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졸라'와 '씨바'를 즐기신다면 재미있습니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추천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가 이 책의 말투에 있습니다.
이 책은 '졸라' 와 '씨바'를 섞어서 쓰면서 공대와 하대를 번갈아합니다.
이 두 단어는 그 예일 뿐이죠. 한 구절 인용해 보면 이렇습니다.
집안 생계 운운하는 것은 남자들의 옹색한 핑계요,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그 말이 진정이라면 소녀 가장 승진이 가장 고속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p. 194) ]
이런 글들이 저는 그저 재미있습니다. 막말이 솔직이나 담백을 무조건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원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이 책의 말투가 목불인견일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마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신해철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이라고요.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신해철씨의 말투가 거슬려 도저히 못 듣습니다.
이 책 <건투를 빈다>의 말투에서 좋고 싫음이 많이 갈리지 않을까 싶어요.
2. 인간관계론처럼 스테디셀러가 될까?
형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재미있게 봤어요.
이 책도 사람 사는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와 그로 인한 고민들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이 책도 오래도록 사랑받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두 책의 비교를 짤막하게 써 볼게요.
<'건투를 빈다'의 좋은 점>
첫째, 말투가 재미있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개인차가 클지도 모릅니다.
둘째, 시원시원한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문제는 쉬워보입니다.
셋째,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공감하기가 쉽습니다.진로, 직장, 부모, 연인, 사이의 문제들이 남일 같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건투를 빈다'에 없는 점>
인간관계론과 다르게 상담의 추이나 문제의 개선여부는 없어요. 고민에 이은 시원한 답변으로 끝입니다. 이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할 말만 하고 끝나니까요.
그렇다고 생각할 여지가 형편없이 적다는 말은 아닙니다.
3. 저를 찌르는 말들 - 선택과 감당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저를 찔렀던 말은 서문에 있는 구절(스스로에게 해야 될 질문을 남에게 하고 있는가?) 과 '선택' 그리고 '감당' 입니다.
직장, 진로, 부모, 연인, 부부, 친구, 돈, 등 힘들게 하는 문제의 많은 부분에 이 두 단어가 있어요.
선택과 감당
'선택과 감당'이 사용된 많은 구절들 중에서 둘을 인용해 볼게요.
[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리스크가 따른다. 모든 선택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로로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그건 삶에 대한 응석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선택의 이유다. 나머지는 그 이유를 붙들고 감당하는 거다. 스스로 설득될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그럼 누가 뭐라고 하든 그 결과까지 자신이 감당하는 것, 그게 어른의 선택이다. (p. 158) ]
참 우유부단한 저로서는 뜨끔하더라고요.
뭐 이런 말들 처음 들어본 말도 아니고, 스스로 생각 안 해본 바도 아니지만요.
'선택과 책임'으로 주로 되뇌고 있던 차에 '감당'이란 단어가 들어오네요.
그만 떨고, 감당할 수 있는 선택하러 가야겠어요.
감당할 각오로 선택하러 가야겠어요.
그리고 스스로가 언제 행복한 지, 화나는 지, 슬픈 지, 기쁜 지, 대충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요.
Greenbea 님께서 달아주신 <빵굽는 타자기>에 대한 댓글로 마무리 할게요.
항상 눈을 뜨고 있으면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뭐든지 유익할 수 있고,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을 가르쳐 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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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는 저도 관심이 갔던 책인데요 결국 구입하진 않았어요. 애초에 거저먹는 조언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말씀하신 시원시원 어투를 한껏 느끼고 나면 왠지모를 허전함이 찾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읽지도 않은 자의 괜한 걱정입니다만 그게 솔직한 첫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니 결국 다 큰 어른으로서 스스로 감당해야할 일들을 많이 미뤄온 것도 같아요. 그것이 실질적인 것이든 추상적이든 간에 말이죠. 저자가 그런 점을 일깨워주는 것도 같네요.
괜한 걱정 하신 것 아니에요.
저도 그런 생각에 빌려서 읽었을 뿐 사진 않았어요.
다른 이의 고민이기에 재미있게 읽었지요.
저 자신의 문제라면 글쎄요....
직접 만나서 조언을 받아도 변하기는 쉽지 않은데,
시원하다지만 불쾌한 말투로 받는 조언에 마음이 움직였을리도 없고, 재미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말투가 거슬리지 않으신다면 무료하실 때 보시기엔 좋습니다. ^________^
오, 김어준!
한겨레에 실리던 상담기를 책으로 묶은건가요? 김어준의 말투는 거리낄게 없는데다 독특한 시선을 가져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챙겨 봐야겠어요. ^^
서문에 수 년간 해온 상담을 묶은 거라고 보긴 했는데요.
한겨레에 실렸던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확실히 재미는 있었답니다.
남들의 고민을 읽는 재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도 들긴 합니다만.
첨엔 ㅈㄹ 까칠하네.. 뭐나?? 이랬는데.. 읽다보니.. 아~ 고개가 꺼덕여지더군요
뭐랄까..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한달까요...
까칠함을 넘어.. 그동안 이게 옳은결정이야! 라고 생각했던걸 뒤짚어주는 조언이죠
까칠하죠. 맞아요.
조언해줄 수 있는 친구나 동료 선후배가 있다면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은 어떠한가요??
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현실적인 판단들이 정말 실용적이 아닌가 싶었죠 ㅎㅎ
<인간관계론>은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지금까지 스테디셀러인 걸 보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어요.
처세에 관한 책이니만큼 뻔할 수도 있다는게 걸리긴 해요.
그래도 <협상의 법칙>같은 책보다는 자신있게 권해드릴 수 있네요.
아하. 전 이 책은 안 읽어 봤지만.
김어준씨는 상당이 특이한 분 같아요.
ESC 에 실리는 상담 답변도 명쾌하구요
(정작 본인은.. 야매 상담가라시면서
정혜신 박사께 상담 ..받았었죠.?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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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을 '빵굽는 타자기'로 마무리 하셨군요'
감사합니다 ^^ ::
읽다보면 상담가라기 보다는 동네 형이죠.
술 한 잔 사주면서 야멸차게 충고하는 동네 형.
의미는 몰라도 잘 어울리겠다 싶어 인용했어요.
Greenbea 님 블로그를 보니, 빵굽는 타자기의 내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실수까지 기록이니까 그냥 두려고요. 물론 수정도 기록이겠지만요.
오래간만에 뵈어서 반가웠어요.
저도 반가웠습니다.
빵굽는 타자기는 읽은 지 좀 돼서..
저도 검색창에 쳐 봤는데. 그 책 내용이 맞긴 맞는 것 같습니다 ^^:: ㅎ
야멸차게 충고하는 동네 형.
얼른 만나 보고 싶네요 !
이 사람의 글쓰는 방식이 처음은 아니신듯 하니, 문체의 건방에 대한 염려는 접어둘게요.
후에 다시 인사하러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