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에 해당되는 글 3건

제리 - 김혜나

"가야할 길이야 있겠지. 그런데 갈 수 있는 길은 하나도 없어." (p. 47)

"누군가 내 옆에 좀 있어줬으면.......(p. 79 극 중 나의 꿈)


연예인이 되고 싶은데 자꾸 빗나가기만 하는 호빠 선수 '제리'와 유일한 꿈이 누군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나'가 등장 합니다. 그 둘은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곤궁한 것도 아닙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병을 앓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그 둘의 이야기가 이렇게 절망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둘은 꿈이 없습니다.

어쩌면 꿈이 있는데, 그것으로 가는 길이 막혀있거나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만 없을 뿐 아니라 안식도 없습니다. 
집도, 학교도, 술자리도, 여관방도 어디 하나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조차 없네요. 현실에서 없을 수도 있는 누군가가 옆에만 있어준다면 그것을 최고의 안식처로 삼으려 하는데, 그게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차라리 실없어 보이지만 '시인'이 되고 싶노라고 말하는 '미주'가 낫습니다.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살아보겠노라는 '여령언니'의 꿈도 그 둘에 비하면 행복해 보일 지경이니 말이죠.

스스로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꿈을 찾지 못하는 상황과, 꿈을 명확히 알더라도

가는 길이 꽉 막혀 있다면 개인이나 사회나 건강한 것은 아닐 테죠. '나'를 응원해 봅니다. 조금은 냉소를 버리고, 부정적 시선도 거두고, 손으로 더듬으며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좀 걸어가야죠. 앞인 줄 알고 갔는데 그게 뒤나 옆일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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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로처

1.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말콤 글래드웰의 전작 <블링크>를 딱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 그의 글쓰기는 참 매력적입니다. 재미있는 사례와 연구라는 구슬을 말콤처럼 꿰어서 풀어내는 능력은 얼마나 부러운지 모릅니다. 이 책 <아웃라이어>를 선택한 이유는 성공에 대한 어떤 가르침을 듣기 위한 것보다 그의 글 쓰는 능력의 비밀을 배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다 읽은 후에는 이 재미있는 책에 빠져서, 처음의 의도는 간 데 없고 저에게 남은 몇 가지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2. 성공 = 개인의 능력(소질, 노력) + 외부의 환경(기회, 시기, 문화, 가정환경, 등)

제가 파악한 이 책의 주제는 위에 보여드린 소제목과 같습니다.
성공은 IQ나 소질, 등 타고난 개인의 자질에 노력을 더한 개인의 능력에 달려있지만, 외부의 환경이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이 주제 입니다. 이것은 좀 완곡한 표현이고,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하늘에 닿더라도,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주제일 것입니다. 아래는 책 내용의 요약이라 말을 짧게 했습니다.

(1) 마태복음 효과
- 생일이 빠른 하키선수들의 성공
- 결과적으로 배제 되었을지 모르는 생일이 늦은 선수들의 발굴

 "우리는 사람들에게 너무 성급하게 실패의 딱지를 붙인다. 또한 우리는 성공한 사람은 지나치게 추앙하는 반면, 실패한 이들은 가혹하게 내버린다. 성공하지 못한 이들에게 불리한 잣대를 들이댔으면서도 말이다. 우리는 누가 성공하고 누가 그렇지 못할지를 결정하는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쉽게 간과해버린다."  (p. 47)


(2) 일만 시간의 법칙
- 빌게이츠, 비틀즈의 노력의 시간

(3) 위기에 빠진 천재들
- 터마이터들의 실패
 - IQ 195의 크리스 랭건이 150의 아인슈타인보다 30% 더 똑똑한 것은 아니다.

(4) 랭건과 오펜하이머의 결정적 차이
-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권리를 누리는 사람에 속하는 오펜하이머
- 오펜하이머는는 랭건과 계층과, 가정교육과, 문화가 달랐고 실용지능에서 차이를 보였다.
- 메릴랜드 대학의 사회학자 아네트 라루의 연구
- 중산층 부모의 '집중양육(Concerted cultivation)과 가난한 부모의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Accomplishment of natural growth)'중 어느 한 쪽이 더 낫다는 도덕적 판단은 유보. 그러나 주목할 만한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 중산층 부모는 대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이유를 찾아낸다. 단순히 명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협상하며 어른에게 질문하기를 바란다. 또한 부유한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잘하지 못하면 선생을 찾아가 상담을 하며 아이들의 문제에 깊이 개입한다. (중간생략) 반면 가난한 부모는 권위 앞에서 겁을 먹는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뒤편에 물러서 있다. (p. 126)]

[ 라루에 따르면 가난한 계층의 아이들은 이렇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은 눈을 내리깔고 질문에 대해서만 조용한 목소리로 고분고분 대답한다. 하지만 알렉스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생략)

이것은 문화적인 요소이다. 어린 시절부터 알렉스의 부모가 교양 있는 방식으로 점잖게 설득하는 방법, 거절하는 방법, 격려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고 진료를 받는 경우처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예행연습까지 시켰기 때문에 알렉스는 그런 기술을 습득했을 뿐이다.

라루는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의 장점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한다. 알렉스가 케이티 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유는 부유한 덕분에 좋은 학교에 다니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대사회에 적합한 태도와 자세를 익히기 때문이다. (p.127~131) ]


(5) 조셉 플롬에게 배우는 세 가지 교훈
- 적대적 M&A의 활성화와 시선의 변화에 기인한 조셉 플롬의 성공
- 유태인 이민자 루이스와 레기나 부부의 앞치마 장사의 성공

(6) 켄터키주 할란의 미스터리
- 남자의 명예와 복수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갖는 마을의 살인사건

(7)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

- 대한항공 괌 추락사건을 예로 든 PDI(Power Distance Index)
- 완곡한 어법, 돌려 말하기를 하는 한국문화와 위급상황

(8)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 쌀농사 문화권과 숫자에 대한 발음의 차이가 성공의 요인 중 하나

(9) 마리타에게 찾아온 놀라운 기회

- 키프(KIPP) 아카데미라는 실험적인 공립학교

"만약 백만 명의 소년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오늘날 얼마나 더 많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활약하고 있을까?" (p. 307)


<3> 자녀교육 지침서 - 더 많은 기회를 주자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은 '자녀 교육 지침서' 입니다.
알라딘 리뷰 중에 어느 분이 이런 제목을 쓰셨더라고요.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나봐요.

평가가 있을 수밖에 없는 학교에서 단지 시험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분야에까지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한 학생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아무리 위로를 해줘도 성적 외에 큰 산이 보이지 않는 어린 학생의 다친 맘에는 제 위로가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학교나 가정이 '실패학습의 장'이나 '자존감 삭감의 장'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한 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가능성을 계발하며, 꿈을 함께 모색해나가는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당연한 소리를 했네요. 개인적으로는 미시건대 로스쿨의 '적극적 차별철폐'제도와 뉴욕의 키프아카데미에 끌립니다. 일시적인 호기심이 과연 공부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0^

Posted by 로처

촐라체 - 박범신

읽을 것이 없어서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최근에 떠들썩했던 책이기에 집어 왔습니다. 말이 많았던 책에 대한 이상한 거부감을 심심함이 이겨낸 결과죠. 이 책의 앞에 '작가의 말'에 개인적인 고민과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두고 보자!"는 심산으로 읽었어요.

[ 감히 고백하거니와, 나는 '존재의 나팔소리'에 대해 썼고 '시간'에 대해 썼으며, 무엇보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대해, 불멸에 대해 썼다.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현대인에게, 또 자본주의적 안락에 기대어 너무 쉽게 '꿈'을 포기하는 젊은 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자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것은 숨기고 싶지 않다. 소망대로 잘 완성 됐는지는 물론 단정할 수 없다. 소설이란 독자와 소통의 길을 내는 것이면서 왕왕 독자의 '오해'를 만드는 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p. 10 중에서> ]

작가가 '감히'라는 단어를 앞에 두고 고백한 것처럼 이 정도면 '인생'의 모든 것을 다루었노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처럼 저 역시 깊이 있고 연속적이진 않지만 '꿈'과 '정체성'과 '존재의 나팔소리'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니, 이 책을 읽어봤습니다.

소통

박상민과 정선배는 잡음 섞인 무전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외마디를 나눕니다.
"그 놈 중 되겠다고......"와 "도장 찍었어요." 하영교의 말대로 웃기는 화법입니다.
함께 먹고, 마시고, 잠자면서 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술기운 빌듯, 무전기 잡음에 섞어서 얘기를 합니다. 일상에서는 이것저것 눈치 볼 것도, 생각해야 할 것도 많지만 그것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의 힘을 빌어서 겨우 통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의 절박함과 단순한 상황

복잡한 집안 내력만큼이나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두 형제.
하영교와 박상민 형제는 맘에 담고도 풀어두지 못했던 응어리들을 하나 둘 풀어냅니다. 치고받고, 악을 쓰고 욕도 합니다. 비박의 혹독함을 느끼는 신음소리와 상상,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맺힌 것이 풀립니다.
둘 만 있는 정적의 장소, 살아야 하는 이유 외에는 배제된 곳이기에 막혔던 물길이 다시 흐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에 어울리는 시가 책의 끝부분에 있어서 인용해 봐요.

[ 눈물짓는 슬픔에 찬 세상을 떠나서
  고독한 동굴을 네 아버지로 삼고
  정적을 네 낙원으로 만들라
  사고(思考)를 다스리는 사고가 기운찬 말이고
  네 몸이 신들로 가득 찬 너의 사원이니
  끊임없는 헌신이 너의 최선의 약이 되게 하라
 
                     - 밀라레파 - <p.331 중에서> ]



다시 현실로

책의 구절들 중에 맘에 드는 구절이 있습니다.

'정상은 모든 길이 시작되는 곳이고,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

그 곳에서 응어리들이 다 풀렸는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촐라체를 넘었고, 다시 또 현실에서 시작입니다. 정선생과 박상민과 하영교는 무전기의 잡음 없이 얘기하기 힘든 일을 또 겪을지도 모르고, 묻고 싶은 것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응어리를 다시 키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소설 속 인물의 삶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제가 가진 응어리가 있다면 풀고,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도 하며, 존재의 나팔을 불어야죠. 아직 넘어야 할 정상이 무엇인지 푯대도 알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입니다만, 촐라체에 선 두 형제들처럼 정적 안에서 상황을 좀 단순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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