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를 추측해 본다

  

 

친구의 오래된 추천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하드보일드.....> 에 이어 이번이 겨우 세 번째 하루키 와의 만남이지만, 이 책을 통해 제가 느낀 하루키에 대해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아래에서 <> 는 이 소설 속의 ''를 가리킵니다.

참! 웹서핑 중에 좋은 글을 찾았습니다. 아래에 링크해 둡니다.

제제님 블로그 -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속 인물들의 패션
 

 

1. 나 좀 이해해줘, 난 달라

 

<>는 남들이 다 쉽게 하는 자기소개도 어려워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특별하고, 남들에게 이해 받기 힘든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하죠

물론, 자신은 평범하다고 겉으로는 말을 하지만 말입니다.

 

어떤 것이 <>의 속마음 일까요?

자신의 입으로 평범하다고 한 것이 사실일까요?

저는 자기소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죽 늘어놓는 것이

좀 이해해 달라고, 난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2. 하루키가 좋아하는 거리는?

 

사람이 사람을 사귐에 있어서 거리 또는 간격을 말함입니다.

저는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진 않더라도, 사귐에 거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혹은 그녀가 <>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양을 쫓는 모험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양 사나이> <>도 둘로 나누어 거리를 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는 사귐의 폭이 넓지 않음에도, 외로움을 많이 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사람을 밀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 는 사랑도 하고, 사랑도 받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긴 합니다.


그러나 아내와의 이별을 떠올리면서,

요구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거리를 두고 관조하기 보다는, 요구하고, 부딪치는 것이 사귐에도 사랑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친절은 습관일 뿐이라고 하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속 대령의 말도 덧붙여 생각해 봅니다.



3.
하루키
나를 잊지 마세요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관조적으로 생활하는 <>좋다 보다는 나쁘지 않아 라는 표현을 더 자주할 정도로 관조적으로 보입니다. 그와 동시에 <>는 잊혀질까, 묻힐까, 자기 안으로만 침잠할까 두려워합니다.

 

가엾고 우울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혹은 과거의 를 떠올리기도 하면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4.
하루키
일보전진, 그리고 속삭여! 소리치던지

 

하지만 아무튼, 무엇인가 지껄이기로 하자.

자신에 관해 무엇인가 지껄이는 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것이 우선 제 1 보인 것이다.

올바른 것인지 올바르지 못한 것인지는 나중에 다시 판단하면 된다.

나 자신이 판단해도 되고 다른 누군가가 판단해도 된다.

 

<어린왕자> 에서 여우에게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춘수 시인의 <>에서의 이름 과 같이

하루키에게 지껄이는 것 그리고 속삭이는 것이 같은 의미이기를 바란다.

 

 목소리가 나올까?

내 메시지가 현실의 공기를 잘 흔들 수 있을까?

몇 가지 문구를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명료한 것을 골랐다.

 

유미요시, 아침이야. 하고 나는 속삭였다.

 


6.
마무리


앞에서 말씀 드렸듯,

저는 겨우 세번째 하루키와의 만났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소감을 말씀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하루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싫어하실 글을 쓴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우울함과 상실감에 하루키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저도 점점 하루키가 좋아지려 하고 있습니다.

다른 책들을 읽고 나면 지금의 생각이 바뀔 것도 같습니다.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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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sita 2008.02.25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하루키의 상실감과 우울함, 허무를 좋아했기에 그의 작품마다 열광을 했었지요. 인생은 그런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 가치관은 약간은 변화했나 봅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인생의 몇할은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루키의 작품속 인물들이 쿨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말씀하신것과 같은 '거리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거리는 비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혹은 사람과 세상 사이의 거리이구요.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대사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키의 인물들은 그 거리를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야박하다 할만큼 개인주의적인 인상이 들기도 하지만(그래서 '나'의 주변인물들은 모두 상처받죠) 그렇게 단호하게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자세가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트랙백 날립니다. ^^

    • 로처 2008.02.25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을 읽어도 미진하고, 글로 남겨보니 더 부족했습니다.
      댓글과 트랙백 그래서 감사드려요.
      부족함을 채워주시거든요. 하루키의 '거리'까지 말이죠.


# 장면 1

나는 어떤가 - 하고 나는 생각해 보았다.
절정-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되돌아보면, 이는 인생이라고 할 수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약간의 기복은 있었다. 꾸역꾸역 올라가거나 내려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거의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아무것도 만들어낸 게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 적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기묘하게 평탄하며, 풍경이 단조롭다. 마치 비디오 게임 속에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팩맨 같다. 잇따라 미로 속의 점선을 먹어 간다. 목적도 없이. 그리고 언젠가는 확실하게 죽는다.


# 장면 2 - 하루키의 주문(?)

정신을 차려보니 무력감이 조용히 소리도 없이 물처럼 방 안에 차있었다. 나는 그 무력감을 밀어 헤치듯이 목욕실로 가서 <레드 클레이>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샤워를 하고, 부엌에 선 채로 캔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눈을 감고 스페인 어로 하나에서 열까지 센 다음, '끝났다'하고 소리 내어 말하고는 손뼉을 치자 무력감은 바람에 날려가듯이 휙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 나의 주술이다. 혼자서 지내는 인간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능력을 익히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장면 3

유키는 쟁반에 담겨진 프리첼을 집어 먹었다.
"틀림없이 모두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저씨는 알고 있어요?"
"암시성이 구체적인 형태를 취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가, 이에 대처하면 되리라고 생각해, 요컨대."

유키는 T셔츠의 옷깃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건 무슨 뜻이에요?"

"기다리면 된다는 말이야" 하고 나는 설명했다.
"천천히 그러한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 돼. 무엇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사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보면 돼. 그리고 공평한 눈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연히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모두들 너무 분주해.
재능이 넘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공평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흥미가 너무 많거든."

# 장면 4

아무튼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어떤 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수가 막혔을 때에는, 당황하여 움직일 필요는 없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 무슨 일이 다가온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어스름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이를 배웠다.
이는 언젠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만일 이것이 필요한 것이면 이는 반드시 움직인다.'
좋아, 천천히 기다리자.

# 장면 5

가엾은 사나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그 나름의 질서를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것은 하루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눈깜짝할 사이다. 사람이라는 건 자신과 제일 어울리는 장소에 그 그림자를 남기고 간다. 딕 노스의 그것은 부엌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남겨진 그 불안정한 그림자도, 눈깜짝할 사이에 소멸되어 버린다.

# 장면 6

'운명' 하고 유키는 연약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정말이에요. 나빠지고 있어요. 나와 엄마는 그러한 주파수가 공통되어 있는가봐요. 지난 번에도 말한 것처럼 엄마가 활기가 있으면 나도 활발해지고, 엄마가 움츠러들면 나도 점점 기력을 잃어가요. 어느 쪽이 먼저인지 잘 알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즉 엄마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지, 혹은 내가 엄마를 끌어당기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아무튼 그녀와 나는 무엇에 의해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달라붙어 있든 떨어져 있든 마찬가지예요."

"이어져 있어?"

"그래요, 정신적으로 이어져 있어요." 하고 유키는 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장면 7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아요?"

"흥미를 가질 수 없어." 하고 나는 말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아. 단지 흥미를 가질 수가 없어."

"이상한 사람이에요." 하고 유키는 말했다. "초콜릿에 흥미를 가질 수 없다니, 정신에 이상이 있어요."

"전혀 이상하지 않아. 그러한 경우가 있다구. 너는 달라이 라마를 좋아하니?"

"뭐에요, 그건?"

"티베트의 가장 훌륭한 승려야."

"몰라요, 그런 건."

"그럼 넌 파나마 운하를 좋아해?"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혹은 넌 일부 변경선을 좋아하니 싫어하니? 원주율은 어때? 독점 금지법은 좋아해? 쥬라기는 좋아해 싫어해? 세네갈 국가는 어때? 1987년의 11월 8일은 좋아해 싫어해?"

"시끄러워요, 원. 정말 어이가 없어. 잇따라 잘도 생각해내는 군요." 하고 유키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어요, 잘. 아저씬 초콜릿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고, 단지 흥미를 가질 수 없을 뿐이란 말이죠. 알았어요."

"알아주면 됐어." 하고 나는 말했다.

# 장면 8

나는 잠자코 있었다. 잠시 후에 고혼다가 말을 계속하였다.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그리고 어디서부터가 망상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리고 어디서부터가 연기일까? 나는 그걸 확인하고 싶었어. 이렇게 자네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그걸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어. 자네가 내게 키키의 일을 처음으로 물었을 때부터 나는 죽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자네가 나의 이 혼란을 해소시켜 주지 않을까 하고 말야. 마치 창문을 열어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하는 것처럼 말야."


# 장면 9

목소리가 나올까?
내 메시지가 현실의 공기를 잘 흔들 수 있을까?
몇 가지 문구를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명료한 것을 골랐다.

"유미요시, 아침이야" 하고 나는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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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1 - 느슨한 관계

어떻든 나는 그녀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나이가 몇 살인지도. 생일조차 알지 못한다. 학력도 알지 못한다.
가족이 있는지 어떤지조차 알지 못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는 비처럼 어디선가 와서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다만 기억만을 남겨 놓고.


# 장면2

나는 낙수물을 쳐다보면서 자신이 무엇엔가에 포함된다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 때문에 울고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것은 몹시 먼 세계의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달인가 우주인가 그런 곳에서의 사건처럼 느껴진다. 결국 그건 꿈인 것이다.
손을 제아무리 길게 내뻗어도, 제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나는 거기에 당도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어째서 누군가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가?'


# 장면3

하지만 이루카 호텔로 돌아가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화로 방을 예약하고, 비행기를 타고 삿포로에 가면 그걸로 끝날 일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호텔인 동시에  하나의 상황인 것이다. 그것은 호텔이라는 형태를 취한 상황인 것이다. 이루카 호텔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그림자와 다시 한 번 상대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우울한 상념에 사로잡혔다.

그렇다, 내가 이 4년 동안 조용히 부지런히 모아온 모두를 송두리째 포기하고 없애버리려고 하는 일인 것이다. 물론 나는 그다지 대수로운 것을 손에 넣은 것은 아니다. 그 거의 대부분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잠정적이고 편의적인 잡동사니였다. 하지만 나는 내 나름으로 최선을 다했으며, 그 같은 잡동사니를 제법 그럴싸하게 짝을 맞춰 가지고 현실과 자신을 연결하고, 내 나름의 조촐한 가치관에 기초한 새로운 생활을 쌓아 온 것이다. 다시 한 번 전의
텅 빈 자리로 되돌아 가라는 것인가?
창문을 열고 모든 것을 내동댕이치라는 것인가?
하지만 결국은,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로선 그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서부터밖엔 시작되지 않는 것이다.


#장면4 - 이해받고 싶어하면서, 거부하는 하루키(1)

- 어린왕자에서 여우의 이름 그리고 김춘수의 꽃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자기 소개.
옛날, 학교에서 자주 했다.
학급이 새로 편성되었을 때, 순번으로 교실 앞쪽에 나가서, 여럿 앞에서 자신에 관해 여러 가지를 지껄인다. 나는 그것이 참으로 질색이었다. 아니, 질색일 뿐만도 아니었다.
나는 그러한 행위 속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을까?
내가 내 의식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나는 진정한 의미의 나일까?
바로 테이프레코드에 ㅜ치입한 소리가 자신의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처럼, 내가 파악하는 나 자신의 상은, 왜곡되게 인식되어 적당하게 변형되어 만들어진 상은 아닐까?......

언제나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럴 때, 나는 되도록 해석이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객관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하도록 마음을 썼지만, 그래도 어쩐지 가공의 인간에 대한 가공의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던 것이다.

...........

하지만 아무튼, 무엇인가 지껄이기로 하자.
자신에 관해 무엇인가 지껄이는 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것이 우선 제 1 보인 것이다.
올바른 것인지 올바르지 못한 것인지는 나중에 다시 판단하면 된다.
나 자신이 판단해도 되고 다른 누군가가 판단해도 된다.


#장면5 - 이해받고 싶어하면서, 거부하는 하루키(2)

나는 색다른 인간은 아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평균적인 인간이라곤 할 수 없을지 모르나, 그러나 색다른 인간도 아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지극히 성실한 인간인 것이다. 매우 직선적이다. 화살처럼 직선적이다. 나는 나로서 극히 필연적으로, 극히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어서, 타인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파악했다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본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에게 전혀 관계없는 문제였다. 그것은 '나의 문제'라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종류의 인간은 나를 실제 이상으로 우둔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종류의 인간은 나를 실제 이상으로 계산이 빠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려면 어떤가. 게다가 '실제이상으로'라는 표현을, 내가 파악한 나 자신의 상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의 나는 어쩌면 현실적로 우둔하며, 어쩌면 계산이 빠르다.
그것은 뭐 어느 쪽이건 좋다.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오해라는 것은 없다. 사고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내 생각이다.

#장면 6 - 결국, 밀어내는 건, 하루키 아닌가?

내 방에는 두 개의 문이 달려 있는데 하나가 입구이고 하나가 출구다
호환성은 없다.
입구로는 나갈 수가 없고, 출구로는 들어올 수가 없다. 그건 뻔한 일이다.
사람들은 입구로 들어와 출구로 나간다. 어느 누구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하기 위해 나갔으며, 어느 누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나갔다. 어느 누구는 죽었다. 남은 인간은 한 사람도 없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부재를 언제나 인식하고 있다. 사라져 간사람들을. 그들이 입에 담은 말들이랑, 그들의 숨소리랑, 그들이 읊조린 노래가 방의 이 구석 저 구석에 티끌처럼 떠돌고 있는 게 보인다.


# 장면 7 - 그의 허무를 딛고 나의 허무에서 탈출.

새벽녘에 나는 혼자서 멍청하니 달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고 생각했다. 나는 이윽고 또 어디선가 다른 여자와 해후하게 될 게다. 우리들은 유성처럼 자연스레 연관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헛되이 기적을 기대하며, 시간을 갉아먹으며, 마음을 마멸시키며, 헤어져 가는 것이다.

그것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 장면 8 - 가장 실체가 있었던 시간

입구와 출구.
죽어버린 친구와 둘이서 다니던 조그마한 스넥 바 일도 생각났다.
우리는 거기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이 이제껏 인생에서 가장 실체가 있는 시간이었던 것처럼 느낀다.

#장면 9 - 요구하지 않는 사이

그녀가 사라져 갔다는 것은, 내 속에 예상 이상의 상실감을 가져왔다.
얼마 동안은,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나는 결국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모두가 차례차례 사라져가고, 나만이 연장된 유예 기간 속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었다.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인생.

하지만 그것이 내가 공허함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마음 밑바닥으로부터는 그녀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그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와 함게 있는 것이 좋았다.
그녀와 둘이 있으면, 나는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온순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은 나는 그녀를 요구하고는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 나는 그 사실을 명백히 인식했다.


#장면 10 - 군중 속의 여유, 적당한 거리

나는 예전에 한 번 들어간 적이 있는 어떤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좀 마시고 간단한 식사를 했다.지저분하고, 시끌시끌하고, 값이 싸고, 맛이 좋은 가게였다. 나는 혼자서 밖에서 식사를 할 때는 언제나 될 수 있는 대로 시끌벅적한 음식점을 택하기로 하고 있었따. 그러는 편이 안정이 되는 것이다.
쓸쓸하지 않으며, 혼잣말을 해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 장면 11 - 당신의 매듭, 당신의 장소

"괜찮아요, 걱정할 것 없어요.
당신은 이루카 호텔에 정말로 포함되어 있는 거요."
하고 양 사나이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까지도 줄곧 포함돼 있었고, 이제부터도 줄곧 포함돼 있지.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거요.

여기가 당신의 장소란 말이오.
그건 변함이 없어요. 당신은 여기에 연결돼 있어. 여기가 모든 것에게 연결돼 있어. 여기가 당신을 맺어주는 매듭인 거요.

# 장면 12 - 세상의 끝에서의 노래

"춤을 추는 거요." 하고 양 사나이는 말했다.
"음악이 울리고 있는 동안은 어떻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이 말을 알아 듣겠는가?"
"춤을 추는 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요.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요.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멎어. 한번 발이 멎으면 이미 나로선 어떻게도 도와 주지 못하게 되고 말아.
당신의 연결은 이미 모두가 없어지고 말아.
'영원히 없어지고 마는 거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쪽 세계에서밖엔 살아가지 못하게 되고 말아.

자꾸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말을 멈추면 안 돼요.
아무리 싱겁기 짝이 없더라도, 그런 건 신경쓰면 안 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어대란 말이오.
그리고 굳어져 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나가는 거요.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요. 최선을 다하는 거요.

두려워할 것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확실히 지쳐 있어. 지쳐서 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 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야.
그래서 발이 멎어 버리거든.

Posted by 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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