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박상민과 정선배는 잡음 섞인 무전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외마디를 나눕니다.
"그 놈 중 되겠다고......"와 "도장 찍었어요." 하영교의 말대로 웃기는 화법입니다.
함께 먹고, 마시고, 잠자면서 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술기운 빌듯, 무전기 잡음에 섞어서 얘기를 합니다. 일상에서는 이것저것 눈치 볼 것도, 생각해야 할 것도 많지만 그것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의 힘을 빌어서 겨우 통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잡한 집안 내력만큼이나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두 형제.
하영교와 박상민 형제는 맘에 담고도 풀어두지 못했던 응어리들을 하나 둘 풀어냅니다. 치고받고, 악을 쓰고 욕도 합니다. 비박의 혹독함을 느끼는 신음소리와 상상,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맺힌 것이 풀립니다.
고독한 동굴을 네 아버지로 삼고
정적을 네 낙원으로 만들라
사고(思考)를 다스리는 사고가 기운찬 말이고
네 몸이 신들로 가득 찬 너의 사원이니
끊임없는 헌신이 너의 최선의 약이 되게 하라
- 밀라레파 - <p.331 중에서> ]
다시 현실로
책의 구절들 중에 맘에 드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응어리들이 다 풀렸는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촐라체를 넘었고, 다시 또 현실에서 시작입니다. 정선생과 박상민과 하영교는 무전기의 잡음 없이 얘기하기 힘든 일을 또 겪을지도 모르고, 묻고 싶은 것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응어리를 다시 키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문제는 제가 가진 응어리가 있다면 풀고,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도 하며, 존재의 나팔을 불어야죠. 아직 넘어야 할 정상이 무엇인지 푯대도 알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입니다만, 촐라체에 선 두 형제들처럼 정적 안에서 상황을 좀 단순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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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부분이 많이 있는 책이군요. 한 번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 저에게 있어 정적은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필명이 밤의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자주 밤을 맞이하며 살지만 그 때마다 그 밤은 저에게는 추억처럼 아련하면서도 제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밤 좋죠. 정적이 밤인 것도 좋습니다.
사회생활 하시면서 밤의 정적을 즐기시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건강하세요 밤의추억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