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이스마엘 베아
그 어떤 슬래셔 무비나 전쟁영화 보다 더 참혹합니다.
'참혹하다'는 표현이 진부해 보여 쓰지 않으려 했지만, '참혹함', '참담함' 외에 다른 감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 어떤 슬래셔 무비나 전쟁영화 보다 참혹해서, 눈을 제대로 뜨고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종이위에 쓰여진 글자일 뿐인데, 자세히 보기가 힘겨워 빨리 읽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마치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을 볼때, 밤 장면만 나오면 눈 감았던 것처럼 말이죠.
아래에는 짧게 떠오르는 단상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네 잘못이 아니야
예수께서 가시다가, 나면서부터 눈 먼 사람을 보셨다.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이 사람이나 그의 부모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그에게서 드러나게 하시려는 것이다. 우리는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낮 동안에 해야 한다. 아무도 일할 수 없는 밤이 곧 온다.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
<요한복음 9장 1~5절-표준새번역>
요즘 교회를 다니지 않은지 수 년이 더 되었는데도.
이스마엘 베아의 글을 읽으면서 이 성경구절이 떠오르더라구요. 저는 이스마엘을 도왔던 간호사 에스더 처럼 사랑으로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 점은 네가 잘못했네." , "네가 잘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 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사랑도 마음도 노력으로 키워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에스더를 맘에 담아 두어야겠습니다.
2. 권정생 선생님은 뭐라 하실까?
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이지만, 제 혈관에도 역시 가슴 아픈 내전의 기억이 흐르나 봅니다. 이스마엘 베아의 얘기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 생각에 슬퍼지니 말이죠.
제가 권정생 선생을 좋아 하는데, 베아를 보면서 '몽실언니'에 나오는 소년병이 생각나더라구요. 소설 속 인물이지만, 살아있다면 우리의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가 됐을 소년병
권정생 선생이 이 책을 읽으셨다면,
'어떤 글을 쓰실까?'
'어떤 행동을 하실까?' 무척이나 궁금해 지고, 생각이 납니다.
3. 이스마엘 베아가 기억하는 아버지 말씀 (인용)
한 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상황 꿈이나 목표는 고사하고, 5분 앞의 생존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갈 힘이 되어 주는 것중 하나는 '추억'인가 봅니다.
아래에는 이스마엘 베아가 기억하는 아버지 말씀을 인용해 봅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살아 있는 한, 더 나은 날이 오고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이 있단다. 더 이상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잃게 되면, 그 때 죽는 거야." 나는 여행 내내 아버지의 말을 생각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차도 그 말을 생각하며 힘을 얻어 계속 나아갔다. 그 말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http://lawcher.tistory.com2008-01-11T14:13:100.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