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불패 20 권 중에서 - 문정후

요즘 길을 걷다보면 문을 닫은 가게들이 보입니다.
비디오 대여점, 만화방 얘기네요.
불 꺼진 점포 안을 들여다보니 끈으로 묶은 책꾸러미들이 보입니다.
'점포정리', '만화방 인수하실 분', 등등이 쓰인 백지 너머로요.

비디오대여점 같은 경우는 동네마다 점포가 몇 개씩 들어서며 성업하던 게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영업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더 힘이 듭니다.
문 닫은 가게들을 보면서 덜컥 겁이 납니다.
변하는 것들이 겁이 나고, 나만 뒤에 남겨진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권당 300 원하는 만화방을 찾아냈어요.
만화도 천천히 보는 저로서는 횡재죠.
요즘 만화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볼만한 만화를 고르는 것도 일이네요.
그래서 예전에 보았던 용비불패를 다시 봤어요.

그냥 읽다가 20권에서 적어두고 싶은 대사를 봤지요.
아래에 옮겨봅니다.

역모죄인의 후손인 용비와 국가로부터 죄인의 낙인을 받은 그의 부하들은 변방의 이민족들을 척살함으로 '인간'임을 증명하려고 싸웁니다.

변방의 이민족들은 우리도 '인간'임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싸웁니다.

흑색창기병대장 용비는 변방의 민족들과의 큰 싸움을 한 후 내부갈등으로 부하도 모두 잃고, 이민족의 병사들도 거의가 죽음에 이릅니다. 그리고 용비를 살리고 눈을 뜨게 한 이민족의 왕도 죽습니다.

그 후
용비는 세력이 크게 꺾인 - 성인 남자들이 대부분 전사하여 - 그 민족의 삶에 관심을 갖다가 그를 돕는 '노백'에게서 그 민족이 다른 민족의 노예를 자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노백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간다는 건 중요한 것입니다.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살아만 있다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죠.
이 늙은이의 소견으로 그들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노예로 전락하면서까지 말인가?

그들이 선택한 건 노예가 아니라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악조건 하에서의 여인들의 강함이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노예든 뭐든.......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죽어간 이들의 의지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 용비불패 20권 84~86 p 대사 중에서 -


옆자리에서 가족인지 단골인지 모를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네요.
당구장 만화방에서 먹는 것은 자장면 아니라 짜장면 맞죠.
제가 좋아하는 것도 자장면 아니고 짜장면 맞죠.

헤벌쭉 웃으면서 "저도 한 그릇 시켜주세요." 하고 같이 먹을 것을......

Posted by 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