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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문학, 소설, 등 2009. 3. 1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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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
    마을에서 유일하게 추천을 받아 시험을 본 '주 시험'에서 2등으로 합격해서 수도원 학교 생활을 합니다. 아버지부터, 교장선생님, 목사님,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받으면서 성장해온 소년은 무언가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으로 소년시절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도 납득하지 못하는 막연한 대의와 꿈으로 말이죠.

    그렇게 파란색 옷의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은 소년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지 못한 채로 공부를 하다가 '헤르만 하일너'를 만나면서 의문을 품고 공부는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수영과 낚시, 등 유년의 즐거움이 제거된 소년에게 공부는 소년의 전부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하일너가 학교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에 비해, 한스 기벤라트는 신경을 갉아 먹습니다. 의문을 품기 시작한 기벤라트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인지 아래에 인용해 봅니다.


    [ 애당초 선생들에게는 하일너의 남다른 천재적 기질이 어쩐지 섬뜩하기만 했다.
    예로부터 천재와 선생들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있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보여지는 그런 학생들의 몸가짐은 처음부터 선생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다. 천재들은 선생들에게 전혀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 불량한 학생들에 다름 아니다. 14살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15살에 사랑에 빠지고, 16살에는 술집에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금지된 책을 읽으며, 몰염치한 작문을 쓰고, 이따금 선생들을 조롱어린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한다.
    그래서 선생들의 수첩에 금고형을 받게 될 후보자나 선동가로 기록되는 것이다.

    학교 선생은 자기가 맡은 반에 한 명의 천재보다는 차라리 여러 명의 멍청이들이 들어오기를 바라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선생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절제한 인간이 아닌, 라틴어나 산수에 뛰어나고, 성실하며 정직한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더 상대방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게 되는가!
    선생이 학생 때문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학생이 선생 때문인가! 그리고 누가 더 상대방을 억누르고, 괴롭히는가! 또한 누가 상대방의 인생과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더럽히는가!
     (p. 142) ]




    의문의 여지가 없던 학업에 균열이 생기자 모든 것에 문제가 생기는 한스 기벤라트.

    즐거웠던 유년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마음을 터놓고 상담할 친구도 없으며,
    잠시 가슴을 뜨겁게 한 사랑마저 실패로 돌아갑니다.

    '작품해설'에 나오는 바대로 '돌파구'를 찾지 못합니다.
    살아가는 이유는 살아가는 것 자체일 수도 있을 테고, 사랑, 가족, 친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일 수도 있을 텐데요.

    오가는 길에 보게되는 플래카드가 떠오릅니다.

    < 축! XX회 졸업생 XXX 고시합격>

    본인과 가족의 자랑 외에 누군가의 자랑이며 희망이 될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당치도 않은 기준을 들이밀며 가슴 답답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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