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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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문학, 소설, 등 2008. 12. 30. 21:16
1. 누군가의 헐린 집터를 바라본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낮은 기와집들과 슬레이트집들 담장 위에 바른 시멘트에는 깨진 병조각들을 박아둔 집. 그 집에 가기 위해서는 끝까지 올라야 하는 오르막길 즈음에'재개발' 플래카드가 시뻘건 색으로 축하인지 저주인지를 해주고 있는 동네.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 살던 집이고, 부모님이 처음 내 집을 마련한 그 집을 요즘 찾아가면 이런 모습입니다. 그 집 근처에서 오래도록 서성거리고 싶어도,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봐 담배 한 대 피울 겨를 정도 서성입니다. 뭔지 모를 아쉬움과 짠한 마음이 듭니다. 환한 웃음 짓기보다는 울듯 말 듯한 웃음이 지어집니다. 지질이 궁상맞죠? 빡빡 깎은 머리를 한 학창시절 국사교과서의 집터 유적을 보면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몇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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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문학, 소설, 등 2008. 12. 27. 10:00
"눈이 안 보여요." 사람이 하얗게 눈이 먼다. 그렇게 하이얀 채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백색질병'이 전염까지 된다. 발병이유도, 감염경로도, 치료방법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이 질병으로 눈 먼 자들은 격리수용 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의 눈이 먼다. 단 한 사람 '의사의 아내'만 제외하고.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줬더니, 친구는 시큰둥하게 "공포영화야?"라고 묻습니다. 폭력과 기아에 노출되어 생존을 두려워하며 걱정해야 하니 공포도 있고, 공포 외의 것도 있으니 아니기도 한 것 같다는 말은 미처 해주지 못했습니다. 1. 공포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몸서리 칠만큼 두려운 일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부모님은 어쩌지?', 등 고민이 많겠죠. 그런데 이 책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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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문학, 소설, 등 2008. 12. 24. 10:00
꿈꾸는 듯 한 표지그림과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저로서는 좀체 정리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첫째는, 마음에 와 닿는 기사들이 있고,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고요, 소설이 아니라 도덕책처럼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노골적으로 얘기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감도 들고 그러네요. 둘째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려는 삶을 응원하는 것도 좋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표지를 잘 살피라는 얘기들이 좋았습니다. 반면에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팝콘장수의 삶이나 크리스털 상인의 익숙함에 대한 안락을 너무도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에는 동감하기 힘들더군요. 아마도 저 자신과 너무도 닮아있는 그들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이든지 두 번 읽기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두 번 읽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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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문학, 소설, 등 2008. 12. 20. 10:00
'아내가 결혼했다' 라 무슨 내용일까? 책을 읽기 전에 잠시 짐작해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결혼을 했다면 이혼한 후에 결혼을 했을 것이고, 이혼을 했다면 아내가 아닐텐데..... 어떻게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알고 난 후에는 '작가의 말'에서 박현욱 작가가 나무라는 글이 생각이 나네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벗어나야 하는 것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어 왔던 견고한 아집들이다."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아내가 결혼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부일처제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폴리아모리(polyamory) 입니다. 아래에 이 책과 신문기사를 참고해서 잠깐 정리해 봅니다. 모노가미(monygamy)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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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김려령문학, 소설, 등 2008. 12. 11. 09:59
# 1 선생님 쉬~ 하면서 화장실을 재촉하는 아이들부터 영악한 7살 아이들까지 잠깐이지만 가르쳐 본 적이 있습니다. 가르쳤다기보다는 같이 놀아주었고, 같이 놀아주었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저랑 놀아주었죠. 저의 정신연령이 딱 그 수준이었더랬죠. 선생이면 아이들보다 나아 먼저 살피고 북돋아주고 그래야 할텐데. 애들보고 웃고, 삐지고, 당황해하고 그랬습니다. 정말이지 영악한 아이들은 제 머리 위에 있습니다. 빤히 제 얼굴을 쳐다보며 제 속을 넘겨짚기도 하죠. 그랬던 아이들이 벌써 중학생이 되었겠네요. 이런 저에게 딱 좋은 책이었어요. '전형적이다', '지나친 설정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는 날카로운 비평이 담긴 서평들도 감사히 잘 읽어봤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책 읽는 짧은 시간동안 좋았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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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The road) - 코맥 매카시문학, 소설, 등 2008. 12. 10. 10:00
1. 책의 전반적 내용 가늘고 긴 섬광과 함께 찾아온 재난. 세상의 모든 것이 불 타 버렸고, 하늘에선 눈처럼 재가 내린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당장에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을 찾기가 힘든 상황. 무엇보다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무서워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 닥칩니다. 열렬하게 신을 말하던 사람들이 이 길에는 이제 없다. 그들은 사라졌고 나는 남았다. 그들은 사라지면서 세계도 가져갔다. 질문 :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달의 어둠. 이제 밤은 약간 덜 검을 뿐이다. 낮이면 추방당한 태양은 등불을 들고 슬퍼하는 어머니처럼 지구 주위를 돈다. 반쯤 산 제물로 바쳐져 옷에서 연기를 피우며 새벽 보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자살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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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든씨의 사탕가게 - 폴 빌리어드문학, 소설, 등 2008. 10. 31. 20:23
위그든씨의 사탕가게 - 폴 빌리어드 Growing pains - The autobiography of a young boy 아무 생각 없이 서가에서 그냥 집어든 책입니다. 책 제목에 사탕가게가 있고, 표지그림에도 예쁜 사탕가게 그림이 있는데도 몰랐어요. 몇 장 읽다보니 비로소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읽었던 '체리씨 이야기'인줄 알겠더군요. 님 블로그 에서 보니 제목이 '이해의 선물' 이었다네요. 이 책은 '이해의 선물' 같이 예쁜 아이적 추억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미운 7살' 개구쟁이들의 말썽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아니 외려 말썽들이 더 많아요. 자~! 그럼 어릴 때 저질렀던 말썽들을 주제로 진실게임 해볼까요? 비록 남자들은 이렇게 얘기를 시작해도 결론은 군대얘기로 끝나겠지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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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김훈문학, 소설, 등 2008. 8. 22. 10:00
잘 살아 보세 - 민들레처럼 이것이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 아닐까 합니다. 삼전도의 굴욕도 있고, 주전과 주화의 말(言) 먼지도 있고, 서날쇠의 지혜로움과 나루의 생명력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책의 주제를 "잘 살아 보세"로 이해했습니다. 인조 14년(1636년 12월) 말(言) 먼지가 일고, 군량과 더불어 시간이 말라가는 곳, 그 곳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남한산성에 임금이 있고, 체찰사로서 난국의 해결을 시간에 맡기는 영의정 김류가 있고, 의로움과 충성심으로 주전을 말하는 예판 김상헌이 있고, 매국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임금이 살길은 화친이라 하는 이판 최명길이 있습니다. 주화파 이판 최명길을 목 베라는 주청을 올리면서, 강력히 주전을 외치다가 뒷구멍으로 달아나는 당하들도 있고, 자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