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이가 많지 않은 덕분인지 아니면 고달픔을 덜 겪어서인지 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제법 생생합니다. 그렇지만 기억은 기억일 뿐, 그 시절의 기분은 잊은 지 오래인듯 합니다.
예를 들면, 유리창을 깨고 들켜서 혼이 나기 전까지의 식은땀이라던가, 받아쓰기 100 점 맞았다고 부모님이 웃으실 때의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던가, 용돈 100원을 받고 50원짜리 깐돌이를 사먹고 남은 50원의 풍족한 기분들은 제 아무리 사실을 기억한다고 해도 다시 느껴보기는 힘든 감상들입니다.
가끔은 <행복한 고물상>같은 책을 읽는 것이 그래서 즐겁습니다. 다시 만나기 힘든 어릴 적 기분들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꿈결같이 어릴 적 세상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작가이자 주인공인 '철환'이는 친구가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 배 아파서 심술부리는 못된 짓도 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를 위해 용감하게 연탄재를 집어 드는 착한 일도 하고요, 시르죽은 아버지를 등 뒤에서 안아주는 따뜻한 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빵 사달라고 노래 부르다 매를 벌기도 하지요.
이제는 꿈이 아니고는 만날 수 없는 그 시절의 나와 동무들 그리고 사건들을 꿈꾸는 것처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위기철 작가가 지은 <아홉 살 인생> 같은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해요.
P. S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많아 놀랐어요. 그래서 퀴즈 내드립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아실지 궁금하네요. 한 번 맞춰보세요.
1. 꼭뒤를 긁다. 2. 어진혼이 나간 얼굴로 3. 지윤이의 얼굴이 오련했다. 4. 시르죽은 얼굴이셨다. 5. 별쭝맞다. 6. 껑더리되었어요. 7. 나는 선득거리며 흥뚱항뚱 그들을 바라보고만. 8. 웅숭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9. 수꿀한 생각이 들었지만. 10. 서름한 낯빛으로 11. 푼더분하게 생긴 얼굴로 12. 봉구가 만일의 경우 저지레를 할까봐 13. 객쩍은 소리 그만해 14. 입찬소리 하는 거 아냐 15. 은근짜를 부리던 뱀장수 흉내 16. 생게망게한 얼굴로 기가 막힌다는 듯.
정답보기 DAUM 사전 참고
1. 꼭뒤- 뒤통수의 한 가운데.
2. 어진혼(이) 나가다 - 몹시 놀라거나 시끄러워서 맑은 정신을 잃다.
3. 오련하다 - 1. 형태가 조금 나타나 보일 정도로 희미하다. - 2. 기억 따위가 또렷하지 아니하고 희미하다.
4. 시르죽다 - 기운을 차리지 못하다 또는 기를 펴지 못하다.
5. 별쭝맞다 - 몹시 별쭝나다. 별쭝나다 - 말이나 하는 짓이 아주 별스럽다.
6. 껑더리되다 - 심하게 앓거나 큰 고통을 겪어서 몸이 몹시 파리하고 뼈가 앙상하게 되다. ‘겅더리되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7. 선득거리다 - 갑자기 서늘한 느낌이 자꾸 들다.
흥뚱항뚱 - 어떤 일에 정신을 온전히 쓰지 아니하고 꾀를 부리거나 마음이 들떠 행동하는 모양.
8. 웅숭깊다 - 1. 생각이나 뜻이 크고 넓다. 2. 사물이 되바라지지 아니하고 깊숙하다.
9. 수꿀하다 - 무서워서 몸이 으쓱하다.
10. 서름하다 - 1. 남과 가깝지 못하고 사이가 조금 서먹하다. 2. 사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고 서툴다.
11. 푼더분하다 - 1. 생김새가 두툼하고 탐스럽다. 2. 여유가 있고 넉넉하다. 3. 사람의 성품 따위가 옹졸하지 아니하고 활달하다.
12. 저지레 - 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게 만들어 그르치는 일.
13. 객쩍다 - 행동이나 말, 생각이 쓸데없고 싱겁다.
14. 입찬소리 - 입찬말 : 자기의 지위나 능력을 믿고 지나치게 장담하는 말.
15. 은근짜 - 1. 몰래 몸을 파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2. 겉보기에는 어리석은 것 같으나 속은 엉큼한 사람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