시나마 위로를 받습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쇳가루가 자석에 달라붙듯 자신에게 반응을 보이고, 자신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그를 도와주며 그에게 무언가 약속을 해주는 누군가 말이다. 그 약속이 어떤 것인지 나는 잘 모른다. 어쩌면 그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그 우월감을 보살피고 보호해 주기 위해 자신의 가장 찬란하고 신선하고 소중한 시간을 바칠 여성들이 이  세상에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는 그런 약속일는지도 모른다. (p. 286) ]


    <오월제>에서 고든의 참담한 경제력은 친구 '딘'의 외면을 낳고, 그 모습을 주절대자 옛 연인 '이디스'도 '손을 뺍니다.'

    이 책에 있는 9개의 단편소설 중에서 <다시 찾아온 바빌론>에서 딸 오노리아와의 대화 장면 외에는 따뜻한 인간관계는 찾아보기가 힘들었어요. 눈치보고, 소외될까 두려워하고, 그렇다고 돌아가 쉴만한 유년의 추억이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즐겁고 따뜻한 추억은 잊은 지 오래고, 외로움에 떠는 주인공을 보면서 쓰라림도 평안함도 느낍니다. 쓰라림도 평안함도 모두 동질감에서 오는듯 합니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 불행의 주인공이 '가상인물'이기에 양심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서 더 평안한 것이겠죠.

    P.S.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소설은 '속죄양'같은 역할도 해주는가 봅니다.
    나만의 문제인 것만 같은 문제들, 현실로는 남에게 떠 넘길수 없는 고민과 불행을 대신 지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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