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에 해당되는 글 2건


# 1. 읽기 전에

<키노 님의 블로그>에서 처음 만난 책입니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냉큼 빌려왔지요. 그런데 읽기 전에 <초록 불 님의 리뷰>를 보고 겁에 질렸어요.

분명 <초록 불>님은 누군가를 겁주거나 윽박지르려고 쓰신 것은 아닐 텐데.
초록불님이 답을 알려주신 퀴즈들이 하나같이 어려웠기에 저의 문학 소양 없음을 탓하며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그 어떤 책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죠.

무거운 맘으로 읽는데, 책의 처음에 '소개의 말'에 인용되는 만화로부터 읽을 힘을 얻었어요.

[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작은 언덕에 세 아이들이 서 있다.
루시가 말한다.

"저 구름들 참 아름답지 않니? 꼭 엄청나게 큰 솜 덩어리 같아."

다음 칸에서 루시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 종일 여기 누워서 구름이 떠가는 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 칸에서 루시가 덧붙인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구름 속에 얼마나 많은 모습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지. 너한테는 뭐가 보이니, 라이너스?"

그러자 라이너스가 대답한다.
"글쎄, 저기 있는 구름들은 꼭 카리브 해에 있는 영국령 온두라스의 지도 같은 걸.
저기 모자 구름은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였던 토머스 이킨즈의 옆모습을 닮았어. 그리고 저쪽 구름들을 보니 돌 맞는 스데반이 떠오르고, 저기 옆에 바울이 서 있는 게 보여."

그러자 루시가 말한다.
"어, 그러니까..... 아주 좋아. 너는 뭐가 보이니, 찰리 브라운?"

그러자 운 나쁜 찰리가 대답한다.
"그게 말이야, 오리새끼와 망아지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다른 걸 생각해야겠어!"
(P. 21, 22) ]


문학 소양이 부족한 건 부끄러워하든 말든, 인정하면 그만인데요.
지레 겁에 질려 식은 땀 흘리면서 책을 무서워하는 저를 보고 웃었어요.
이제 그만 좀 움츠러들었으면 합니다.

갓난아기는 '모성애'를 설명하지 못해도 엄마 젖을 뭅니다.
아이처럼 두려움이나 비교에서 오는 열패감 말고, 호기심과 충실한 즐거움으로 배우며 살고 싶습니다.


# 2. 책 얘기

이 책은 만화 <Peanuts>를 보여주고, 32인의 작가가 스누피에게 해주는 말로 이루어집니다. 글쓰기에 대해 각자 자신의 경험이나 소신 또는 하고 싶은 말을 짧게 들려줍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짧아서 아쉽다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 보다는 간결해서, 따뜻해서, 쉬워서 좋았습니다.

비교하자면 속담이나 격언을 읽는 것처럼 좋았습니다.
짧은 글을 읽고나면,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이 많습니다.
그것이 상황이나 개인에 따라 진리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죠.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이미 성공한 작가들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참 쉬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25편의 단편을 써보면 작가로서의 눈이 트일 것만 같아서(p. 128) 우쭐해지는 기분이 드는 점이 좋네요.

대화에 녹여내라(p. 46),
작가가 되기 위해서 황소와 싸울 필요는 없다 (p. 61)
절름발이도 탭댄스를 출 수 있다 (p. 84)
퇴짜 맞지 않은 베스트셀러 작가는 없다 (p. 176)
등 기억하고 싶은 조언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대화에 녹여내라>의 일부를 인용함으로 리뷰를 마치려합니다.


[ <대화에 녹여내라 - 클리브 커슬러(Clive Cussleer)>

스누피야! 타자기 앞에 앉아서 이렇게 해봐. 이렇게 중얼거리는 거야.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이야기는 항상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서 시작하는 거야.

회교 사원인 모스크에 돼지를 풀어놓으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멕시코라는 이름을 슈바르츠라고 바꾸기로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흑인들을 아프리카에서 온 미국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백인들을 유럽에서 온 미국인이라고 부른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다음에, 도대체 왜 그렇게 한다는 거지, 라는 의문이 따라오겠지, 그 이유를 반드시 알아내야 해. 그렇게 해서 도입부가 생긴다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수 있어. (p. 46) ]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제노몰프 2009.03.03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황을 던져주고 글쓰기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제가 틈틈이 읽고 있는 <글쓰기만보>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주어진 소재가 있는 글들, 이를테면 블로그에 쓰는 서평이나 영화감상글같은 것이 훨씬 쉬울 텐데도 요즘 어려움을 느낍니다. 아마도 솔직한 심정을 유려한 문장에 담아내려는 욕심일텐데요 이둘이 사실은 잘 맞지 않는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솔직해보이지도 않고 좋은 문장도 나오기 힘든 것이겠죠.

    그래도 이런저런 글쓰기 책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종종 써봅니다. 언젠간 비교적 이상적인 글들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말이죠.^^

    • 로처 2009.03.04 1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쓰기만보>는 읽겠다고 찜해둔지가 오래되었는데도.
      전 여전히 손도 대지 않고 있네요.
      곧 제노몰프님의 리뷰 보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제노몰프님의 글은 이미 저라는 독자 한 명을 두고 있답니다. ^_____^

  2. 키노 2009.03.06 0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인용을 잘 하시는 로처 님의 서평이 참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말 좋은 부분을 잘 정리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덕분에 초록불 님 블로그도 알게 됐습니다. 감사~!

    • 로처 2009.03.06 1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인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데, 칭찬해 주시니 감사해요. 초록불님 블로그도 좋고, 이 전 글에 소개한 프랭키님 블로그도 강추합니다.

  3. 밤의추억(Nightmemory) 2009.03.08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 하려면 며칠을 끙끙 거리는 저같은 사람이 한번 꼭 읽어봐야 할만한 책인것 같습니다. <글쓰기만보>도 읽어봐야겠네요. 정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졸작이지만 하루에도 두 세개씩 글을 쓰다가 글쓰기가 어렵고 두렵게 느껴지면서 이제는 한달에 하나의 포스팅도 못하는 글쓰기 공포증에 걸린 저에겐 딱 좋은 책인것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글쓰기 공포증에서 벗어나길 기대하며 밤의추억 이만 물러갑니다. ^^

    • 로처 2009.03.10 1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끙끙거리시는만큼 좋은 글 쓰실 겁니다.

      이 책에 있는 작가들의 충고중에 계속 쓰라는 말이 중복되어서 나와요. 맘에 들지 않아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요즘은 생각만 ㅡ.ㅡ;;

      이 책 재미있어요 추천합니다. 도서관에도 있어요.

남들은 다 이해하는 스릴러의 스토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이해력과 지금 마음에 여유가 없음의 이유와 그리고 중요한 단어에 밑줄 긋고 암기하는 수준인 천박한 역사공부의 습관을 이유로 이 책 역시 소화해내지 못한 채로 이렇게 글을 끼적입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 때에는 소화해낼 수 있을지, 어떤 글을 끄적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요.
두 가지 단상만 적어보려고요.

# 1 나를 위한 노래는

책 속에서 정주댁, 송노인, 여옥이는 노래를 부릅니다.
정주댁과 송노인은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면서 노래를 하기도 하죠.

책 속에서 알 수 없는 혁명에 대한 노래나, 알 수 없음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혁명가를 부르는 사람들처럼 저의 주위에는 저의 생활에 대한 노래는 찾기 어렵네요.
기성복처럼 맞지 않는 사령타령 위주의 가요들이나 찬송가 민중가요 중에서 그럭저럭 맞는 노래들을 부르는수 밖에요.
전문가나 프로가 아니면 시도조차 저어하는 금기는 저 스스로 만들어놓고도 깨기가 힘드네요.

마부도 뒷주머니에 시집을 꽂고 다닌다는 문학 선생님의 유토피아와
일용노동자도 법전을 뒤적이며 스스로 소송을 감당해 내는 은사님의 유토피아처럼
나와 친구들이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춤추며 사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일부입니다.

여옥이가 스스로를 잘 알고, 표현하고, 노래하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마냥 부럽고도 사랑스럽습니다.


# 2 마지막 장면은 아쉽네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고 싶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 어울리지 않는 희망을 갖다 붙여놓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갑작스러운 화해나 희망보다는 미완의 마무리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네요.

희망이 있는 마무리라면 김해연과 여옥이가 바다로 떠나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이게 더 어색한가요?

아무튼 김연수 작가의 책을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기대가 되네요.

뱀발 : 이 정도 밖에 끼적이지 못함에 크게 아쉬워하면서 도움을 받은 글들을 링크합니다.

Hendrix 님의 블로그
http://flyinghendrix.tistory.com/164

승주나무님의 블로그 http://jagong.sisain.co.kr/344


Posted by 로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reenbea 2009.01.13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고 갑니다 ^^

    • 로처 2009.01.13 1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리할 수 없는 책을 읽고 끼적인 글인데,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김연수 작가의 책은 왜 이리 어려운지요.

  2. Greenbea 2009.01.13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은근히 어렵더군요::
    읽다가 포기한 책도 좀 있구요:::

    • 로처 2009.01.13 1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감이에요.

      회상이 꼬리를 무는 전개방식도 어려움에 한 몫 하지

      않나 싶어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최근에 읽었는데요.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뭐라 할 말이 없더라고요.

      다른 책 한 번 더 읽어보고 생각 좀 해봐야겠어요

  3. Greenbea 2009.01.15 2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ㅋㅋ 전 그 책 앞에 몇 장 넘기다 포기했어요 ㅠㅠ

    그래도. 나중에 다시 읽어 봐야겠네요 ㅎ

  4. 톰보이 2009.01.30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어요. 장마다 되돌아가 읽기를 반복하면서. 혹시 내가 행간을 놓치고 있나 뭐 그런 걱정이 있더군요.
    읽으면서 얼마나 맘이 아프고 쓰리던지요. 책을 덮고 나서도 먹먹하고 복잡한 생각이 엉켜서 제대로 메모할 수가 없네요. 다시 읽게되면 포스팅 할 수 있을까요?

    나라없는 이들은 결국 경계인일뿐이라는 말들이 많이 쓰렸어요. 그런데 책을 덮고 돌아서 뉴스를 보자니 '막장'으로 가고 있는 이땅의 일들이 더 끔찍한것도 같아요.

    • 로처 2009.01.31 1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서인지 몰라도 <네가 누구든....>은 포스팅 영구보류입니다. ㅎㅎㅎ

      잠시 생각해보면 막장이 아니던 정권이 있었나싶기도 하네요. 예전에 친구의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그림인데요.

      그래서 그들보다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톰보이님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맘껏 좋아하시는 것처럼요

  5. Greenbea 2009.06.06 14: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들렀다 갑니다.
    링크해 놓으신 헨드릭스 님과 승주나무 님의 블로그를 이제서야 가 봤네요.
    로처님을 포함해서. 다들,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 로처 2009.06.21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블로그 방치상태라 인사가 늦었어요 죄송해요 ^_^;

      저도 요즘은 방문을 못 했지만요, 핸드릭스님과 승주나무님 블로그 글들 참 좋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조만간 들러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