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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 김훈

1. 관계, 사연 그리고 사람

문정수는 기자입니다.
많은 사건이나 사고를 경험합니다. 취재를 하며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수록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을수록 그들의 사연을 알아갑니다. 사람을 닮은 사연들은 각자의 색을 갖고 명멸합니다. 간척되어 마르는 해망지역 못의 물고기처럼 살아 꿈틀거리고 모두가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그 사연들을 묻어야 합니다. 신문이 브리태니커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하니까요. 기사가 되는 것은 사연을 배제한 무채색의 사실들 입니다. 이런 무채색의 사연들은 일기예보 보다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짧은 탄식이나 동정의 대상이 될 뿐이죠.

임금님 귀의 비밀을 알아버린 사람의 심정으로 문정수는 체한 듯 걸려있는 사연들을 노목희에게 이야기하면서 풀어냅니다. 묻어도 자꾸 살아나는 사연들을 노목희에게 방류합니다.
문정수에게 노목희는 대밭이기도 하고, 해망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노목희는 미대를 졸업한 교사였고 출판사 직원입니다.
대나무밭으로서의 일상도 좋아하는 노목희는 문정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문정수가 그녀의 대밭에서 위안을 얻는 것처럼, 그녀도 문정수의 주절거림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그녀도 변화하는 세상의 빛과 색을 그림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주저함이 있어서인가 봅니다. 만물의 변화를 단정 짓지 못하는 그녀의 주저함은 어쩌면 넘치는 사연을 다 품지 못해 괴로워하는 문정수의 그 어떤 면모와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장철수
그는 불만과 개혁, 운동이라는 색으로 살아가는 사람인데 색을 잃고 맙니다.
어쩌면 색을 잃은 것이 아니라 신문에서 색을 빼버린 사람들 이야기처럼 색이 빠져 보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세 사람 외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오금자, 그녀의 아들, 소방관 박옥출, 제3자와 그의 어머니, '남'이나 '오'처럼 성만 나오는 사람, 존속살인범, 익명의 익사자, 방미호와 방천석, 후에, 미군 공보관, 횟집마을 사람들......
관계의 밀접함에 따라 사연과 사람은 색이 있을 겁니다.
사람에 따라, 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색일 테고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명멸하는 색일 테지요.
노목희가 창야의 저수지에서 포착하지 못해 그리지 못하는 그런 빛과 색일 테고요.
문정수가 가슴에 품기에 벅차서 방류해야만 하는 사연과 사람일겁니다.

바람에 날리며 해망의 간척지를 덮는 풀씨처럼 살아도.
다른 사람들이 흑백으로 보는 삶을 살아도.
한 줄짜리 기사거리도 못되는 삶을 살아도.
바다를 그리며 머리가 깨지도록 수조를 들이받는 바다사자처럼 지향점을 갖고 살고 싶네요.
혐오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기뻐하는 색깔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색 자주 변하고, 금세 사라질지라도 말이죠.

2. 맑게 소외된 자리

책을 읽고 난 후 감상은 "허무"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허탈합니다.
그 많은 사연들은 숫자로만 기록되는 익명의 사망자들처럼 덤덤하고요, 명멸하는 사람들의 삶은 기사처럼 감흥이 없습니다. 문정수는 데면데면하고, 장철수는 색을 빼버렸습니다. 그나마 노목희가 유학 가는 장면을 희망적이라고 봐야 하나요?

작가의 말에서 김훈 작가는 이렇게 말하네요.

[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 문제다. (p. 325) ]


작가의 심중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말입니다.
'맑게 소외된 자리'가 뜻하는 바도 알기 힘들죠.
그러나 작가가 <공무도하>같이 허무로 가득한 책을 연이어 써 낸다면 10년이 지나지 않아 확실히 '소외된 자리'를 체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의 감상을 '허무'로 받아들인 저의 개인적 잡생각일 뿐입니다.

해망 바다의 풀씨에게 허무는 없습니다.
수조 안에 갇힌 바다사자에게도 없습니다.
오금자, 박옥출, 등 많은 사람들에게 허무는 사치일겁니다.
실망이나 좌절 같은 허무와 유사한 감정은 있겠지만 허무보다 앞서는 것은 배고픔 같은 생존에의 욕구일겁니다.
오금자씨처럼, 그 아이처럼, 박옥출씨처럼일지라도, <남한산성>에서 말 먼지에 피바람이 몰아쳐도 그저 살고 죽는 사람들처럼요. 일단은 살고 봐야죠.

생각해보면 저 같은 단순한 놈의 생존을 위해서 작가는 부러 허무를 내뱉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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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Q&A) - 비카스 스와루프


시크교 대표가 불참했기에 그나마 줄어든 이름 '람 모하마드 토마스' 가 등장합니다.
이런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된 그 날의 이야기부터 웃음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을 즈음에 웃음은 가라앉고 이름만큼 너울거리는 일상을 살았던 사람만
남습니다.

그는 "나 같이만 살아라." 하며 책을 낼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그의 독백대로 '바보 같은 고야 녀석' 일 뿐이고, '학교도 못 다닌 웨이터' 일 뿐 입니다. 그는 화장실에서 냄새보다는 엉덩이 걱정을 해아 하는 지역에 주로 살고요, 배가 고프면 맥도널드의 쓰레기통을 뒤질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연고 없는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먹다가 양쪽의 가족들에게 몰매를 맞는 친구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엉터리 가이드 생활로 돈벌이하는 능글맞음도 있어요. 그리고 나라에서 제일 힘 셀 것만 같은 경찰을 무서워합니다.

이런 그도 가진 것이 있는데요.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그것은 그의 굳은 '심지' 입니다.
그 사람의 '바보 같은 고아 녀석에 불과했으니까.' 라는 독백은 자책하는 듯 하지만
전혀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테일러 대령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이 지겨운 인도 놈들!"
이란 말을 들어도 작아지지 않습니다. 소년원에서 본 영화의 환상에 스스로 취하지도 않고,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여유마저 있지요.
그는 '살림'을 친동생처럼 보살피고, '구디야'를 불쌍히 여겨 돕습니다.
영화배우 '닐리마'를 도우려 애썼으며. '니타'를 사랑하고, '샹카르'의 죽음을 진정 슬퍼합니다.

'연꽃' 생각이 나지 않으세요?
저는 연꽃 생각이 나네요.
연꽃의 미덕은 여럿 들 수 있겠지요.
아름다움과 여러 가지의 쓰임새, 그리고 진창에서 꽃을 피운다는 점, 등이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 연꽃의 미덕은요.
진창임에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컫는 '진창'을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창을 '용이 벗어나야만 하는 개천'으로 여기는 것도 아니고요, '더럽지만 참아준다.' 고 생각하며 고행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경험으로 체험해보자.'는 것도 물론 아니죠. 그냥 살아가는 거겠죠.
아래에 '진창'에 대한 '연꽃'의 생각이라 여겨지는 부분은 인용함으로 글을 마칩니다.


[ 우리는 짐승처럼 살다가 벌레처럼 죽어갔다.
전국에서 몰려든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빈민가에서 한 줌의 하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끊임 없이 다투었다. 한 뼘의 땅, 한 양동이의 물을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 싸움이 때로는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비하르, 우타르프라데시, 타밀나두, 구자라트의 낙후지역 사람들이 다라비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부자가 되려는 꿈을 안고, 중산층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황금의 도시 뭄바이로 찾아왔다. 그러나 그 황금은 납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가슴이 멍들고 병들대로 병든 낙오자만 남아있을 따름이다. 나처럼! (p.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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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 김중혁

우리 고장의 도서관에서 김중혁 작가를 초청한다기에 읽어보았어요.
작가는 밤 새 읽을 만한 책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강연 전에 읽고 싶은 맘은 굴뚝이고 시간은 모자라기에 밤 새 읽었죠.

단편 여덟 트랙으로 된 소설집입니다.
읽다보니 자꾸 이야기 속 인물을 작가와 동일시하게 되네요.
그리고 그 인물들이 제가 되기도 하고요. 그게 소설 읽는 재미겠죠.
읽으면서 표시해 두었던 부분을 강연 후에 다시 보니 영락없이 작가의 모습들이 보이고, 또
닮고 싶어 하는 제 모습도 보입니다. 이어지는 이런 저런 생각들도 있고요.


1. 뒷수습의 상상력


첫 문장을 써놓자 나머지 문장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매뉴얼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어 있던 문장들이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나타나는 거 같다. 매뉴얼을 쓴다는 것은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문장 위에 덮인 먼지를 조심스럽게 툭툭 털어내기만 하면 된다.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다.  (p. 46 <매뉴얼 제너레이션> 중에서)


강연회에서 작가가 한 말이 있어요.
'뒷수습의 상상력' 첫 문장을 써놓고, 연이어 수습을 하다보면 어느 새 소설이 완성되노
라고 하시네요. 그럼 위에 인용한 부분은 어김없이 작가의 경험이네요.


2.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

<악기들의 도서관>의 첫 문장입니다.
제가 요즘 느끼는 바를 콕 찌르는 문장이라 되뇌어 봐요. 처해있는 상황이나 지위 책임이 각각 달라도, 저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돌이켜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 아닌가 싶습니다.

마침 제가 즐겨듣던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에도 비슷한 의미의 가사가 있어요.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중에서)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 <악기들의 도서관>
그리고'몸속에 저장해뒀던 돌덩이를 내려놓기 위해'
'아직은 무른 내 손가락 끝'을 여물게 해야겠습니다. <나와 B>


3. 침 흘리며 공상하듯, 휘적거리며 악몽을 꾸듯

<무방향버스>에서는 끔찍한 악몽을 꾸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엄마가 사라진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머리가 다 커버린 지금까지 무서운 일입니다. 생각하기 싫은데 가끔 머리에 떠오를 때면 그렇게 끔찍할 수 없어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을 때처럼 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긴장하고 있는데 '무방향버스'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아! 꿈이구나.' 싶습니다.


4. 5 Cm 공중부양의 SF작가

제가 강연회에서 제대로 들었다면 작가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음에도 확언하지는 못하겠지만요. 8개의 단편소설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위의 표현이 참 기막힐 정도로 어울립니다.

저는 8개 트랙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톡톡 튀는 소재의 소리를 들었어요<매뉴얼 제너레이션>
침울함 속에서 웃음소리를 듣고요 <유리 방패>
어긋날 수도 있는 목표를 삶에 끼워 맞추는 소리 <악기들의 도서관>
그리고 무서운 꿈을 깨우는 "밥 먹어라." 하시는 엄마의 소리도 들었습니다. <무방향버스>

이제는 <펭귄뉴스>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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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 후 사인해주시는 김중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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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 강연


일시 : 2009년 9월 23일 오전 10시
장소 : 충북 중앙도서관 4층 강당
주제 : 문학과 상상력과 박물관



아침 일찍  참석하였습니다. 잠겨있던 강당 문이 열리고 들여 있는 의자를 처음 빼냈으니 첫 번째 참석자 의 영예를 얻었음이 분명합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주로 아주머니 독자 분들이 많네요. 작가의 독자층을 반영한 것인지, 강연시간대의 영향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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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시작 전의 모습>



드디어 시작하는데, 낯선 분이 등장합니다.
백남권 중앙도서관장님의 말씀이 있네요.
학창시절 뙤약볕아래 교장선생님 훈화 듣는 기분이라 피식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도 지방에서 흔치 않은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고요,
교장선생님 훈화의 가장 큰 미덕인 짧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정말로 김중혁 작가의 강연이 시작하나 봅니다.
이것저것 나열식의 말씀을 하셔서 정리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아래에 그 내용을 기록해 봅니다.
번호 목차의 제목을 비롯해 정리를 위해 나름의 편집이 있음을 알려드려요.

1.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

작가는 어려서부터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가가 그 '쓸데없는 생각'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에
강연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했으니까요.

아래와 같은 이런 생각들을 주욱 나열했지요.

* 택시위에 전자 광고판으로 소통을 하면 어떨까?
* 거리의 CCTV로 증명사진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 전국의 도로에 보일러를 설치하면 노숙자도 운전자도 좋지 않을까?
* 난 연말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여 상을 준다.
* 핸드폰에 1천명의 전화번호를 기록하는 메모리가 굳이 필요할까?
* 제목을 뽑아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 노약자가 타면 나이와 건강 컨디션을 고려해서 적합한 사람의 좌석이 사람을 일어나
   게 하는 '다 일어나' 버스카드.
* 사람 봐가며 표현이 바뀌는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표지판'
* 인간성 계측 저울?
* '마감'이라는 말을 걸러서 들려주는 '내 귀에 필터'


어쩌면 독자들이 갖고 있을 '쓸데없는 생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하게 느끼고 그것을
깨주고 싶어서 그리 강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아직 읽지 못한 <무용지물 박물관> 을 말씀하신건지도요.


2. 김중혁 작가의 글쓰기 - 뒷수습의 상상력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첫 문장을 아무렇게나 써놓는다고 합니다.
그 후에 작가가 저지른 일의 뒷수습을 시작한다고 하네요. 그렇게 계속 뒷수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소설 한 편이 완성돼 있다고 하네요. 교정 작업을 위한 검토 외에 작가는 퇴고를 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첫 문장을 아무렇게나 썼다고는 하지만 폴 오스터의 소설 중에서 '내가 물위를 걸었던 것은 열세 살 때였다.'라는 시작이 멋졌다고 얘기하는 걸 봐서는 첫 문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작가의 글에 대한 자평

작가는 스스로 SF 작가라고 생각한 다네요.
정통 SF는 아니고요, 작가의 표현은 이렇습니다.
'땅에서 5Cm 공중 부양한 SF 작가'


4. 6년의 시간

제가 제대로 들었다면 등단하는데 6년의 시간이 걸렸답니다.
등단하기까지의 노력과 경험담, 실패담 등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질문까지 드렸으나, 제가 질문의 요지를 명확히 말씀드리지 못해서 듣고 싶었던 얘기는 아쉽게 듣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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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 사인회>



5. 유인물 발췌

A4용지 여섯 쪽에 분량의 유인물을 입구에서 나눠주네요.
제목은 '문학과 상상력과 박물관' 이고, 김중혁 작가가 쓴 글입니다.
강연 시작 전이라 진행자에게 글의 출처를 물었는데, 작가가 보내준 글이란 답변을 받았어요.

앞부분은 1번의 강연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고요 뒷부분에 '문학과 상상력' 소제목의 부분이 좋아서 인용해 봅니다.


[ "상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대학생들이 물어오면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생각을 버리지 마세요." 말 그대로, 어떤 생각도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쓸 데 없는 생각 좀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쓸 데 없는 생각을 좀 많이 했던 나는 쓸 데 없는 생각을 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앞으론 쓸 데 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쓸 데 없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을 자꾸 하다 보니 쓸 데 있는 생각까지 쓸 데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나중에는 도무지 쓸 데 있는 생각이 뭔지 알 수 없게 됐다. 생각에 관해서는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자신의 판단만 믿어야 한다.

쓸 데 있는 것인지 쓸 데 없는 것인지 판단하지 말고, 생각을 계속 붙들고 있다 보면 언젠가 쓸모없어 보이던 생각들이 나도 모르는 조각이 되어 커다란 밑그림의 한 부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상상은 한 장의 그림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이미지이며 한 장의 스틸 컷이다. 문제는 이 그림을 어떻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여러 장의 그림을 얼마나 잘 이어 붙이는가, 얼마나 그럴 듯하게 편집하는가. 그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의 두 번째 대답은 상상 속으로 뛰어들라는 것이다.그림을 이어붙이기 위해서는 그 속으로 뛰어들어 상상 속의 논리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들의 멋진 상상에 재를 뿌리는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뭔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얘기했을 때 누군가 이렇게 얘기한다.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천 번 만 번 백만 번도 더 들었던 이야기다. 나는 아직까지도 '비현실'이라는 것이 뭔지 - 그리고 비현실이 꼭 나쁜 것인지도 - 잘 모르겠다. 상상은 비현실적일수록 좋은 게 아닐까. 상상력이란, 비현실과 비현실을 잇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현실과 비현실을 이어서 또 다른 비현실을 만들어내는 일, 혹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은 일들과 그럴 것 같은 이야기들을 한데 뒤섞어서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


좋은 말씀 들려주신 김중혁 작가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리를 마련해주신 중앙도서관장님과 진행을 위해 노력해주신 직원분들에게도 감사드려요. 물론 웃음과 박수 그리고 재미있는 질문으로 자리를 풍성하게 해주신 참석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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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맙소사!"

'맙소사!'로 시작한 책입니다.
제니 필즈의 결혼부터 가아프와 헬렌의 결혼생활을 보고 있자면
<아내가 결혼했다>의 설정은 아름다운 동화책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존 어빙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처음엔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첫 느낌을 가아프의 성격대로 표현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네요.

"맙소사, 이건 무슨 개수작이야!"


2. 그런데도 재미있네요.

"좆이나 빨아라." 같은 막말의 기막힌 사용에 즐거워하는 제가 별난 것일 수도 있지만요.
이 책은 이것 뿐 아니라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아요. 이를테면 '똥대가리 선생'이라 부르며
비난하는 편지를 보낸 독자에게 대응하는 방식이라던가, <그릴파르처 하숙>, <감시> 같이 소설 속 소설을 읽는 재미라던가, '로버타 멀둔'이나 '앨리스' 같은 인물의 우스움도 재미에 한 몫 합니다.


3. 위화의 <인생>, 그 책의 미국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와 책 모두 <인생>을 참 좋아합니다.
<가아프가 본 세상>이라는 책 '미국판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섹스, 강간과 간통, 폭력과 살인, 그리고 죽음이 넘쳐나는 가운데, 유머가 넘치는 별난 주인공 가아프와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얘기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비계스튜' 처럼 부자이든,
'제니 필즈' 처럼 존경받는 유명인 이든,
'로버타 멀둔'처럼 강건한 몸을 가진 운동선수이든,
'엘렌 제임스파'처럼 타협을 모르는 극단적인 단체이든,
종국에는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합니다.
죽음 그리고 잊힘.


"언젠가는 말이에요. Meine Frau, 당신도 결국 죽어요." (1권 p. 211)


살기 위해 아등바등 대며 살고 있지만 언젠가 죽어요.
바로 지금이 될 지, 7년 후일지, 70년 후일지 모르지만.
그리고 이름을 남기든 흔적 없이 사라지든 모두가 같은 운명입니다.
괴테가 묘비조차 없는 무덤의 주인보다 생전에 행복했을지는 모르는 일이죠.
그러니 이름이나 명분에 집착 말고 즐겁게 살아야겠어요.
실컷 사랑하면서 살아야겠어요.


4. 마지막으로 '가아프'가 생각하는 소설을 인용할게요.
'상상과 기억'의 경계를 애써 구분하지 말고, '상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말고,
소설처럼 살고, 현실처럼 쓰고 그렇게 살았으면 싶습니다.


<소설을 쓰는 행위란 (2권 p. 350) >

"그건 마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영원히 살아가게 하려는 투쟁 같아요. 끝에 가서는 죽어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말예요. 살아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그들이죠." 결국 가아프는 흡족하게 느껴지는 그런 방법으로 이 개념을 표현했다.

"소설가란 가망이 없는 환자들만 보게 되는 의사나 마찬가지에요." 가아프가 말했다.

하지만 가아프가 본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가 가망이 없는 환자들이다. (2권 p.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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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서 어쩌라고!"

<좋은생각>, <배꼽>,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죠?
책 뒷장에 이렇게 써 있네요. '101가지 지혜의 샘'이라고요.

네!
이 책은 위에 말씀드린 책들처럼 담아두고 싶은 얘기들, 좋은 얘기들이 잔뜩 실려 있습니다.
이미 들어서 아는 얘기, 읽어서 아는 얘기들도 잔뜩 있지요.
아래와 같은 얘기들처럼요.

<연필 같은 사람>

"연필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게야.

첫 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알려주는 거란다. 명심하렴.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 번째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게야.

세 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 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p. 30)


그리고 <칭기즈칸과 그의 매> 라던가 <고독한 불씨>등의 얘기들은 많이들 아실 겁니다.
이 외에도 작가 자신의 경험담과 친구들의 경험담도 꽤 좋은 얘기들입니다.
실은 너무 좋아서 다 옮겨 적고, 암기하고 싶을 정도랍니다.

그러나 좋은 얘기들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좋은 말이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말인 것처럼요.
이런 생각에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심사로 뿔이 나기도 했죠.
'참말로 좋다.'는 생각과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심사 사이에 있는 책입니다.


2. 그래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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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BC 홈페이지>


드라마 <허준> 얘기를 또 하게 되네요.
MBC 드라마 <허준>은 당시 많이들 좋아하신 드라마입니다.

극중에서 허준은 고지식할 정도로 정직하고, 답답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손해보고, 그래서 상처받고, 그래서 내쳐지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빙 돌아서 갑니다.

"아이구 등신!" 이란 말을 하면서 보신 분들이 적지 않을걸요?
그러먼서도 속으로 응원하면서 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잘 되길 응원하게 됩니다.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에 대해서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가 하는 좋은 얘기들 믿고 싶습니다. 아니, 믿어야 제가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쇼핑몰에서 신명을 다해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닮고 싶어서입니다.
돌 치우고, 돈벌이 하는 인부가 아니라, 교회를 짓고 있는 인부이고 싶어서이고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을 한 어린구름이고 싶어서이기도 하죠.
이렇게 되기 위해 구겨지고 짓밟혀도 변함없는 가치를 가진 20달러 지폐처럼 굳건해야겠죠.
그래서 파울로 코엘료의 기도를 저도 해봅니다.

주여, 우리의 의심을 지켜주소서. 의심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의심은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의 문제에 대한 많은 답들과 두려움 없이 마주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p. 159)


뱀발 : 파울로코엘료는 '신에게 이르는 길은 오직 하나다.'라는 것을 근거 없는 믿음이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하죠. 과연 한국의 개신교에게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이단일 뿐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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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듯 한 표지그림과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저로서는 좀체 정리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첫째는, 마음에 와 닿는 기사들이 있고,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고요,
소설이 아니라 도덕책처럼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노골적으로 얘기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감도 들고 그러네요.

둘째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려는 삶을 응원하는 것도 좋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표지를 잘 살피라는 얘기들이 좋았습니다. 반면에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팝콘장수의 삶이나 크리스털 상인의 익숙함에 대한 안락을 너무도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에는 동감하기 힘들더군요. 아마도 저 자신과 너무도 닮아있는 그들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이든지 두 번 읽기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두 번 읽은 후에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좋은 이유는 저도 꿈을 자주 꾸게 되어서이지요.
비록 '꿈은 이루어진다'는 그 꿈도 아니고 '비전'도 아닌 유치찬란한 꿈들이지만 기분 좋은 꿈을 자주 꾸게 되더군요.

제 얘기는 여기서 접고, 등장인물 위주로 책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 1 양

'양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전혀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와 함께 있는 걸 테고.'
양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자신들의 양치기가 안달루시아의 맛있는 목초지들을 많이 알고 있다면 양들은 언제까지나 그의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
(p. 25)


# 2 산티아고 - 아브라함과 같이 아비 집을 떠나다


산티아고는 열여섯 살 때까지 신학교를 다녔다. 그의 부모는 그가 신부가 되어 단지 먹을 것과 물을 얻기 위해 일하는 생활을 벗어나 보잘것없는 시골 집안의 자랑이 되어 주기를 바랐다. 그는 라틴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신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것은 신이나 인류의 죄악에 대해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 같았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다니러 왔다가 그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신부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저는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습니다."

<중략>

"그 사람들은 돈이 가득 든 주머니를 가지고 여행을 다닌단다.
하지만 우리 중에 떠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양치기밖에 없어."

"그렇다면 전 양치기가 되겠어요."   (p. 27~28)


이렇게 양치기가 된 산티아고는 두 번 연이어 꾼 보물 꿈, 그리고 집시의 해몽과 우연히 만나게 된 왕인지 사이코인지 알 수 없는 멜기세덱의 조언을 듣고 양들을 처분하고 피라미드를 향한 여행을 떠납니다.


# 3 팝콘장수

조연이라 대사 한 마디 없습니다.
멜기세덱 왕과 산티아고의 대화 속에 그의 인생은 까발려집니다.
사실 여부를 전혀 알 수 없음에도 그는 아래처럼 멋대로 해석됩니다.
이 부분에선 좀 동감하기 힘들더라고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표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자아의 신화'를 향해 변화하고 모험하는 삶은 물론 멋집니다, 그러나 '마음의 소리', 나 '자아의 신화' 역시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팝콘 장수를 '자아의 신화'로부터 도망친 사람으로 몰기에는 너무 가혹한 평이라 생각합니다.


"자네는 무엇 때문에 양을 치나?"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서요."

그러자 노인은 광장 한 구석, 빨간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팝콘 장수를 가리켰다.

"저 사람도 어릴 때 떠돌아다니기를 소망했지. 하지만 팝콘 손수레를 하나 사서
몇 년 동안은 돈을 버는 게 좋겠다고 결심한 모양이야. 좀 더 나이가 들면 한 달 정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겠지. 어리석게도 사람에게는 꿈꾸는 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알지 못한 거야."

"저 사람은 차라리 양치기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했어요."

산티아고가 소리 높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 사람도 그 생각을 했었다네. 하지만 팝콘 장수가 양치기보다는 남보기 근사하다고
생각한 거지. 양치기들은 별을 보며 자야 하지만, 팝콘 장수는 자기 집 지붕아래 잠들 수 있잖아. 또 사람들도 딸을 양치기보다는 팝콘 장수와 결혼시키려 하지."

<중략>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p. 48)


# 4 도둑

멜기세덱 왕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했습니다만, 이 도둑은 2시간 거리를 1년으로 연장시킨 장본인입니다. 그 결과 크리스털 상인과의 1 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게 되지만요.

"마크툽" 입니다.

# 5 크리스털 상인

꿈에 대한 동경으로 삶의 원동력 삼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 삶의 이유를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면서 꿈을 이루지 않는 사람으로
그에게 꿈은 동경의 대상일 뿐, 성취의 대상은 아닙니다. - 나랑 똑같군 ......


"그런데 아저씨는 왜 지금이라도 메카에 가지 않는 거죠?"
산티아고가 물었다.

"왜냐하면 내 삶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메카이기 때문이지. 이 모든 똑같은 나날들. 진열대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는 저 크리스털 그릇들. 그리고 초라한 식당에서 먹는 점심과 저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바로 메카에서 나온다네.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자네는 양이나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걸 실현하길 원하지. 그런 점에서 자넨 나와 달라.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벌써 수천 번 사막을 가로질러 성스러운 반석이 있는 광장에 도착하고 , 율법에 따라 그 바위를 만지기 전에 광장을 일곱 바퀴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눈앞에 그려보았지.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p. 94)


그리고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익숙함에 길들여져 변화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 속의 낙타몰이꾼이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건강, 생명, 가족, 등 가진 것을 잃는 두려움" 에 대해서 말이죠

자신이 가진 것이 점점 작아지고, 적어지고, 늙어가고, 엷어지고 있을 때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세상은 말합니다.
그러나,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소박한 일상에서 지금 갖고 있는 행복마저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또 다른 금언과는 모순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선택은 어렵습니다. 목자가 있는 양들이 아닌 다음에야 선택을 해야 하지만요.

여기서도 "마크툽"을 외치는 수밖에요.


"난 삼십 년 동안 이 가게를 운영해왔네. 어떤 크리스털이 좋고 어떤 크리스털이 나쁜지, 어디에 쓰면 좋은지 모든 것을 자세히 알고 있지. 나는 내 가게와 그 규모, 그리고 손님들에게 익숙해져있어. 자네가 그리스털잔에 차를 담아 팔면 가게 일은 더 잘 될 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난 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해."

"좋은 일 아닌가요?"

산티아고가 물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내 삶에 무척 익숙해져 있네. 자네가 오기 전에 나는 내 친구들이 파산도 하고 가게를 키우기도 하며 변화하는 동안 그저 같은 장소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항상 우울했지. 그러나 지금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지금의 이 가게가 내가 바라던 꼭 그만큼의 가게라는 걸 알게 된 거지. 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달라지고 싶지도 않네. 난 지금 이대로의 내 상황이 만족스러워."   (p. 98)


# 6 영국인 연금술사 지망생 - 한 번 해보라니까!

납을 금으로 변하게 하는 연금술을 배우기 위해 사막의 연금술사를 찾아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연금술에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해 왔으면서도, 정작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이죠.


"그는 첫별이 뜰 때 나타났지. 이제껏 당신을 찾아다녔노라고 말했지. 그러자 그가 납을 금으로 변하게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더군.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게 바로 그거라고 대답했지. 그랬더니, 직접 한번 해보라는 거야. 그게 다였어."

<중략>

"이것이 작업의 첫 번째 단계야. 불순물이 섞인 유황을 분리해내야 하지.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 보려던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이미 십 년 전에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난 이 일을 위해 이십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 (p. 161, 166)


# 7 사막의 연금술사 - 산티아고의 멘토

산티아고가 마음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산티아고가 눈 앞에 보이는 '표지'들을 더 잘 살필 수 있도록,
그래서 산티아고의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 입니다.

'마음의 소리'에 대해 이런 멋진 말을 합니다.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바로 그걸세.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세. 그대가 마침내 얻어낸 모든 것들을 한낱 꿈과 맞바꾸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중략>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p.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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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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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이 있어도 책을 읽기가 버겁네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해서 책장에서 집어든 이 책도 그렇습니다.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등장인물들이 영화처럼 멋지게 살지 않습니까?
저 같은 범생이(?)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친구의 친구 얘기 마냥 멋지지만, 멀게만 들립니다.
영화처럼 멋지지만, 그렇게 살라고들 하면 모두 고개를 돌려버릴 낭만이지 싶습니다.
고교시절 좋아했던 문학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그리워하던 낭만 말이죠.

90년대 학번으로, 80년대 학번 선배들의 전설적 낭만과 대학생활을 답습하면서 생활했던 것에 대한 쓴웃음만 지어집니다. 피해망상에 찌든 사람들만 외치는 단어인지 몰라도 '끼인 세대'라고 느끼면서 말이죠.

글 속의 유준처럼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도 찾고 또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일단 '늪'이라도 만났으면 싶은 오늘입니다.

그저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적어보고 쓴 것도 없는 글을 마치려 합니다.


거기 나오잖아.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맑고 흐린 세상풍파를 다 받아들이는 거야.

준이는 여태까지의 대화가 못 참겠다는 듯이 툭 잘라버렸다.
넌 왜 쑥스럽게 만나기만 하면 책 읽은 얘기만 하는 거냐?

뭐가 쑥스러운데?

네가 지금 행동하고 살고 그런 거 중심으로 얘기하면 안 되니?

지금 생활이 싫으니까.

우리는 그런 식으로 대화가 끊긴 뒤에는 그냥 말없이 걷거나 음악을 건성으로 귓전으로 흘리면서 앉아 있거나 했다.(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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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전반적 내용

가늘고 긴 섬광과 함께 찾아온 재난.
세상의 모든 것이 불 타 버렸고, 하늘에선 눈처럼 재가 내린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당장에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을 찾기가 힘든 상황.
무엇보다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무서워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 닥칩니다.


열렬하게 신을 말하던 사람들이 이 길에는 이제 없다.
그들은 사라졌고 나는 남았다. 그들은 사라지면서 세계도 가져갔다.
질문 :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달의 어둠. 이제 밤은 약간 덜 검을 뿐이다.
낮이면 추방당한 태양은 등불을 들고 슬퍼하는 어머니처럼 지구 주위를 돈다.

반쯤 산 제물로 바쳐져 옷에서 연기를 피우며 새벽 보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자살에 실패한 종파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도우러 오겠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산마루에 불이 붙었으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성가를 읊조렸다. 살해당하는 사람들의 비명.
낮이면 길을 따라 말뚝에 박혀 죽은 자들. 이들이 무슨 짓을 했을까? 세상의 역사에는 죄보다 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자는 거기에서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p. 40)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그 남자의 아내는 자살을 택합니다.
남자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들인 '소년' 뿐.


남자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이가 자신의 근거라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저 아이가 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신은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 거야.
(p. 9)


그리고 남자와 소년은 오로지 살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길을 걷습니다.
약탈과 살인은 물론이고 사람을 먹기까지 하는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을 피하고, 위협하고, 때론 죽이면서 말입니다.


2. 그냥 드는 의문들

남자의 소년은 재앙의 시작 즈음에 태어납니다.
남자가 가진 사람 사는 세상의 추억들은 알지 못합니다.

이스마엘 베아가 쓴 <집으로 가는 길>의 소년들은 사람 사는 추억을 갖고 있음에도,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짐승의 길을 걷습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소년'은 사람의 추억이 없음에도 동정과 연민을 갖고 남자에게 칭얼대기 일쑤입니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 싶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남자'가 '소년'을 사람답게 키우고
있구나 하는 말로 변명이 될까요?


3. <드래곤 헤드>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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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헤드 영화> -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만화가 있네요.
바로 <드래곤 헤드> 랍니다. 꽤 오래 전에 봤기에 이 책보다 먼저 나왔을 겁니다.

이 만화의 시작도 비슷합니다.
원인도 알지 못하는 재앙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생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읽을 당시에는 완결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10권으로 완결도 되고 영화도 나왔다니, 만화책을 한 번 봐야겠습니다.

제가 이 책 <로드>를 읽는 내내 <드래곤 헤드>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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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리진을 읽고-나에게 비극은 무슨 의미일까


언제인가 헐리우드의 영화를 비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비난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미국식 영웅주의로 무장한 유치한 영화이다.
둘째, 여자와 어린아이는 죽지 않는다.
셋째, 항상 해피엔딩이다.
오래된 기사이기에 제대로 기억하는지도 가물하지만, 대체로 위와 같은 이유였습니다.

비극에는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키는 무언가가 있다고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것도 같습니다만.

이제는 저도 비극보다는 행복한 결말을 보기를 원합니다.
마음이 변덕스런 저는, 작은 일에도 쉬이 감정이 변하기 때문에 더 그러합니다.
요즘 신나는 일이 별반 없기에 그러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밝고, 가볍고, 위트넘치고, 희망에 찬 것들을 보려 합니다.
이상하게도 신경숙 작가의 글은 그렇지 않아도 읽게 됩니다.

<리진>을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하실 겁니다.
마음 한켠이 아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도 치밀어 오르고 말이죠.
결국 무거운 맘으로 담배를 한 대 빼어 뭅니다.

제가 왜 신경숙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전의 독서노트를 버렸던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글 중에 <직지>이야기가 반가웠습니다.
아래에 청주에 있는 고인쇄 박물관 홈페이지를 링크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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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는 고인쇄 박물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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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서도, 뭐라 글을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제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둠으로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합니다.

1권

<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빛나는 영혼을 가졌는지 상상도 못할 거요. >

< 이름을 통해야 우리는 비로소 그 존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왕이 그녀에게 내린 이름을 그는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불렀다. 춤을 출 때는 서여령으로, 자수를 놓을 때는 서나인으로, 소아에게는 진진으로, 강연에게는 은방울로 불리었던 그녀는 이제 리진이었다. >

<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그 이름의 느낌이 생기는 게다.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면 은혜의 마음이 일어나도록 아름답게 살라." >

< 배 밭 근처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 적에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던 노릇이었다.
바느질을 해 주고 얻은 배를 긁어주며 어머니가 맛있느냐? 물으면 진이는 입이 미어져 대답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눈 앞에 왕비 뿐인데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내전을 두리번거리던 어린 진이의 눈동자에 설핏 물기가 어렸다. >

< 선교사님이 좋으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힘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게야. 너는 부자다 마음속에 선교사님이 있지 않니.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거든. >


 블랑 선교사의 선문답이 너무나 우습다.
꼭 우리나라 사극에 나오는 스님들의 말투라 그런가 보다.
정겹고 좋기만 하고, 그래도 또 웃음이 난다

2권

< 리진은 선 채로 '레 미제라블'의 아무 장이나 펼치고 물결치는 듯한 프랑스어를 들여다보았다. 하룻밤 편히 쉴 수 있도록 잠자리를 마련해준 밀리에르 신부의 집에서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치다가 들켜 끌려가는 장면이었다. 밀리에르 신부의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이 없었다면 장발장은 어찌 되었을까? 리진은 빙긋이 웃었다. 책을 읽는 일의 즐거움은, 어찌 되었을까? 를 상상하는 데 있었다. >

< 리진은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서 방금 전까지 쓴 내용을 쭉 읽어보았다. 마르세유에서 파리 리옹 역까지 기차를 탔을때 철마의 그 빠른 속도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 리진은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깃털 펜에 잉크를 찍었다. >

< 뱅상과 같은 파리의 젊은이들에게 평생 직장이라는 느낌을 주며 최고의 일터로 동경의 눈길을 받는 봉마르셰 백화점에 대해 조선의 왕비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에 잠겨 있던 리진은 편지쓰기의 무력함이 느껴저 깃털 펜을 여태 썼던 편지 위에 내려놓았다. >

< 법국에선 어떤 때에 가장 외로웠느냐? 제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때였습니다. 그래, 네가 누구 같더냐? 모르겠습니다. 먼지 같고 풀 같고 구름 같고..... 종내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왕비의 목소리가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리진은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다. 어느새 왕비가 잠이 들어 있었다. >
책을 읽는 중에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한민족으로 외국생활을 하면서 정체성 고민을 한다는 점이 같아서 그랬나 봅니다.
그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올리려 합니다.
꽤 재미있는 책인지라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http://lawcher.tistory.com2008-01-21T14:27:340.3610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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