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공지영
고인이 된 우예슬 양과
연일 신문, 방송에 안양초등학생 사건 기사가 보도 되고 있습니다.
끔찍하고, 몸서리쳐지게 무서운 일입니다.
그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무서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사형제 존폐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분노하고, 사형 이상의 형벌이 있으면 그것을 집행해야 할 것만 같은 선정적인 기사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 집니다.
<데드맨 워킹> <타임 투 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진출처 - DAUM 영화
데드맨 워킹에 대해 정리를 잘 해 놓으신 분의 블로그를 링크함으로 대신합니다.
류다 님의 블로그 - <데드맨 워킹-죽은 자와 함께 걷는 삶의 길>
그리고 여기에서는 우.행.시의 몇 부분을 인용하려 합니다.
이렇게 저는 최대한 객관적인 척,
비겁하게 거리를 두고 숨어 보려 합니다.
답을 모르겠습니다. 결론을 내리기 힘이 듭니다.
그렇게 또 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행시>에 나오는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에 네모표 안은 우.행.시의 구절들 인용입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 - 밥 딜런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흰 비둘기가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높은 산이 씻겨 바다로 흘러 들어갈까 사람이 자유를 얻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사람이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봐야 진정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걸 알게 될까 나의 친구, 그 해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
“어떻게 몰라? 아까 보니까 고모는 여기 서울 구치소 종교위원이라던데……. 저 사람한테 편지하려고 했을 땐 뭐 좀 알아보고 했을 거 아냐?” “난 저 애를 오늘 처음 만났다. 유정아, 저 애랑 난 오늘 처음 만난 거야. 그게 다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너는 누구를 처음 만나서, 이제껏 무슨 무슨 나쁜 짓을 하다가 여기서 이렇게 날 만나게 되었습니까? 하고 묻지는 않잖니. 자기 입으로 그 얘길 하면 그냥 듣는 거지. 나에게는 오늘 본 저 애가 처음인 거다 오늘의 저 아이가 내게는 저 아이의 전부야.” |
“그래서, 죄인이 그렇게 금방 천사처럼 변하는 게 좋아서…… 하느님의 말씀이 요술 지팡이처럼 인간을 변화시키는 거 보고 고모랑 여기 드나드는 종교위원들 신앙심이 더 강해지나보지? 이상할 것도 없잖아.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언제고 자기네들 죽는다니 무서운 모양이지. 자기네가 다른 사람 죽일 때는 안 무서웠는데 이제 자기네들 죽인다니까 무서워서 얼른 착해지나보지…….. 그렇다면 사형제는 참 좋은 거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조금은 착해지는 게 보통일 테니까. 고모가 그때 교도관에게 말했던 그대로 최고의 교화잖아?” |
“그럼 힌트를 줄게. 자기들이 죄를 지었다는 걸, 사연이야 어떻든 적어도 인정한다는 쪽이 하나 있고, 자신들은 죄가 있기는커녕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쪽도 있어. 앞의 한쪽은, 그들은 최소한 몇 번의 잘못으로 평생 동안 벌을 받지만 다른 한쪽은 그걸 반복한다는 거지. 자신들이 꽤 괜찮은 인간들이라고 생각까지 해가면서…… 그럼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이 중 누구일까요?” |
“유정아………고모는 ………. 위선자들 싫어하지 않아.” 뜻밖의 말이었다. “목사나 신부나 수녀나 스님이나 아무튼 우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위선자들 참 많아. 어쩌면 내가 그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르지……..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들 안 싫어해. 죽는 날까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에게도 자기가 위선자라는 걸 들키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해.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난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실은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난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래.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 “그리고 고모가 그것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아무 기준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남들은 남들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물론 그럴 때도 많지만 한 가지만은 안 돼.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거라는 걸, 그걸 놓치면 우리 모두 함께 죽어. 그리고 그게 뭐라도 죽음은 좋지 않은 거야…….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 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존치론자가 되고, 사형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사형제 폐지론자가 된다……. |
“기도해 주거라. 기도해. 사형수들 위해서도 말고, 죄인들을 위해서도 말고, 자기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위해서 언제나 기도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