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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을 둘러싼 모험-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하는 이름
    문학, 소설, 등 2008. 3. 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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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를 읽고 쓴 글 중에서
    '하루키가 생각하는 이름'에 대해 끄적였었죠.

    이 책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이름' 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인 듯한 대화에서, '이름'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제 가정은 하루키의 웃음 하나로 바보가 되고 말겠지만 말입니다.

    아래에 [ ] 안에 이름에 대한 재미있는 대화를 인용해 봅니다.
    다소 길다 싶어서 중간 부분은 접어 놓았습니다.


    [ 뿐만 아니라 놈에게는 이름조차 없었다.
    나로서는, 고양이의 이름이 없는 게 놈의 비극성을 덜어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부채질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사리 깨달을 수 없었다.

    "나비야." 하고 운전기사는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지만, 예상대로 손은 내밀지 않았다.

    "어떤 이름이죠?"

    "이름은 없습니다."

    "그럼 평상시 어떻게 부르고 있죠?"

    "부르지 않습니다. 다만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그래도 꼼짝 않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의지를 갖고 움직이지 않습니까?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데 이름이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군요."

    "정어리 역시 의지를 갖고 움직이고 있지만, 아무도 이름 따위는 붙여주지 않죠."

    "그건 정어리와 인간 사이에는 거의 감정의 교류가 없고, 무엇보다도 자기 이름을 누가 부른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긴 붙이는 건 자유이지만."

    "그럼 의지를 갖고 움직이며, 인간과 감정의 교류가 가능하고, 뿐만 아니라 청각을 지니고 있는 동물은 이름을 갖고 있을 자격이 있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하고 운전기사는 스스로 납득했다는 듯이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떨까요, 내가 마음대로 이름을 붙여도 좋을까요?" ]





    [ "왜 지금까지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양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틀림없이 이름이라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때문이겠지.
    나는 나, 그대는 그대, 우리는 우리, 그들은 그들, 그것으로 좋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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