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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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 김훈문학, 소설, 등 2009. 10. 30. 22:44
공무도하 - 김훈 1. 관계, 사연 그리고 사람 문정수는 기자입니다. 많은 사건이나 사고를 경험합니다. 취재를 하며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수록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을수록 그들의 사연을 알아갑니다. 사람을 닮은 사연들은 각자의 색을 갖고 명멸합니다. 간척되어 마르는 해망지역 못의 물고기처럼 살아 꿈틀거리고 모두가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그 사연들을 묻어야 합니다. 신문이 브리태니커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하니까요. 기사가 되는 것은 사연을 배제한 무채색의 사실들 입니다. 이런 무채색의 사연들은 일기예보 보다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짧은 탄식이나 동정의 대상이 될 뿐이죠. 임금님 귀의 비밀을 알아버린 사람의 심정으로 문정수는 체한 듯 걸려있는 사연들을 노목희에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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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김훈문학, 소설, 등 2008. 8. 22. 10:00
잘 살아 보세 - 민들레처럼 이것이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 아닐까 합니다. 삼전도의 굴욕도 있고, 주전과 주화의 말(言) 먼지도 있고, 서날쇠의 지혜로움과 나루의 생명력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책의 주제를 "잘 살아 보세"로 이해했습니다. 인조 14년(1636년 12월) 말(言) 먼지가 일고, 군량과 더불어 시간이 말라가는 곳, 그 곳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남한산성에 임금이 있고, 체찰사로서 난국의 해결을 시간에 맡기는 영의정 김류가 있고, 의로움과 충성심으로 주전을 말하는 예판 김상헌이 있고, 매국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임금이 살길은 화친이라 하는 이판 최명길이 있습니다. 주화파 이판 최명길을 목 베라는 주청을 올리면서, 강력히 주전을 외치다가 뒷구멍으로 달아나는 당하들도 있고, 자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