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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이제석 - 이제석

[ 나는 내 나라에서는 새는 바가지였다. 대학을 수석 졸업했는데도 오라는 회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광고쟁이가 광고만 잘하면 되지 왜 토익 성적이 필요하고, 왜 명문대 간판이 필요한 걸까? 창의력을 이런 잣대로 잴 수 있는가? ...<중략> 하지만 나는 내 나라 밖에서는 새는 바가지가 아니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


책의 앞날개에 써 있는 '루저' 발언과 마찬가지로 프롤로그에 있는 '난 새는 바가지였다.'는 고백에는 지금의 성공과 뚜렷한 소신에서 오는 당당함이 묻어 있습니다.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저는 이런 반골(?)들이 좋습니다.
어려서부터 주목 받아온 엘리트 보다 잡풀처럼 억세게 자란 인물들에게 호감이 갑니다. 예를 들면 대학진학이나 프로입단이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우뚝 선 박지성 선수와 같은 인물이 제게는 영웅입니다.

이 책은 당당한 '나는 잡풀이로소이다.'는 고백과 함께 저만의 소영웅들이 겪는 고난과 시련의 극복으로 시작합니다. 계명대를 수석졸업 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동네 간판쟁이로 살다가 어떤 계기로 유학을 결심하게 됐는지 뉴욕행 편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곳에서는 어떻게 지냈는지, 등 말이죠.
그리고 각종 수상경력과 광고회사에서의 경력, 등의 성공스토리로 이어집니다.

마무리는요?
아이디어는 빈약한 채 물량을 통한 반복 세뇌만 성행하는 광고, 돈지랄로 느껴지는 광고에 반성적 회의를 하기 시작해서 공익광고로 눈을 돌린다거나, 광고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고 먼저 제작한 광고를 파는 방식의 광고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잡풀영웅의 책인데다가, 기발한 광고 사진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아래의 내용입니다.

[ 6개월이 되자 5명만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빡세게 트레이닝 되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트레이닝이기도 했다. 이렇게 살아남은 후배들은 국제광고 공모전에서 1등도 하고 뉴욕, 런던, 도쿄의 광고회사에서 자리도 잡았다. 내가 졸업한 이후에도 학과의 상위 5퍼센트를 차지한 것도 이들이었다.

이들은 이제석 광고연구소와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든 서로 뜻만 맞으면 힘을 합쳐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동료가 되었다.
 p. 206 동아리 모집 ]


저 정도 실력과 유명세로도 맘과 뜻을 모아서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할 사람을 얻는 것이 저 정도로 힘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 역시 준비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우선 나중에라도 함께 할 사람들과 모으게 될 뜻을 세우는 것이 먼저 일지도 모르지만요.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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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 보세
  - 민들레처럼


이것이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 아닐까 합니다.
삼전도의 굴욕도 있고, 주전과 주화의 말(言) 먼지도 있고, 서날쇠의 지혜로움과 나루의 생명력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책의 주제를 "잘 살아 보세"로 이해했습니다.



인조 14년(1636년 12월)
말(言) 먼지가 일고, 군량과 더불어 시간이 말라가는 곳,
그 곳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남한산성에 임금이 있고,
체찰사로서 난국의 해결을 시간에 맡기는 영의정 김류가 있고,
의로움과 충성심으로 주전을 말하는 예판 김상헌이 있고,
매국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임금이 살길은 화친이라 하는 이판 최명길이 있습니다.

주화파 이판 최명길을 목 베라는 주청을 올리면서, 강력히 주전을 외치다가 뒷구멍으로 달아나는 당하들도 있고, 자신들의 목숨으로 임금의 목숨을 살리는 당하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특하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서날쇠와 나루가 있죠.

모두가 나라를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충성으로 죽은 자도, 살아남은 자들도 말이죠
반만년의 역사동안 많은 외침과 내란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이름 아래 한글을 쓰면서 살 수 있게 해준 선조들입니다.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피난 가는 고려의 왕도,
도성을 버리고 몽진을 떠나는 임진년의 선조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건너고 있음에도 한강다리를 폭파시킨 정부도,
그리고 모질게 살아온 이름 없는 국민들도,
살아있어 우리가 있는 것일 테죠.

부끄러운 역사도 있고, 치욕적인 삶도 있었겠지만,
살아있어, 오늘이 있는 것일 테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논의해야 할 것은 말 먼지를 일으키더라도,
민들레처럼 살아가야겠습니다.
보다 즐겁게 말이죠.

끝으로 최명길의 말을 인용함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 온조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최명길의 이마가 차가운 돗자리에 닿았다. 왕조가 쓰러지고 세상이 무너져도 삶은 영원하고, 삶의 영원성만이 치욕을 덮어서 위로할수 있는 것이라고, 최명길은 차가운 땅에 이마를 대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치욕이 기다리는 넓은 세상을 향해 성문을 열고 나가야 할 것이었다. 최명길은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p. 236)


PS. 참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청나라 칸이 쓴 편지에 대해, 인조가 네 명의 신하에게 답서를 쓸 것을 명합니다.
내용인 즉, 청군이 그대로 돌아가 달라는 것입니다.

최명길은 화친을 주장해 오던 터라 문제가 없었지만,
나머지 세 신하는 만고의 역적 불명예와 어명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정육품 수찬은 몸이 아파 쓸수 없다는 글을 씁니다.
결과는 피똥싸게 장을 맞아 쓸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정오품 교리는 고민 고민 하다가 지병인 협심증이 도져 죽습니다.

정오품 정랑은 임금부터 주전파 주화파의 신하들은 물론이고, 군병들과 노복까지 모두가 살고자 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 길을 찾습니다.
바로 간택되지 않을 글을 지어서 바치는 것입니다.

남한산성과 고구려의 안시성은 비교할 수가 없을진대, 이 둘을 비교하는 글을 지어 바침으로 만고의 역적과 매국의 불명예와 임금의 어명 사이에서 죽을 위기를 면합니다.

여기에서도 교훈은 "잘 살아 보자" 인가 봅니다.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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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쉐아르 2008.09.29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살아 보세라는 주제로 남한산성을 풀어내셨네요. 저와는 정반대이십니다. 전 많이 답답했거든요. 제 서평에 그런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잘 지내시죠? ^^

    • 로처 2008.09.30 0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답함을 풀어놓으셨다는 서평 잘 읽었어요.
      작가의 문체를 따라 써 보신다는 시도도 재미있구요.

      나중에 또 찾아뵐께요

  2. okto 2009.01.28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소설의 주제가 '잘 살아보세'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과거에 어떤 과덕한 신하들이 있어 나라가 치욕을 겪었든 그 시련을 딛고 지금까지 이어져왔으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민심은 항상 나라를 향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가 민심을 져버렸을 경우에 말이죠. 민심을 헤아리는 것이야말로 애국심의 원천이고 난세의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 로처 2009.01.29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okto님 댓글을 읽고 뜬금없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이순재씨가 한 말이 생각이 나네요.

      "잘만하면 참 괜찮을 텐데."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요.
      배타적 민족감정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면, 과장되었건 왜곡되었건 우리나라만큼 애국심과 민족에 대한 충성으로 똘똘뭉친 시민들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윗사람들이 참 왠만큼만 하면 시민들은 참 많이 옹호해주고 따라주고 할텐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