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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산성 - 김훈
    문학, 소설, 등 2008. 8.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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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살아 보세
      - 민들레처럼


    이것이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 아닐까 합니다.
    삼전도의 굴욕도 있고, 주전과 주화의 말(言) 먼지도 있고, 서날쇠의 지혜로움과 나루의 생명력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책의 주제를 "잘 살아 보세"로 이해했습니다.



    인조 14년(1636년 12월)
    말(言) 먼지가 일고, 군량과 더불어 시간이 말라가는 곳,
    그 곳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남한산성에 임금이 있고,
    체찰사로서 난국의 해결을 시간에 맡기는 영의정 김류가 있고,
    의로움과 충성심으로 주전을 말하는 예판 김상헌이 있고,
    매국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임금이 살길은 화친이라 하는 이판 최명길이 있습니다.

    주화파 이판 최명길을 목 베라는 주청을 올리면서, 강력히 주전을 외치다가 뒷구멍으로 달아나는 당하들도 있고, 자신들의 목숨으로 임금의 목숨을 살리는 당하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특하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서날쇠와 나루가 있죠.

    모두가 나라를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충성으로 죽은 자도, 살아남은 자들도 말이죠
    반만년의 역사동안 많은 외침과 내란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이름 아래 한글을 쓰면서 살 수 있게 해준 선조들입니다.

    백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피난 가는 고려의 왕도,
    도성을 버리고 몽진을 떠나는 임진년의 선조도,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건너고 있음에도 한강다리를 폭파시킨 정부도,
    그리고 모질게 살아온 이름 없는 국민들도,
    살아있어 우리가 있는 것일 테죠.

    부끄러운 역사도 있고, 치욕적인 삶도 있었겠지만,
    살아있어, 오늘이 있는 것일 테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논의해야 할 것은 말 먼지를 일으키더라도,
    민들레처럼 살아가야겠습니다.
    보다 즐겁게 말이죠.

    끝으로 최명길의 말을 인용함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 온조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최명길의 이마가 차가운 돗자리에 닿았다. 왕조가 쓰러지고 세상이 무너져도 삶은 영원하고, 삶의 영원성만이 치욕을 덮어서 위로할수 있는 것이라고, 최명길은 차가운 땅에 이마를 대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치욕이 기다리는 넓은 세상을 향해 성문을 열고 나가야 할 것이었다. 최명길은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p. 236)


    PS. 참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청나라 칸이 쓴 편지에 대해, 인조가 네 명의 신하에게 답서를 쓸 것을 명합니다.
    내용인 즉, 청군이 그대로 돌아가 달라는 것입니다.

    최명길은 화친을 주장해 오던 터라 문제가 없었지만,
    나머지 세 신하는 만고의 역적 불명예와 어명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정육품 수찬은 몸이 아파 쓸수 없다는 글을 씁니다.
    결과는 피똥싸게 장을 맞아 쓸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정오품 교리는 고민 고민 하다가 지병인 협심증이 도져 죽습니다.

    정오품 정랑은 임금부터 주전파 주화파의 신하들은 물론이고, 군병들과 노복까지 모두가 살고자 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 길을 찾습니다.
    바로 간택되지 않을 글을 지어서 바치는 것입니다.

    남한산성과 고구려의 안시성은 비교할 수가 없을진대, 이 둘을 비교하는 글을 지어 바침으로 만고의 역적과 매국의 불명예와 임금의 어명 사이에서 죽을 위기를 면합니다.

    여기에서도 교훈은 "잘 살아 보자" 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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