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자국 손자국'에 해당되는 글 2건

오래간만에 프랭키님의 블로그에 다녀왔어요.

역시나 라오스의 멋진사진과 시와 같은 글을 올려놓으셨네요.

"사진 참 예쁘다!" 하고 헤벌쭉 구경하고 있는데.

시와 같은 프랭키님의 '색'에 관한 글을 보니, 제가 아는 색이 거의 없더군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색은 뭐라고 해야 하나 싶었어요.

재미있겠다 싶어서 잠깐 생각해봤어요.

결과는 <무채색 나라의 로처> 또는 <색 없는 자들의 도시> 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살아왔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름 생각해본 색들을 적어 봅니다.

1. 빨래가 귀찮아 산 흰 먼지가 유독 눈에 띄는 목티의 검은색

2. 두 켤레 천원하는 무좀에 직빵인 양말의 물빠진 남색

3. 신문 돌리는 아이의 찢어진 우의의 노란색

4. 뽀글뽀글 파마머리로 흥정하면서 시장을 누비시는 아줌마 바구니의 공장태생 파란색

5.  좋아하는 가로등의 오렌지색

6. 화목함이 배어나오는듯, 남의 집 거실의 간유리에 비치는 거실의 불빛

7. 우리동네 집집마다 옥상에 칠해져 있는 우레탄의 녹색

8. 버스터미널의 좋지 않은 공기와 같은 검은 기름 얼룩진 콘크리트의 회색

9. 오래된 보도블록에서 살려고 애쓰는 이끼의 녹색.

10. 스님들 승복의 색. 옅은 쪽빛 같기도하고 회색 같기도 한.


무언가 느낀 바가 있었고, 재미있는 도전거리여서 시작했는데, 요상합니다.

프랭키님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이 드는 건 요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색'을 어떻게 말하실 건지 생각해 보세요.

전 짧은 시간이나마 꽤나 재미가 있었답니다.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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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디오스 2009.03.04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태풍이 몰아치기 전의 우중충한 하늘색이 무지 좋은데요 ^^

  2. Greenbea 2009.03.12 0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물을 색다르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

    • 로처 2009.03.12 2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프랭키님 블로그>를 구경하다가 '색'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게 스스로 재미있어서 놀아봤지요.
      ^_____^

  3. Greenbea 2009.03.13 0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

    다시 읽어 보니,
    로처 님께서 창작을 하셔도 될 것 같다는..생각이 문득 들었네요. ^^

    • 로처 2009.03.13 1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은 일기부터 좀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음헤헤 응원 감사합니다.

      만약 제가 창작한다면 한 권 사주실거죠? ^__________^

  4. Greenbea 2009.03.19 0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만약에 ,
    저도 창작을 하게 되면. 서로 사서 보는 건가요 ? ㅎㅎㅎ

  5. 밤의추억(Nightmemory) 2009.10.06 2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처님의 블로그에서 장래에 유망한 작가 두분이 탄생하는 순간인가요? 저도 로처님께서 평소 세상을 바라보시는 시각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는 사람중에 하나로써 로처님과 그린비 님께서 창작하신다면 책 사들고 싸인 받으러 가겠습니다.

  6. Greenbea 2009.10.18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쩐지 귀가 간지럽다 했더니...
    밤의추억님께서 제 이름을 언급하셨군요..
    ㅎㅎㅎ

    저도 얼른 뭔가 개발을 해야겠습니다 ^_^ ㅋ

  7. 로처 2009.10.20 1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에 또 다른 댓글은 안 달리는군요.

    일단 Greenbea 님 책에 두 명 줄 섰습니다.

    밤의 추억님이 1순위 제가 2순위 예약합니다. ^__________^

용비불패 20 권 중에서 - 문정후

요즘 길을 걷다보면 문을 닫은 가게들이 보입니다.
비디오 대여점, 만화방 얘기네요.
불 꺼진 점포 안을 들여다보니 끈으로 묶은 책꾸러미들이 보입니다.
'점포정리', '만화방 인수하실 분', 등등이 쓰인 백지 너머로요.

비디오대여점 같은 경우는 동네마다 점포가 몇 개씩 들어서며 성업하던 게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영업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더 힘이 듭니다.
문 닫은 가게들을 보면서 덜컥 겁이 납니다.
변하는 것들이 겁이 나고, 나만 뒤에 남겨진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권당 300 원하는 만화방을 찾아냈어요.
만화도 천천히 보는 저로서는 횡재죠.
요즘 만화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볼만한 만화를 고르는 것도 일이네요.
그래서 예전에 보았던 용비불패를 다시 봤어요.

그냥 읽다가 20권에서 적어두고 싶은 대사를 봤지요.
아래에 옮겨봅니다.

역모죄인의 후손인 용비와 국가로부터 죄인의 낙인을 받은 그의 부하들은 변방의 이민족들을 척살함으로 '인간'임을 증명하려고 싸웁니다.

변방의 이민족들은 우리도 '인간'임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싸웁니다.

흑색창기병대장 용비는 변방의 민족들과의 큰 싸움을 한 후 내부갈등으로 부하도 모두 잃고, 이민족의 병사들도 거의가 죽음에 이릅니다. 그리고 용비를 살리고 눈을 뜨게 한 이민족의 왕도 죽습니다.

그 후
용비는 세력이 크게 꺾인 - 성인 남자들이 대부분 전사하여 - 그 민족의 삶에 관심을 갖다가 그를 돕는 '노백'에게서 그 민족이 다른 민족의 노예를 자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노백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간다는 건 중요한 것입니다.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살아만 있다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죠.
이 늙은이의 소견으로 그들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노예로 전락하면서까지 말인가?

그들이 선택한 건 노예가 아니라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악조건 하에서의 여인들의 강함이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노예든 뭐든.......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죽어간 이들의 의지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 용비불패 20권 84~86 p 대사 중에서 -


옆자리에서 가족인지 단골인지 모를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네요.
당구장 만화방에서 먹는 것은 자장면 아니라 짜장면 맞죠.
제가 좋아하는 것도 자장면 아니고 짜장면 맞죠.

헤벌쭉 웃으면서 "저도 한 그릇 시켜주세요." 하고 같이 먹을 것을......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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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노몰프 2009.02.17 0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었던 작품은 아닌데 밑줄 그어주신 대사가 인상적이네요. 마음 속에 여유가 생겨버렸는지 사는데 뭔가라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그래서 가끔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만... 절박하다면 산다는 것 자체에 더 매달리게 될텐데 말이죠.

    오늘 한끼는 '짜'장면으로 해결해야겠네요. 고소한 춘장냄새도 맡은지 오래되었습니다.^^

    • 로처 2009.02.17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아직 어리지만,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문득문득 생각하는 화두가 아닐까 하네요. 저도 사치라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요.

      건강에 크게 유의하실 일 없으시다면 당구 한 판 치시면서 짜장면 드셔보세요 ^___________^ 전 당구 못 칩니다만 짜장면은 잘 먹어요.

  2. 아디오스 2009.02.19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 만화방 가본지 참 오래되었습니다.
    만화방에서 먹는 라면이 최고였던 기억이 납니다...

    • 로처 2009.02.20 15: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화방의 소라과자, 라면, 자장면, 삶은계란, 다 좋습니다. 어릴 적 다니던 그곳에는 예쁜 누님이 삶은 계란을 주곤 했는데요.

  3. 밤의추억 2009.02.21 0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잇힝! 그런 좋은 곳을 찾으셨단 말입니까? 만화방은 어렸을 때 먹었던 불량식품들 처럼 묘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이지요. 여럿이 가서 만화책 권당 빌려놓고 주인 몰래 돌려보기 하는 맛도 기가 막히지요. 언제 한번 돌려보기 하러 갑시당. 꿀짱구와 만화방 라면은 제가 쏘겠습니다. (r^_^)r

  4. 도요새 2009.03.09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네가.. 만화방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