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 나오미 노빅


책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아서 책소화불량에 걸린 기분입니다.
제가 직접 구입한 책들을 읽지 않는 요상한 위인인지라 주로 빌려서 봅니다.
그런데 요즘 빌리는 책들도 그대로 반납하기 일쑤여서 '죽'을 먹는 기분으로 읽은 책입니다.

09년 9월 5일 현재 5권까지 출간됐습니다.
거기까지 읽은 느낌은 재미있어요. 유치하다는 감이 없지 않은데요.
판타지의 효시이자 대작이라는 '반지의 제왕'도 그런 느낌이 있었으니, 유치하다는 느낌은 판타지에 익숙지 않은데서 오는 감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얘기로 넘어갈게요

1. 18C 초 영국과 프랑스의 교전 시기가 배경입니다.
2. 용들은 크기와 비행능력 지적수준 그 외 불이나 독액을 분사하는 능력이 다릅니다.
3. 지적수준이 다르지만 용들은 사람과 말을 할 수 있습니다.
4. 그 용에 안장을 채우고 승무원이 탑승해서 용들은 공군복무를 합니다.
5. 영국과 달리 중국은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처럼 경제활동을 하고 대접받습니다.
6. 테메레르는 중국황실의 용으로 고귀한 혈통이고 지능이 높습니다.
7. 용과 조종사는 강한 애정 또는 소유의 연대의식을 갖고 살아갑니다.
8. 테메레르의 조종사 로렌스는 귀족이며 해군다운 자존감과 꼬장꼬장한 원칙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읽은 지 좀 지났지만 1권부터 5권까지 중요한 틀이라 생각되는 것만 적어 봤어요.
이 틀에서 테메레르와 로렌스 그리고 많은 인물들이 유럽, 중국, 아프리카, 터키 등을 다니며 좌충우돌하는 얘기가 꽤나 재미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드래곤라자 외에는 판타지를 읽어 본 적이 없어서,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이 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어떠셨나요?


애매모호한 생각, 삐걱대는 머리

이 책에서는 용이 사람과 말을 합니다.
그런데 용끼리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없어요. 교미만 있을 뿐.
대신 용은 자신이 결정한 조종사와 '애정과 소유의 복합'인 듯 한 감정을 나눕니다.

정리해 보면요.
'로렌스'는 어려서부터 군복무를 해 온 베테랑 해군장교였고, 결투를 마다않는 전형적인 남성입니다. '테메레르' 도 수컷입니다.
그런데 '용과 용이 선택한 조종사의 밀접한 관계' 라는 설정 덕분에,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관계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연인 사이의 사랑 같은 분위기 말이죠.
거대하고 강한 용이 상대인지라 로렌스가 여성인 듯한 느낌을 받아요.
이 부분에서 제 머리는 약간 삐걱대더라고요.
처음 보는 관계가 무척이나 생경해서 그런가봅니다.

누군가가 개를 사랑하거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아마 '용이 말을 한다.' 는 것이 다른 느낌의 이유일 테죠.


써놓고 보니, '책소화불량' 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있어 보여 씁쓸하네요.
그래도 이것 또한 기록이라 생각해서 남겨두렵니다.
전투와 전쟁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그런지 '난중일기' 읽기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의욕이 들긴 합니다.

Posted by 로처

1. 이 기발한 소설 창작의 힌트

아기가 흰 수염을 바람에 날리는 노인으로 태어난다면?
그리고 나이를 거꾸로 먹어 아기로 삶을 마친다면?

기발하고 재미있어서 읽게 된 책입니다.
민음사가 출간한 <피츠제럴드 단편선>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음울함 보다 재미있고 유쾌한 점은 좋네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마크 트웨인에게 받은 하나의 힌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물론 힌트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의 '마음 밭'이 있었겠지요.
아래에 이 단편소설의 시작이 된 힌트를 옮겨보겠습니다.


[ <재즈 시대의 이야기들>에 부치는 조롱 투의 글에서 피츠제럴드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 버튼이라는 인물의 탄생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집필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한 남자의 인생만을 놓고 행한 실험인지라 공정한 시도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당시 피츠제럴드가 쓴 편지들을 참고로 앤드루 크로스랜드(And-rew Crosland)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피츠제럴드는 앨버트 비글로 페인(Albert Bigelow Paine)의 <마크 트웨인의 전기Mark Twain : A Biography>(1912)를 읽던 중 마크 트웨인이 남긴 다음과 같은 글을 접했다.

트웨인은 노년의 노쇠함을 인생에서 불필요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그는 자주 이런 말을 했었다.
"전지전능한 신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적에 내가 그분을 보조할 수 있었으면 인간이 지금과는 정반대로, 즉 늙은 몸으로 삶을 시작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늙은 몸으로 태어나 노년의 비탄과 무분별로 삶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까요! 시간이 갈수록 젊어진다면 나이 먹는 것을 꺼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늙어가는 게 아니라 젊어지는 삶을 살게 되니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여든이 아니라 열여덟 살의 상태로 나아가는 삶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맞습니다. 신께서는 일을 해내지 못한 겁니다. 지금이라도 내 도움을 받아주시면 좋을 텐데 말이죠."
] (p. 194)


기발한 소재와 이 소설 탄생의 힌트에 대한 감탄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네요.
'상류사회 사람들의 평판 의식'에는 여전히 메스꺼움을 느끼지만, 서평에서 말하고 있는 '재즈시대의 사회상' 이라든가 '전쟁을 통한 부와 성공', 등은 별로 의식하지 못하겠어요.

2. 영화를 볼까 말까

저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내를 좀 들여다보자는 것에서 찾습니다. 심지어 <트랜스포머>나 <스타쉽 트루퍼스>같은 영화라도 말이죠. 그래서 저는 중학생 시절 본 <인생>이라는 영화를 아직도 잊지 않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망설여지네요.

'지루한데다 길기까지 하다.'는 주위 사람들의 평을 들은 것도 이유가 되고요.
더 중요한 이유는 남들 사는 얘기에 관심이 적어진 것입니다.

만약에 제목이 <벤자민 버튼의 사업지침> 이라거나, <벤자민 버튼의 주식투자> 이었다면 벤자민 버튼의 삶이나 그의 말에 더 관심을 기울였을지도 모르겠군요.

P.S  이 책은 그래픽 노블(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나 만화입니다.)과 번역 소설, 소설 원문으로 이렇게 크게 셋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osted by 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