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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전반적 내용

가늘고 긴 섬광과 함께 찾아온 재난.
세상의 모든 것이 불 타 버렸고, 하늘에선 눈처럼 재가 내린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당장에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을 찾기가 힘든 상황.
무엇보다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무서워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 닥칩니다.


열렬하게 신을 말하던 사람들이 이 길에는 이제 없다.
그들은 사라졌고 나는 남았다. 그들은 사라지면서 세계도 가져갔다.
질문 :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달의 어둠. 이제 밤은 약간 덜 검을 뿐이다.
낮이면 추방당한 태양은 등불을 들고 슬퍼하는 어머니처럼 지구 주위를 돈다.

반쯤 산 제물로 바쳐져 옷에서 연기를 피우며 새벽 보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자살에 실패한 종파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도우러 오겠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산마루에 불이 붙었으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성가를 읊조렸다. 살해당하는 사람들의 비명.
낮이면 길을 따라 말뚝에 박혀 죽은 자들. 이들이 무슨 짓을 했을까? 세상의 역사에는 죄보다 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자는 거기에서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p. 40)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그 남자의 아내는 자살을 택합니다.
남자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들인 '소년' 뿐.


남자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이가 자신의 근거라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저 아이가 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신은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 거야.
(p. 9)


그리고 남자와 소년은 오로지 살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길을 걷습니다.
약탈과 살인은 물론이고 사람을 먹기까지 하는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을 피하고, 위협하고, 때론 죽이면서 말입니다.


2. 그냥 드는 의문들

남자의 소년은 재앙의 시작 즈음에 태어납니다.
남자가 가진 사람 사는 세상의 추억들은 알지 못합니다.

이스마엘 베아가 쓴 <집으로 가는 길>의 소년들은 사람 사는 추억을 갖고 있음에도,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짐승의 길을 걷습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소년'은 사람의 추억이 없음에도 동정과 연민을 갖고 남자에게 칭얼대기 일쑤입니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 싶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남자'가 '소년'을 사람답게 키우고
있구나 하는 말로 변명이 될까요?


3. <드래곤 헤드>를 추천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래곤 헤드 영화> -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만화가 있네요.
바로 <드래곤 헤드> 랍니다. 꽤 오래 전에 봤기에 이 책보다 먼저 나왔을 겁니다.

이 만화의 시작도 비슷합니다.
원인도 알지 못하는 재앙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생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읽을 당시에는 완결이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10권으로 완결도 되고 영화도 나왔다니, 만화책을 한 번 봐야겠습니다.

제가 이 책 <로드>를 읽는 내내 <드래곤 헤드>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을 뿐이니까요.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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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노몰프 2009.01.01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드를 구입하긴 했는데 처음 몇페이지만 읽고 더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예요.

    드래곤헤드는 저도 참 인상적으로 본 만화입니다. 일본만화의 소재의 다양성이 참 부러웠더랬죠. 시종일관 무겁게 짓누르는 분위기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어요. 다시 한번 찬찬히 보고 싶네요.

    • 로처 2009.01.02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가워요 제노몰프님.

      드래곤헤드를 다 읽지 못했고, 지금은 기억하는 것도 거의 없지만 <로드>보다 그 만화 생각이 많이 나네요.

      블로그에서 더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에 대한 트랙백이 워낙 인상깊어서요 ^___^

  2. 제노몰프 2009.01.19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지난 주말에 다 읽고 몇 글자 끼적여봤네요. 사실 끝까지 읽기가 수월하진 않았어요. 행동 하나하나, 인물의 주변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세세한데 그렇기에 더욱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구요. 제가 디테일엔 약하고 생략에 더 익숙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울림이 있네요. 절망도 아니고 희망도 아닌 그 엔딩이 계속 생각납니다. 묘한 책이에요.

    • 로처 2009.01.19 16: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그저 영화 보듯 읽었네요.
      제노몰프님처럼 묘사의 세심함을 볼줄 아는 눈은 없고요. 제가 너무 대강대강 읽은 것인가 싶어서 부끄러웠는데요.
      이런 용감한 무식도 아직은 저만의 방식이라 속편하게 생각하려고요. ^__________^

      나중에는 제노몰프님처럼 묘사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겠죠.

      어렵게 읽으신만큼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괜히 저까지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